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던 이라크전(戰) 당시 MBC TV 화면에서 "바그다드에서 이진숙입니다"라는 멘트를 기억하는 시청자가 있을 것이다. 2003년 당시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서 미군의 공습을 실황 그대로 보도해 "살아 있는 기자"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았던 이진숙 국내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가 지난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MBC 사장은 위험천만한 종군기자로 가겠다던 이진숙 기자를 계속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기자는 여성의 몸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이라크 전쟁터로 뛰어들어 남자 기자도 선뜻 가지 못한 전장(戰場)에서 목숨 걸고 기자의 사명을 다해 여성 종군기자로 이름을 떨쳤다. 이기자는 승리의 `이기자`였다. 1987년 MBC에 입사한 이진숙 위원장은 문화부·사회부·국제부 등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1990~1991년 걸프전 특별취재반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1961년 성주군 월항면 안포리에서 태어난 이진숙 위원장은 고향에서 월항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아버지를 따라 대구로 이사해 신명여고와 경북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그 후 대구 지역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1년 6개월간 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MBC 기자 공채에 합격해 언론의 길을 걷게 된다. 2005년 국제부장, 2006년 워싱턴 특파원, 워싱턴지사장 등을 거쳐 2015~2018년 대전MBC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9년 10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고, 2022년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에 출마하기도 했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언론특보와 시민사회 총괄본부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유례없이 지난 24일~26일 3일간 진행된 가운데 방통위 직원이 과로로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탈탈 털린 제과점 법카 결제 "빵문회",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상한 뇌 구조", 정동영 의원의 "한국의 괴벨스" 등 온갖 모욕과 조롱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절제와 인내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전 종군기자답게 승리를 이끌어낸 `여전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과 신념을 지키는 강인한 모습으로 기울어진 언론 환경을 바로잡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1일 방통위원장에 취임하자마자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6명에 대한 선임 안건, KBS 이사회 추천 7인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이러한 여권 우위 구도는 MBC 사장 교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 첫날 절차를 무시한 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강행했고,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탄핵의 핵심 이유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무고 탄핵"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2인 체제 원인은 야당몫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탓"이라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중독증은 단 하루도 탄핵을 끊지 못할 만큼 금단현상이 극에 달했다. 국정에 대한 폭력이자 테러"라고 규정했다. 야당이 방통위 관련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실제 상정돼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에 대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빠른 시일 내에 헌재에서 탄핵을 기각시킬 것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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