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칠곡지부(지부장 박경한)는 지난 5월 17일 `2025 통영 백석 시비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경남 통영은 백석이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고 읊은 미항(美港)이다. 소설가 박경리는 『김약국의 딸들』에서 "조선의 나폴리로 불렸다"고 소개했다. 시인 정지용은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극찬한 곳이기도 하다.   통영은 걸출한 문학인과 예술인을 대거 배출한 예향(藝鄕)이다. 한국 현대 연극계의 대부 동랑 유치진, 깃발의 시인 청마 유치환, 꽃의 시인 김춘수, 봉선화의 시인 초정 김상옥, 흙과 생명의 작가 박경리, 색채의 마술사 전혁림, 현대음악 거장 윤이상 등이 통영 출신이다.   통영(統營)은 조선 시대의 해군본부에 해당하는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줄인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통제하고 경영함`이다. 동사로 `통영하다`로 쓰이기도 한다. 1953년 거제군이 분리돼 통영군은 1읍(통영읍) 6면으로 됐고, 1955년 통영읍이 충무시로 승격되면서 통영군과 분리된다. 이후 정부는 1995년 1월 행정 구역 개편 시 충무시와 통영군을 다시 통영시로 통합했다.   칠곡문협 회원과 칠곡지역 문학단체 회원 등 36명은 이날 문학기행 버스에 올라 장재홍 전 순심고 교사의 <백석의 첫사랑 발표>와 사윤수 시인의 시론을 들었다. 사 시인은 이번에 김수상 시인과 함께 `통영`이란 시제로 펼친 백일장 심사를 맡기도 했다. 기행단은 우선 충렬사(忠烈祠)를 찾았다.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충렬사에는 백석 시인(1912~1996)의 아픈 러브스토리가 숨어 있다.함경남도 함흥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백석은 첫눈에 반한 여인 `란`(박경련)이 사는 남쪽 끝 통영까지 내려와 부모를 만나 청혼했다. 하지만 `란`의 부모는 가난한 시인이자 교사인 백석을 박대했다. 친구 신현중이 백석의 어머니가 기생 출신이라는 소문을 전해 준 것도 화근이었다. 결국 `란`은 신현중과 혼인했다. 백석은 <내가 생각하는 것은> 2연을 통해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그려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살튼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며 가난한 아버지와 배신한 친구에 대한 원망과 `슬픔의 심로(心勞)`를 시로 읊었다.백석은 또한 충렬사 돌계단에 앉아 시 <통영2>를 풍경처럼 담아냈다. “내가 조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冬柏(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가튼데 (중략)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안저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閑山島(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노픈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찟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충렬사 강한루 앞의 동백나무는 높이 6.3m 정도로 꽃이 유난히 붉어 충무공의 애국심이 불타는 것 같다. 조선 현종이 내린 충렬사 사액현판과 정조가 내린 어제기판 편액, 충무공이 명나라로부터 받은 팔사품 등을 전시한 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충렬사를 나오면 백석의 <통영2> 시비와 `명정샘`이 보인다. 명정샘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통영 사람들의 생명수다. 명정샘 입구에는 박경리의 소설 한 대목이 새겨진 석조물이 놓여 있다. "충렬사 이르는 길 양켠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아지랑이 감도는 봄날 핏빛 같은 꽃을 피운다.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음력 이월 풍신제를 올릴 무렵이면 고을 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라 밤이 지새도록 지분 내음을 풍기며 득실거린다." 명정샘은 `쌍우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처음에 우물 하나를 파니 물이 탁하고 곧 말라버렸다고 한다. 이어 옆에 우물 하나를 더 팠다. 이번에는 두 우물 모두 맑은 물이 마르지 않고 콸콸 솟았다고 전해져 온다. 위쪽에 있는 샘을 일정(日井), 아래쪽에 있는 샘을 월정(月井)이라 한다. 일과 월을 합해 `일월(日月)`, `명정(明井)`이 된 셈이다. 문학기행 참여자들은 통영 바닷가에서 흰 조약돌을 찾으며 `백석(白石)` 같은 시심(詩心)에 젖기도 했다. 박경한 칠곡문협 지부장은 "이번 문학기행은 칠곡문협 회원뿐 아니라 칠곡지역 문학동아리 회원 등이 많이 참여해 뜻깊은 여정이 되었다"고 밝혔다.충렬사, 백석 시비, 명정샘, 통영중앙전통시장, 손님이 줄 선 이순신꿀빵, `한국의 나폴리`에는 저마다 사연을 담은 선물로 하나씩 주고받은 칠곡문인들의 손수건이 하안 추억으로 나폴거릴 것이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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