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크다고 공부 잘 하나?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가방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학교 밖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에 중독돼 있는데 교과서까지 디지털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초 3·4학년, 중1, 고1 학생을 대상으로 도입하는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2028년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찬성하는 학부모는 10명 가운데 3명에 불과했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6~30일 조사한 결과 정책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은 30.7%로 집계됐다. 특히 학부모들은 디지털 기기의 과의존과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사들은 더욱더 부정적이다. 초·중·고교 교원 1만9667명을 상대로 지난 7월 23∼31일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동의한다’는 12.1%에 그쳤다. 정부가 졸속으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은 지난 7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학생들이 일상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데, 학교에서까지 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청소년의 지나친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내부에서 진행한 초·중·고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력 약화, 거북목 유발, 정서발달 저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스마트 기기 과의존에 대해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교사도 잘 모르는데 학부모들은 더 모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자칫 이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 방식도 우려를 제기됐다. 이미 3~4년 전부터 학교에는 3~6학년을 대상으로 보급된 태블릿 PC가 존재하는데, 이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선 한 교사는 "태블릿 PC로 수업할 때마다 학생 2~3명은 PC를 못 쓰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태블릿이 인식을 못 하거나 20여 명의 학생이 동시에 접속하면 오류가 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지난 5월 ‘초·중등 디지털 인프라 개선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생과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AI 디지털교과서 수업을 보조하고 디지털 기기를 관리하는 ‘디지털 튜터’를 양성·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디지털 튜터는 교육부에서 예산이 내려오면 학교 측에서 직접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소규모 도시에서는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되면 학생들은 가방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은 교내에 설치된 사물함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경우 책가방에 많은 것을 넣지 않아도 돼 과거 무거운 `고생가방`으로부터 다소 해방됐다고 볼 수 있다.
책가방은 몸무게의 10%를 넘을 경우 신체균형이 틀어지거나 구부정한 허리에 배만 앞으로 나오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려면 가방 무게는 체중의 10% 미만이어야 한다.
1990년대는 학생들의 무거운 가방무게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996년 대전시 학생들의 책가방 평균 무게는 초등학생 4.18kg, 중학생 6.1kg, 고교생 7.57kg으로 조사된 바 있다. 교육계에서는 주입식교육의 병폐이자 학생들의 성장발육을 막는 주원인으로 보고 ‘책가방 없는 날’을 실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