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진성 씨에 대해서는 유죄(벌금 500만원)를, 위증교사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한 지난 25일 법원의 1심 재판을 AI판사가 맡았을 경우 어떻게 됐을까?
법조계 등에서는 위증(거짓말)을 요구한 사람은 무죄인데 처벌을 감수하고 그 부탁을 들어준 사람(위증자)만 유죄라는 이번 재판부의 판단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날 이재명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판사는 좌파적 정치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좌파인 이 대표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좌파·우파 가리지 않는 AI판사 도입해야 하나?
그렇다면 앞으로 AI(인공지능)판사가 판결해야 하나? 2020년 12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법원 판결을 신뢰하지 않으며, 전체 응답자의 약 80%는 판사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고 일관성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자신이 재판을 받을 경우 인간 판사와 AI 판사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가 AI판사를 선택하겠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각기 다른 형량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사법부 불신이 팽배해 있다. 상당수 국민은 이러한 고무줄 판결과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에 동의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거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미 중국과 인도 등의 국가에서는 AI판사를 도입해 국민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I판사가 도입되면 최소한 법률과 양형기준에 따라 정확히 형량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과 같은 감정과 이데올로기 등을 가질 수 없는 AI판사는 좌파·우파의 정치적 성향 및 변호사를 통한 `유전무죄(有錢無罪)`와 권력을 통한 ‘유권무죄(有權無罪)`에 대한 논란이 애당초 발생하지 않으므로 현행 사법부를 불신하는 국민이 선호하고 있다. AI판사가 재판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도 들일 필요가 없다.
양형기준은 국민의 객관적 상식을 양형에 반영하고 적정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해 형사사법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특정 범죄에 대한 선고 형량의 기준과 상·하한을 설정한 `형량 가이드라인`이다.
한국형사정책학회에 따르면 양형기준제는 ‘전관예우’의 폐해, 관대한 양형, 불합리한 양형편차, 불투명한 양형 등 양형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양형기준의 시행으로 양형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으나 뿌리 깊은 국민의 사법 불신이 해소되었는지 의문이다.
◆국민은 가난보다 불공정에 분노
외국의 대다수 정의의 여신인 디케(Dike) 동상은 두 눈을 가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 로비의 동상은 선녀가 한복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구의 정의의 여신은 통상 입상으로 두 눈을 안대로 가린채 한 손엔 천평 저울을, 다른 손엔 칼을 들고 있다. 눈을 가린 것은 불편부당(不偏不黨)의 공정한 재판을 의미한다.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재판하겠다는 것이다. 칼을 든 것은 정의의 실현을 의미한다. 천평 저울이 기우는 것은 불의를 뜻한다. 여신은 그 순간 칼을 휘둘러 정의를 실현한다. 곧, 서구의 정의의 여신상은 공평한 재판과 정의의 실현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뜨고 있다. 눈을 떴으니 완벽한 공평을 기대할 수 없다.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앉아 있는데, 법률만 읊조리는 책상물림 법관의 모습이다. 법전(법)이 정의를 자동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내 눈엔 정의보다는 법(법관) 만능주의를 말하는 것 같다.
대부분 나라의 법원 앞에는 천으로 두 눈을 가리고 양손에 천칭 저울과 칼을 든 여신상이 서 있다.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지방재판소 베크 판사는 법정에서 철저하게 두 눈을 천으로 가렸다. 모든 서류를 법원 서기가 대신 읽어주었다. 베크 판사는 오로지 귀로 듣고 재판을 진행했다.
"아무리 훌륭한 재판관이라도 소송 당사자의 얼굴을 보거나 주위의 말 없는 압력을 느끼게 되면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그 사람을 보고 어떤 선입견을 품게 된다면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있겠습니까?" 베크는 신화 속 여신들이 상징하는 `법의 정신`을 현실에서 그대로 실행한 판사였다. 베크 판사가 바로 AI 같은 판사가 아닐까?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국가만이 안정된 국가다." 24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다. 대한민국 헌법 101조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있다.
중국 송(宋)나라 유학자 육상산은 일찌기 `(백성은) 가난함을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않음을 근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이외수의 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에서도 인용됐다.
원래 이 말은 논어 계씨편의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에서 유래했다. `정치를 함에 있어 위정자는 백성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불평등한 것을 걱정하며 백성이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불안해 하는 것을 걱정하라`는 의미다.
◆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AI시대`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AI가 일상 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어 `AI시대`가 본격화됐다.
우선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주거공간의 획기적 변화다. AI기술 발전은 입주자에게는 편리한 생활은 물론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한다.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 간 AI 아파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AI기술은 이미 주거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입주자 얼굴이 비밀번호로 사용되는 추세다. `딥 러닝`을 통한 안면 인식 기술 덕분이다. 안면 인식 기술은 입주자가 아파트 현관문이나 커뮤니티시설을 출입할 때 열쇠나 휴대폰 같은 별도의 장치 자동으로 출입문을 열고 닫아준다.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고 진·출입 시간이 절약된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 접근 시 출입 기록이 남고, 비밀번호 유출 우려가 없기 때문에 방범과 보안에도 유리하다.
