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터가 된 한반도에 일본인 70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미군과 동행하면서 실탄을 지급받아 직접 북한군 및 중국군과 교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미군 당국은 오히려 일본인 요원들을 엄중히 심문했으며, 이들의 존재 및 활동을 극비에 부치는 등 사실을 은폐했다. 그 과정에서 1033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일급비밀 문서가 작성되었는데, 기밀에서 해제된 후 일본계 호주인 교수가 최근에 그 존재를 파악했다. 해당 교수와 접촉한 NHK 보도국의 후지와라 가즈키(藤原和樹)는 이 문서를 바탕으로 생존한 일본인 요원 또는 유가족들을 취재했다. 그에 따라 70명의 일본인들은 누구였고, 어떻게 한반도로 들어왔으며, 무슨 임무를 맡았는지, 또한 전투원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심문까지 받고 수십 년간 실상마저 감춰진 이유가 비로소 밝혀지게 된다. ▶한·일 관계의 가장 불편하고도 복잡한 역사 일본인들이 한국전쟁에서 미군을 도와 직접 전투에 나섰다는 사실은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태평양전쟁으로 패망한 일본인들에게 한국전쟁은 ‘조선 특수(朝鮮特需)’라 불리는 전후 부흥 서사의 시작이자 일부였다. 그들은 경제 부흥으로 번영과 안정을 누리는 가운데, 전쟁을 일으키거나 개입하지 않겠다는 ‘평화헌법’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일본인들에게 자국 출신 요원의 한국전쟁 참가는 불편한 사실이다. 이는 일본이 ‘평화헌법’ 체제의 이면에서 이미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도 일제 강점기의 개인적, 집단적 기억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의 기억은 국군과 유엔군의 분전에 주목하는 견해, 아니면 동족 상잔에 주목하는 견해로 양분되어 있다. 이와 같은 여건에서 일본인 요원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그것이 한국전쟁을 둘러싼 주요 논쟁으로부터 동떨어져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인들은 그저 한국전쟁을 이용하기만 했을 뿐이어야 하며, ‘희생’되기까지 했다는 것은 한국전쟁의 ‘숭고하거나’ 혹은 ‘가슴 아픈’ 서사를 ‘더럽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한국전쟁의 지상전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들 일본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기도, 그에 따른 평가를 내리기도 곤란하지만, 그것이 바로 한·일 관계의 복잡함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일본인들의 한국전쟁 참가는 전후 일본 정부가 미군의 점령 상태에 놓인 가운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그와 같은 구조는 이제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한반도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이 인도·태평양에서의 미국 패권 동요에 대응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 기지가 위치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및 타이완 해협 위기의 심화 속에서 군사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과연 한국은 미국의 전쟁 수행에 협력하게 될 것이며, 그때 시민들 개개인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그때 한국은 자신들이 참전하게 될지도 모르는 전쟁에서 각국 정부 및 시민들 개개인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인가. 한국전쟁 시기 미국과 일본의 관계, 그 사이에 운명을 내던졌던 일본인들의 삶은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서평 박용준 번역자
작년 8월 이 난에서 정욱식 지음 '핵의 세계사'를 거론하면서 핵의 ‘군사적 사용’과 ‘평화적 이용’, 즉 핵무기와 핵발전 사이에는 기술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저자의 설명을 소개한 바 있다. 양자가 한 뿌리에서 나온 쌍생아라는 것은 이제 거의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핵무기와 에너지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과 철학이 요구된다”고 하면서도 이 저서가 주로 다룬 것은 무기로서의 핵 즉 핵폭탄에 관련된 군사정치적 문제였다. 저자가 관심을 갖고 글을 써온 것이 그쪽이었던 만큼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무기로서의 핵은 여전히 중대문제다. 더구나 북핵을 지척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잠시도 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인류의 목표가 되었다는 점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대표적인 분단국가들 가운데 베트남과 독일은 통일을 이루었고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상태로 남아 있다. 이렇게 된 까닭은 물론 간단한 것일 수 없다. 단지 불운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조건이 있었고 주체적 역량도 모자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지혜를 살려 그 점을 연구하고, 이제라도 뜻을 모아 분단극복에 기여해야 한다. 통일까지는 요원하더라도, 적어도 평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데는 우리 모두의 정성을 보태야 한다고 믿는다.
여자들의 멘토 신달자 시인의 신작 에세이 『엄마와 딸』이 출간되었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 6녀 1남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나, 여중, 여고, 여대를 다니면서 그야말로 여자들과 함께 살아온 한평생이다. 자신의 화려한 삶 뒤에 감추어진 처절한 고통의 나날들을 고백한 에세이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와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사랑, 꿈, 행복에 관한 열 가지 메시지를 담은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을 통해 명실공히 ‘여자’의 삶을 가장 잘 이야기하는 작가로 자리 잡은 신달자 시인이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 왔던 엄마와 딸에 대한 마음을 풀어놓았다.
