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옥중의 아들아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칼이든 총이든 당당히 받아라
이 어미 밤새
네 수의 지으며
결코 울지 않았다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민족시인으로 알려진 이윤옥(53) 씨가 최근 펴낸 `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에 수록된 `목숨이 경각인 아들 안중근에게-조마리아`라는 시다.
이 시는 사형을 앞둔 아들 안중근 의사의 수의를 만드는 어머니(조마리아)의 애절한 심정을 담아냈다.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그런 마음으로 사형수 아들의 수의를 지었을 것이다.
어머니 가슴은 천길만길 찢어지지만 조마리아는 슬픔을 삭이고 사랑하는 아들의 사형 집행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시와 함께 시 주인공의 삶을 소개하고 있어 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길 원하지 아니한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刑)이니 결코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 123쪽
“아들의 죽음을 앞둔 어미의 심정이 어찌 흔들리지 않았으랴! 그러나 조마리아는 결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안중근은 그런 어머니의 꺾이지 않는 정신을 배웠던 것이다. 평소 백범 김구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와 우애 좋게 지내던 조마리아 여사는 곽낙원 여사가 김구에게 엄하게 대했던데 견주어 아들 안중근에게 평소 자애로운 어머니로 알려졌다. 그러한 어머니가 자식의 마지막 가는 길에서는 매우 단호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서간도에 들꽃 피다` 124쪽
조마리아(본명 조성녀) 여사 외에도 한국 독립운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여성 독립운동가는 많지만 대부분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은 이들만 200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역사교육과 독립운동사 소개가 남자 독립운동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윤옥 시인은 여성 독립운동가 20명을 추모하는 시를 엮어 낸 것이다.
이윤옥 시인은 시집 머리말에서 자신이 출강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 대로 써보라고 했더니 거의 백지로 냈더라고 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이 시인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온 국민에게 알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수많은 자료를 찾아 이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술회한다.
현재 보훈처 기록에 훈포장을 받은 여성 애국지사는 202명인데 이들은 남성 애국지사에 견주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이 시인은 머리말에 쓰고 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춘천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임신부의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쓴 남자현, 안동의 독립운동가 3대를 지키고 그 자신 만세운동으로 잡혀가 두 눈을 잃었던 김락 애국지사를 비롯한 20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시와 삶의 여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이윤옥 시인은 이 시집을 내려고 중국의 임시정부 피난길인 상하이, 꽝쩌우, 류쩌우 창사 등지는 물론이고 부산, 나주, 안동, 춘천 등지의 생가나 무덤을 직접 발로 뛰었으며 인천, 수원 등에 생존해 계시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가 만나 보는 등 현장감 있는 모습을 시집에 담고 있다.
이 시인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서간도의 살을 에는 북풍한설을 견디며 풍찬노숙을 마다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어찌 이들뿐일까? 이 작업은 계속된다”라고 밝힌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 속에 한 수 한 수 써내려간 시들은 올해 66주년을 맞는 8·15 광복절을 앞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