안면 인식 기술은 ▶스마트폰 잠금장치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본인 확인 ▶공항 출입국 관리 시스템 ▶대학교 출석 관리 시스템(대리출석 방지)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음성 인식 기능도 AI기술 없이는 구현이 힘들다. `거실 불 켜줘`, `난방 온도 24도로 해줘` 등과 같은 말 한마디로 조명과 냉난방 등을 일일이 움직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집밖에서도 스마트앱을 통해 집안의 각종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AI 자율주행 순찰로봇과 청소로봇을 도입하는 건설사도 있다. AI 자율주행 순찰로봇은 단지내 어린이 놀이터, 통학로, 주정차 단속, 화재 감시, 사각지대 순찰 등의 업무를, 청소로봇은 커뮤니티시설, 공동 현관 라운지 등의 청소를 각각 담당해 경비와 청소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주차장은 입주 고객의 주차 패턴을 분석해 평소 선호하는 주차구역으로 차량을 안내하고, 방문객은 목적지에 가까운 빈 주차구역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이밖에 AI시스템은 입주민 건강관리와 반려동물 관리, 아파트 오프라인 공간에서 예술 작품 감상 등도 가능하다.
◆`입는 로봇` 등장, 5분만 걸어도 수십분을 걸은 운동 효과
`입는 로봇`인 웨어러블 로봇도 일상화되고 있다. 허리와 허벅지에 차면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다리에 적절한 힘을 가해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웨어러블 로봇은 내딛는 걸음 동작을 인식해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기본 원리를 이용한 AI기술이다. 다리를 올리고 내리는 방향 그대로 모터가 작동하면 적은 힘을 들여 걸을 수 있고, 모터가 반대로 작동하면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처럼 저항을 느낀다. 로봇을 차고 걸으면 20㎏배낭이 8㎏ 정도로 느껴지고, 저항을 주면 다리 근력이 20~30%까지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레이포지티브(대표 최두아)는 최근 "새로운 임직원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앤) `밸런스(Balance)`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맞춤형 건강관리 앱 `밸런스`는 이용자가 직접 입력한 신체 수치와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운동 방식을 알려준다.
최두아 대표는 "당뇨 환자의 경우 혈당 관리를 위해 하체 근육 강화가 필수지만 당뇨족이 있으면 오래 걸을수록 상처가 날 확률이 높아 치명적이다"라며 “웨어러블 로봇 ‘봇핏’을 활용해 5분만 걸어도 수십분을 걸은 운동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웨어러블 로봇은 의료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뇌성마비·뇌졸중·척수손상·근육병 등으로 걸음이 불편해진 환자들의 걷기 재활을 돕는 방식이다. 2017년 창업한 엔젤로보틱스는 환자의 재활 훈련에 쓰이는 로봇 ‘엔젤렉스’를 세브란스 재활병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는 “고정된 트레드밀에서 걷는 동작을 반복하는 대신, 환자가 실제 지면을 느끼고 체중 이동을 할 수 있게 도와 회복에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AI 일기예보관과 AI트택터도 등장
내년부터 일기예보도 AI가 도입될 예정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20일 "AI 초단기 강수 예측 결과를 내년 여름 방재 기간(5월 15일~10월 15일)부터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가 내리는지 안 내리는지`를 맞히는 강수정확도는 9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농업인 감소에 따른 농촌일손 부족과 영농비 증가 등에 따른 해결책으로 미래 농업의 AI트랙트·운반로봇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인 인구는 2010년 306만명에서 지난해 208만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지면적도 171만ha에서 151만ha로 감소세를 보였다. 기후위기 등으로 영농비도 갈수록 증가하면서 농업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동이 최근 전북 김제에서 `2024 대동 미래농업 데이` 행사에서 오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온디바이스 AI트택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트랙터는 운전자 없이 천천히 직선 주행을 했으나 흐트러짐 없이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밭을 한 바퀴 크게 돌고 난 후 안쪽으로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해 빈틈없이 작업을 해냈다.
대동의 AI트택터는 국가기술표준원이 제시한 기준으로 4.5단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기술력을 지녔다. 특히 대동의 자율주행 기술은 비전 센서와 AI영상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를 가진다. 기존 라이더 기반 자율주행 농기계에 비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높은 정확도를 보장할 수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취업에 유리한 인공지능(AI)·반도체학, 경영학 등 실용학문 위주의 학과가 상위권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주요 10개 대학교별 정시 합격점수 상위 3위권 학과를 분석한 결과(의약학계열 제외) 인문계는 경영학과, 자연계는 AI·반도체학과의 신입생 합격점수가 가장 높았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