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은 2019년 세계 기네스협회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긴 야생화 트레일`로 인증받은 도보 순례길이다. 도보 순례의 새로운 기준이 된 둘레길의 진원지다. 2004년 `생명과 평화`를 구호로 길을 나선 지리산 순례자들의 제안으로 탄생해 도보 여행의 효시가 돼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고개를 넘고 숲길을 지나 마을과 마을을 이어가며 지리산을 순례한다. 3도(전남·전북·경남), 5개 시·군(남원·구례·하동·산청·함양), 20개 읍·면, 100여 개의 마을을 잇는 295㎞의 대장정 도보길이다.
지리산 주변의 마을길, 농로길, 강변길, 고갯길, 숲길, 산길 등으로 이어져 서로 다른 길과 길이 만나는 순례길이다. 둘레길 주변의 섬진강 풍광도 맑고 아름답다.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의 부부송(夫婦松·부부소나무)도 만날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산 정상을 비켜 가지만 둘레길을 걷다 보면 지리산의 장엄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천왕봉(1915m)·반야봉(1732m)·노고단(1507m) 등 준봉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20여 개의 능선 사이로 수려한 계곡들이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불리는 지리산 종주가 꿈이라면 지리산둘레길 전 구간을 도보로 완주하는 것을 권한다. 국내 많은 둘레길이 있지만 지리산둘레길은 구간마다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 뒤돌아보면 없는 듯 있는 길로 이어져 `도보여행 1번지`로 자리 잡았다.
이순원 소설가는 "바야흐로 걷기여행의 열풍이다. 전국의 수많은 숲길과 탐방로들 가운데 여기 소개하는 지리산 둘레길이야말로 도보여행 자들에겐 축복과도 같은 길이다. 우리가 소처럼 오래 길을 걷는 것은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생각의 힘, 사고의 인내력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두 발로 자연 속을 출발하여 나에게 닿는 여행이다"라고 주장했다.
박남준 시인은 "크고 작은 길이 있다. 새들이 날아가는 하늘길이 있으며 나무가 대지에 뿌리박고 한 뼘, 한 뼘 허공을 당겨 나아가는 길이 있다. 성현들이 걸어간 향기로운 길이 있으며 구도자들이 걸어간 영혼의 길이 있다. 우리 곁에 지금 어떤 길이 놓여 있는가. 아스팔트를 질주하는 길이 있으며 너와 나를 분별하고 물질만능을 부르짖는 끝없는 경쟁과 속도를 최선이라고 여기는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인가. 작은 들꽃과 나무와 새들의 노래가 나를 명상으로 이끄는 길, 여기 생명의 노래로 가득 찬 길 안내서가 있다"며 지리산둘레길을 시로 읊었다.
지리산둘레길은 2008년 4월 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휴천면 세동마을을 잇는 20여㎞ 구간을 시범 개통한 뒤 조금씩 구간을 늘려 2012년 현재의 22개 구간 295㎞ 둘레길이 완성됐다. 도보로 완주하려면 짧게는 2주, 길게는 3주가 걸린다.
도법 스님은 지리산둘레길을 로 일갈했다. 지리산을 걷는 것은 다른 곳을 걷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난다. 단순한 산행이기보다는 자기자신과 끊이없이 대화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을 걷는 `수행(修行)`이나 다름없으리라. 그래서 이 길은 순례길이고 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인생의 수행길은 직선 코스가 아니라 이다. 수행자는 순례를 하면서 느낀 감회를 글로 남겨도 좋을 것이다. 혼자 가면 길이지만 함께 가면 역사가 되듯이 글이 모이면 역사에 남을 책이 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들 지리산둘레길 22개 구간 탐방 중부지역단`은 지난 3월부터 개인, 지인, 가족 단위 등으로 지리산둘레길 참가자를 모집해 월 2회 주말에 탐방을 떠난다.
신종식 중부지역단장은 "백세시대를 맞아 높은 산에 올라가는 힘든 등산보다는 둘레길 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탐방단은 부자(父子)가 손을 잡고 평소 못다 한 대화를 나누며 정답게 둘레길을 걷는다"고 말했다. 관광버스에서 음주가무가 없는 것이 좋아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 걸음씩 모이면 길이 되고, 뜻이 모이면 길이 열린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순례길!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지리산둘레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