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는 청문회가 아니라 조롱과 모욕이 난무하는 `벌 주기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지난 21일 국민의힘 불참 속에 국회 법사위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은 사법기관 수사 후 미진한 부분에 대해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아직 수사 중인데도 특검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며 법안을 강행하고 나섰다.
야당은 특검법 처리에 앞서 국방부와 해병대, 대통령실 관련자들을 법사위로 불러 청문회도 열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장은 이날 수사 중인 것을 이유로 증언 선서와 답변을 거부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키는 등 `슈퍼 갑질`로 청문회 진행을 일관했다.
이 전 장관이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자기 말에 토를 달았다는 이유로 퇴장을 명령했다.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의미”라고 명분을 달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게 무슨 입법청문회인가? 청문회는 중요한 안건을 심사하거나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증인 등을 출석시켜 증인을 청취하는 것이다.
상당수 국민은 해병대원 죽음의 원인을 확실히 규명하고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내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입법청문회는 "무법천지" "모욕적 언행 난무" "왕따를 만들고 집단 폭행을 가하는 학교 폭력을 보는 듯" "벌 주기 쇼" "인기 영상, 숏폼을 만들기 위한 졸속 청문회` 등 온갖 비난의 봇물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저질 코미디 같은 청문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진상 규명보다 강성 지지층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 위한 `쇼`를 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한민국 군(軍) 모욕 사태가 1170년 8월(고려) 수염을 불태운 사건의 피해자인 정중부 등의 무신정변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했다.
1144년, 섣달그믐 밤, 나례가 벌어지던 도중 내시(군주의 최측근 관료)였던 김돈중이 견룡대정 정중부에게 촛불을 들이대 오랜 시간 공들여 관리한 그의 수염을 장난삼아 태워버렸다. 당시 문신들이 무신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중부는 바로 노발대발하며 김돈중에게 욕설을 퍼붓고 때렸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 김부식(삼국사기 편찬자)은 아들을 혼내거나 정중부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가문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불같이 화내며 정중부를 처벌하라고 인종에게 대놓고 요구했다. 정중부를 아꼈던 인종이 몰래 그가 도망칠 수 있도록 배려해서 흐지부지됐으나, 이 일을 계기로 정중부는 김부식 일가에게 큰 원한을 품게 된다.
놀고먹기를 매우 좋아하던 고려 의종 임금은 신하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노는 걸 좋아했다. 이런 가운데 김돈중의 실수로 무신 한 사람의 말과 그의 말이 부딪히면서 그 무신의 화살통에 있던 화살이 튕겨나갔다. 그런데 하필 의종 앞에 꽂히는 일이 벌어진다. 의종은 저격수의 암살미수인 걸로 오해한 채 사색이 되어 범인을 찾았고,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걸 안 김돈중이 자기가 살겠다고 무신 여럿을 희생양으로 삼아 결국 최세보를 비롯한 무신 몇몇이 유배형에 처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무신들과 김돈중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이후 1170년 8월 수염 방화사건의 피해자인 정중부는 사건이 발생하고 26년 만에 다른 무신들과 합심하여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무신정변으로 무신(武臣)이 정권을 잡아 `무인시대`를 연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 24일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을 향해 “대한민국 국군이 만만한가”라며 “군인들이 당신 같은 사람들을 지키고 있다는 것에 울분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은 이날 “정청래 위원장은 군대 갔다 왔는가? 민주당 독단으로 진행한 입법청문회를 보면서 민주당 정청래 위원장과 법사위원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는지 눈과 귀를 의심했다”며 “청문회에서 해병 순직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군인들을 불러 세워놓고 갑질, 막말, 협박, 조롱을 일삼은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위원장은 군 면제를 받았다.
대한민국 국회 해병대 전우회, 덕성회, 해병대특수수색대연합회 등 100여 개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지난 27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해병대 100만 예비역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어떤 단체는 `정청래 체포조`라는 명칭을 붙이고 국회로 쳐들어가려다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또다시 우리나라에 `군사혁명`이나 `군부쿠데타` 같은 정변(政變)이 일어나야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적 쇼`가 끝날 수 있을까?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