엊그제 한겨레(2012.7.23)의 <이 여름의 책들>이라는 칼럼에서 필자 고종석은 “흔히 가을을 ‘등화가친지절’이라 부르지만, 책읽기 좋은 철은 아무래도 여름이다”라고 적고 있는데, 완전히 동감이다. 그 글을 보니 자연 나의 옛날이 떠오른다.
40여 년간의 한국사 연구의 결실로 탄생한 새로운 한국통사! 일국사(一國史)의 틀을 벗어난 글로벌 시대의 “동아시아가 있는” 한국사
보현산 일대의 자원식물을 집대성한 '보현산의 풀과나무' 도감이 출간됐다. 해발 1124m 보현산은 행정구역상으로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에 속해 있는 산으로 영남지역 일대에서 식생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봄이 되면 보현산 정상부 북측 사면은 피나물, 현호색, 나도바람꽃, 개별꽃, 노랑제비꽃이 군락으로 피어나 천상의 화원을 방불케 한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식물사진 동호회인 산들꽃사우회(회장 정재우·왜관 원재한의원장)에서 5년간 조사를 거쳐 보현산 일대의 자원식물 520여종을 영상으로 기록해 한 권의 책으로 출간, 학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들꽃사우회에서는 지난 2007년 '한국특산식물 사진집(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을 발간한 바 있으며, 이번에 두 번째 성과물로 보현산의 풀과나무 도감을 발간한 것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보현산은 북방계식물의 남방한계선으로서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누른종덩굴, 지리대사초, 세잎승마, 분취, 노랑무늬붓꽃, 자란초, 노랑갈퀴, 누른종덩굴, 꼬마물봉선 등 9종의 한국특산식물(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식물 2급인 노랑무늬붓꽃, 망개나무, 매화마름이 자생하고 있어 특별한 보호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자생을 확인한 세포큰조롱, 매화마름, 망개나무, 날개하늘나리는 식물지리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보현산은 이밖에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800여종의 자생식물이 서식, 경북지역 자생식물의 보고(寶庫)로 각광받고 있다. 산들꽃 사우회는 대구에 거주하는 대학교수, 한의사, 교사, 공직자, 자영업자, 주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회원은 20명이고, 김용원 계명문화대학 교수, 박재홍 경북대 교수 등을 지도교수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정재우 회장은 “이번에 발행한 도감이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현산 생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지역사회의 자원식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산들꽃사우회(http://herbro.co.kr)
≪서간도에 들꽃 피다≫ <2권>은 3·1절을 앞두고 20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뽑아 이들에게 드리는 헌시와 더불어 이들의 삶을 재조명한 시집이다. 작년 8·15일에 나와 100여 곳의 언론사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1권>에 이어 이번<2권>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는 20명으로 1권 2권을 합하면 모두 40명에 이른다.
초일류기업을 표방하는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에서도 이러한 기업 부패행위가 널리 퍼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부패방지 전문 변호사로서 세계적 기업들의 무대 뒤에서 일해온 저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 경제에서 반부패 압력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기업 부패행위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비윤리적인 개인의 문제’로 보고 예방이 아니라 적발과 처벌에만 치중하고 있는 데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 경제 10위권, 반부패지수 40위권.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의 부패의 현주소다. 부패 문제는 선진국 문 앞에 서 있는 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쟁자들은 이미 우리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반부패의 칼을 빼 들었다.
도올선생의 EBS방송강의와 함께, 이 책은 이러한 심오한 고전인 <중용>을 전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그들이 일상적 삶속에 매일매일 실천하게 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중용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중시한다. 하늘의 명령(天命)은 일상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용의 사상은 일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삶의 자세에 인간의 길이 있고, 인간의 힘이 나오고, 인간의 맛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맛은 멋이다. 중용의 함양은 그 인간의 매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윤옥 시인은 시집 머리말에서 자신이 출강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 대로 써보라고 했더니 거의 백지로 냈더라고 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이 시인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온 국민에게 알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수많은 자료를 찾아 이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분열과 혼돈의 시대, 화해와 화합을 이야기하는 책 한권이 독자를 찾아왔다. '박근혜의 포용', 이 책은 ‘정치인 박근혜’ 보다는 ‘인간 박근혜’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며 흐르는 메시지는 화해와 화합을 넘어선 ‘포용’이다. 이 책에 소개된 박근혜 의원과 김대중 前 대통령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그러한 메시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2001년 김대중 前 대통령을 만난 박근혜는 “아버지 시절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 말씀드립니다”라며 딸로서 사과했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자서전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이 일화는 박근혜의 화해와 화합에 대한 신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 前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박정희가 환생하여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며 “나는 박(근혜) 대표에게 지역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화합에 앞장서 줄 것에 당부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