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초석인 만큼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주 빠르게 변하는 교육 정책과 입시 제도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정한 입시 제도를 위한 공교육 정립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뀐다는 말이 있다. 길어야 4~5년이다. 교육전문가는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 정책은 4년마다 바뀐다. 주요 대학이 자체 선발 정책을 미시적으로 바꾸고, 이에 맞춰 교육시장이 반응하는 주기까지 합치면 입시 정책은 해마다 바뀐다고 봐도 된다"고 지적했다. 입시 정책 변화의 명분은 ‘공정한 선발’이다. 그런데 ‘공정성’을 위한 제도가 4~5년만에 뒤바뀐다면 일반 학생과 학부모 등이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입시 정책이 자주 변경돼도 상위 계층(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은 고액 과외와 앞서가는 학원의 첨단강의를 받을 수 있어 이에 적응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교육의 불평등 심화는 공교육을 흔드는 만큼 공교육 확립과 정상화로 사교육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늘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불평등연구회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별로 입시 제도 변화에 적응 속도 차이는 분명하다. 문제는 모두가 비로소 적응해도 다시 제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제도를 설계할 때 불평등 요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 변화 논의의 중심은 ‘유불리’가 아니라 ‘양질의 인재 선발’이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중요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지역별 격차를 면밀히 검토하고, 교육 환경 낙후 지역의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 서비스가 필요한지 조사해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정책만큼은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 교육당국의 탁상공론 같은 현실성 없는 일방적 발표가 아니라 철저하게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시민적 합의를 토대로 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특정 정파적인 입장에서 교육정책 방향이 좌지우지된다면 미래 청소년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프랑스 대입 철학시험 `바칼로레아` 확산되나?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정확한 대답을 허용하는가? 모든 권력에는 폭력이 동반되는가? 받기 위해 주는 것은 모든 교환거래의 원칙인가? 자유는 거절하는 권리로 정의될 수 있는가? 시간을 피하는 것이 가능한가? 문화적 다양성이 인류의 동질성을 방해하는가?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윤리는 정치의 최선인가? 프랑스가 전국에서 치른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 철학시험 문제들이다. 프랑스 시민교육 문화의 꽃으로 상징되는 ‘바칼로레아’ 제도는 1808년 나폴레옹 1세가 도입한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치러온 국가적 행사다. 바칼로레아 철학은 격조 높은 수준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 해 출제된 철학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답을 하려면 한동안 머리를 싸매야 할 정도로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등 세계 우수 대학들은 이미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교육과정을 본떠 만든 국제바칼로레아를 입학 자격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 고등학교들도 근래 논·서술 위주의 시험으로 점수를 받으면 대학입학자격을 얻을 수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정해진 하나의 답을 찾는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해 온 한국의 공교육 체계로는 국제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성찰에 비롯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2019년 대구와 제주가 외국인학교·국제학교·자율형사립고 중심으로 운영되던 IB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도입하면서 불과 몇 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2025 국제 바칼로레아(IB) 관심학교 공모’에서 도내 초·중·고 10개교가 선정됐다고 지난 8월 밝혔다. 지난 공모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경북은 대구교육대학교안동부설초등학교와 구미봉곡초등학교, 구미원당초등학교 등 초등학교 3개교와 경덕중학교(안동), 도송중학교(구미), 동산여자중학교(영주), 청하중학교(포항), 화랑중학교(경주) 등 중학교 5개교, 포항제철고등학교와 풍산고등학교(안동) 등 총 10개교가 최종 선정됐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을 위해 올해까지 스위스 IB 본부에 지급한 예산이 24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구시교육청을 제외하면 IB 학교로 인증받은 학교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IB 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 규모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학급에 쓰일 예산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및 내신 등급제 전환 내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대학처럼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기존의 짜진 시간표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고 진로를 개척하기 위한 취지다. 전 과목 절대평가인 중학교 내신과 달리 고등학교 내신은 상대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기존에는 예체능·과학탐구실험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통·일반선택과목에 상대평가(9등급제)를 적용하고, 진로선택과목 등 일부 과목에만 절대평가를 실시했다. 그러나 현재 중3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 진로선택과목과 융합선택과목(사회·과학 교과 9개 과목 제외)에도 상대평가를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9등급제가 아닌 5등급제로 변경된다. 과목 평가결과에는 절대평가(A~E)와 상대평가(1~5등급) 점수가 함께 기재된다. 내신 평가가 9등급제에서 5등급제가 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상위 4%에서 10%로 늘게 된다. 상위 10%는 1등급, 그 밑으로 24%는 2등급, 그 밑으로 32%는 3등급, 그 밑으로 24%와 10%는 각각 4, 5등급을 받게 된다.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수능 실시 2028학년도 수능(대학 수학능력 시험)은 영역별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시험을 치게 된다. 현재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구분되는 국어·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 없이 동일한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탐구 영역에서도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현재 대입 수험생들은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17개 과목 중 계열 상관없이 최대 2개를 골라 시험을 보고 있다. 그러나 2028학년부터는 사회·과학탐구 영역 응시자 모두 동일하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응시하게 된다. 직업탐구 영역도 선택과목제를 폐지해 공통과목인 `성공적인 직업생활`을 응시하게 된다. 한국사와 제2외국어, 한문은 기존과 같다. 입시전문가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통합형 수능 시행으로 변별력이 낮아질 수 있어 정시에서 교과 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이 증가할 수 있다"며 "현재 중3이 고교에 입학하면 고교 내신 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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