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2024 국회 국정감사 학점을 `D-`로 평가한 가운데 지난 25일 국감이 막을 내렸다.
26년간 국정감사 활동을 평가해 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모든 상임위에서 이재명 대표 수사·재판,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감사가 아닌 수사를 하듯 하는 정쟁 국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민생 위주의 질의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상당수 의원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피감기관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답변을 끊거나 호통을 치는 등 의원 자신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일부 의원들은 손가락질에다 당신이란 호칭과 반말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더더욱 가관은 "인마(임마), 저 자식" "입 닫아" "기생집인가" 등 욕설과 막말이다. 시정잡배보다 못한 `난장판 국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1명이 혼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정회 중에 "XX,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직무대행을 향해 "직원이 쓰러진 와중에 `사람 죽이네`라고 하느냐, 저 자는" "임마(인마)" "저 자식"이라며 손가락질을 이어가자, 김 직무대행이 "임마? 이 자식? 지금 뭐 하자는 건가"라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렸던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도 화젯거리다.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김우영 의원은) 말씀 좀 가려서 해달라. ‘저런’이 뭡니까?”라며 “위원님도 존경받아야 할 인격자죠. 여기있는 공직자도 존중받아야 할 인격자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은 “지금 누구입니까”라며 “김 의원에게 ‘당신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왜 끼어드나. ‘낄끼빠빠’라는 말이 있다. 낄 때 끼고 빠질 데 빠져야죠. 타이밍 잘 보고”라고 최 이사장을 겨냥했다.
지난 10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질의 시간에 뒤에 앉아 있던 기재부 공무원들을 향해 "뒤에 졸지 마라. 아까 자료를 요구했을 때도 웃는 간부가 있질 않나, 졸 것 같으면 나가라. 나가서 자고 오라"고 나무랐다.
그러나 지난 24일 국회 과방위 종합감사에서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한 MBC 제3노조 강명일 위원장이 표현의 자유 등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강 위원장을 퇴장시킨 최민희 위원장은 5초 동안 소리 내어 계속 웃었다. 최 위원장은 "허탈해서 웃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7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과방위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 후 인사 대신 먼저 악수를 청한 후 최 위원장과 악수를 한 후 자리로 들어가자 최 위원장은 소리 내어 웃었다. "증인들께서는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과 함께 무려 14초간 계속 웃음을 이어갔다.
의원 자신이 웃으면 괜찮고 피감기관 관계자나 증인이 웃으면 안된다는 억지 주장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국회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관계자 등을 불러 감사하는 것이지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수사하듯 고압적 태도에 취한데 대해 피감기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0월 15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공방을 벌였으나 오 시장은 “피감기관의 장이 무슨 죄인이냐”며 대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신정훈 위원장이 발언 기회를 주지 않고 야당 의원들이 태도를 문제 삼자 “아니 피감기관장이 죄인입니까”라며 “국감하러 오셨으면 피감기관장의 설명을 들으셔야죠”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에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깐족댄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 의원에 “의원님 표현이 과하시네요. 깐족대다뇨. 제가 깐족댔냐. 피감기관장이 요청드릴 수 있는 내용을 요청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야당을 향해 “깐죽이 뭐냐”며 항의했다.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의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선동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존중을 받고 싶다면 피감기관을 존중해야 한다. 피감기관 공무원들은 죄인이 아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자식도 아니다. 피감기관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속 소리 지르고 비웃고 하는 권한을 누가 국회의원에게 주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