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당선 무효형 확정판결을 계기로 주민들이 직접 뽑는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속 정치적 놀이터`가 되지 않기 위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일보가 최근 현행 교육감 직선제 선출 방식에 대한 자체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700명 중 93%가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 중 가 51%로, 가 42%로 각각 나타났다. 는 6%에 불과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2006년 교육감 직선제 전환 후 조희연 전 교육감까지 4명의 서울시교육감이 모두 선거와 관련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중 3명은 중도하차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서거석 전북교육감, 임종식 경북교육감, 신경호 강원교육감도 선거 관련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거액의 선거비용이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의 공천과 정당의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 후보자 개인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후보자들은 극심한 자금난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법정 선거비용은 득표율 15%가 넘으면 전액을, 10% 이상이면 반액을 각각 보전받는다. 하지만 선거 전에는 자금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개인적으로 조직을 갖춰 선거를 치러야 하고, 선거에 필요한 자금도 후보자가 마련해야 한다. 선거구도 1개 시·도로 광범위해 후보자 개인이 선거운동을 각 시·군·구에서 만족스럽게 펼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연히 조직이 클수록 선거운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직은 그냥 갖춰지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나 당선 후 각종 보답 약속(?) 등이 주어져야 가동될 수 있다. 물론 후보자의 공약과 인물이나 능력이 마음에 들어 조건 없이 도와주는 유권자도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이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광역 시·도에서 지지자를 규합하고, 조직적으로 선거전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선거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교육감 후보가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조직을 어느 정도 갖춘 1선·2선의 현직 교육감과 대결한다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기`처럼 힘들어 당선 가능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교육감선거에 정당 공천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일부 유권자는 현직 교육감이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공천자로 착각할 수 있다. 그래서 한번 교육감에 당선되면 3선을 무난히 채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새로 도전하는 후보자들은 현역 교육감의 3선이 끝날 때까지 아예 기다리는 것이 마음 편할지 모르겠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역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발해 교육 자치를 실현하려는 취지로 2006년 도입됐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동시에 치르는 다른 지방선거에 비해 관심이 낮아 보수와 진보의 조직력 싸움이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 각각 후보 단일화가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당 공천제`, `시·도지사 임명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직선제`, `제한적 직선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직선제 폐지나 개선은 곧 민주주의 퇴행과 직결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당 공천제`, `시·도지사 임명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직선제` 등은 하나같이 정당과 관계되므로 정당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이 불투명해진다.
특히 교육감의 막대한 예산권과 인사권, 교육적 영향력을 활용하겠다는 정당의 공천 장악이 작용하는 한 교육자치의 순수한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지금껏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후보들이 정당 조직을 등에 업고 불법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면 정당의 입김을 덜 받도록 하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현수막과 유세차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등 저비용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들도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하는 등 교육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직선제를 폐지하고, 학부모나 교육행정가 등이 참여하는 제한적 직선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감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이 잘못하더라도 일부 학교 교장은 자신의 인사권자인 교육감을 의식해 학부모와 맞서는 교사를 오히려 나무할 수도 있다.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교육감 선거를 두 번 해보니 재선이나 3선으로 가는 상황은 인지도도 높아지고 한 일에 대한 평가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처음 진입하는 교육감의 경우 시민들 입장에서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변화는 필요하나 아직 대안은 없다"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유권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급격히 관심이 떨어지는데,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모두가 동의하는 교육감이 탄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