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갓 태어난 아기 붓다가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일곱 걸음을 걸은 뒤 외쳤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는 전승(傳承), 즉 전해오는 이야기다. 막 태어난 아기가 걸음을 걷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초기불교 경전에도 그런 기록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말을 `하늘 위와 하늘 아래서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데 그쳐 정작 "중생 모두가 부처(각자·覺者·깨달은 존재)"라는 석가모니의 메시지를 간과하기 쉽다.
일부 문헌에는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삼계개고 아당안지`가 이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이다. 이 말은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니 온통 괴로움에 휩싸인 세상(중생)을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라는 뜻이다.
이는 한역자(漢譯者)가 빨리어 경전을 근거로 `三界皆苦 我當安之`를 뒷부분에 첨가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붓다밤사(佛種姓經)의 수기를 반영한 절묘한 번역이라는 주장도 있다. 빨리어는 산스크리트어(범어)에 비교해 속어 또는 사투리라고 불리는 쁘라끄리뜨의 하나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는 "천상천하 유아위존 요도중생 생로병사(天上天下 唯我爲尊 要度衆生 生老病死)"(대정장 T1, 4중)라는 말씀이 나온다. 이는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귀하다. 요컨대 나는 중생들을 생로병사에서 구할 것이다’라는 의미다. 『아함경』은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한 설법을 구전에서 문서화해 모은 초기 경전이다. 장아함경(長阿含經)은 이름 그대로 아함경 가운데 긴(長) 내용들을 따로 엮어 만든 경전이다.
흔히들 아함경을 초기불교 문헌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함경은 `부파 불교의 문헌`이다. 불교는 석가모니 입멸 후 약 100년간 단일 교단으로 이어졌다. 이 시절의 불교를 `초기불교` 또는 `원시불교`라고 부른다. 약 100년이 지난 뒤부터 계율과 교리의 해석 문제로 승단이 분열해 `부파불교`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갈라진 다양한 부파의 여러 승려가 전승한 경전을 모은 것이 아함경이고, 장아함경은 아함경 이후의 경전이다.
한문이든 빨리어든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 첫마디의 공통점은 중생을 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문자에 얽매이면 ‘우주에서 인간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는 부처님의 진의를 알 수 없다. 선가(禪家)와 세속가(世俗家)에서 `견지망월(見指忘月)`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중요한 본질인 `달`은 보지 못하고 중요하지 않은 `손가락`에만 집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문자와 기록은 손가락에 해당하며 달을 보기 위한 수단인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면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기 쉽다. 불가의 깨달음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말이나 글에 의존하지 않는다. 즉, 불립문자(不立文字),, 염화미소(拈華微笑)다.
따라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문구에 갇히지 말고 부처님의 참된 메시지에 귀기울여야 한다. ‘하늘 위와 아래서 나를 존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오직 나 스스로 혼자뿐이다`로 해석하면 자구(字句) 해석을 넘어서서 앞뒤 모든 의미가 자연스레 연결된다.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도 고통 받는 중생 모두에게 내가 마땅히 평안과 구원을 주겠다라고 받아들이면 무난하다. 빨리어 불경에서도 부처님은 탄생 시 "나는 세상에 광명을 비추고, 고통과 번뇌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모든 중생이 부처라는 말이 있다. 화엄경은 부처님은 모든 중생이 부처님과 같이 일체 만법의 근본인 자성(自性)을 깨칠 수 있는 무한하고 절대적인 능력인 지혜 덕상, 즉 자아경(自我經)을 지니고 있으나 분별 망상에 가려서 성불하지 못할 뿐이라고 선포했다.
백천만겁(百千萬劫) 속에서 이 땅에 온 부처님은 이 세상이 이미 구원됐는데 중생이 삼독(三毒), 즉 욕심·분노·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번뇌에 가려 이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무명(無明)에 가려 깨닫지 못하고 고통의 바다에서 계속 허우적거릴 수는 없다.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부처(부처는 覺者, 즉 깨달은 자라는 뜻)가 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되자.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