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 나훈아가 데뷔 58주년 맞아 은퇴를 선언하고 전국 순회 공연에 나선다. 나훈아는 지난 2월 27일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LAST CONCERT) 콘서트` 개최를 알리고, 가수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나훈아는 공연 일정과 함께 올린 인사말에서 "고마웠습니다! 여기까지 왔다. 한발 또 한발 걸어온 길이 반백년을 훌쩍 넘어 오늘까지 왔다"며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라고 적었다.
그는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라는 문구로 마무리하면서 이번 전국 투어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훈아는 "긴 세월 저를 아끼고 응원해 주셨던 분들의 박수와 갈채는 저에게 자신감을 더하게 해주셨고, 이유가 있고 없고 저를 미워하고 나무라고 꾸짖어 주셨던 분들은 오히려 오만과 자만에 빠질 뻔한 저에게 회초리가 되어 다시금 겸손과 분발을 일깨워 주셨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올해 77세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황`인 나훈아는 1966년 노래 `천리길`로 데뷔해 `잡초`, `갈무리`, `무시로`, `울긴 왜 울어`, `영영`,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이들 히트곡은 모두 본인이 작사·작곡했다. 나훈아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은 800여 곡이고, 현재까지 발표한 곡만 2800여 곡에 달할 정도로 그의 58년은 오로지 노래를 위한 시간이었다. 신(神)은 한 사람에게 재능과 외모, 성격 모두 좋게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훈아는 작사면 작사, 작곡이면 작곡, 노래면 노래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하게 대중이 쉽게 공감하는 히트곡을 냈다.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가황(歌皇)`으로 기록될 것이다.
나훈아는 자신과 우리나라에 대한 자존심과 자긍심도 대단하다. 그는 대한민국 트롯 100년을 기념하는 시상식으로 2020년 10월 마련된 ‘2020 트롯 어워즈’에 유명 가수로 유일하게 불참했다. 당시 이미자, 하춘화, 남진,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김용임, 주현미, 김수희, 진성, 조항조, 장윤정, 김혜연, 신유 등이 대거 출연했다. 나훈아는 KBS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대한민국 트롯 100년을 기념하는 시상식에 나훈아가 빠져 아쉬움을 표시한 팬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나훈아의 ‘2020 트롯 어워즈’ 불참이 시상식 이름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트롯’이라는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나훈아는 2004년 칼럼을 통해 ‘트롯’이나 ‘뽕짝’ 대신 ‘아리랑’이라 부르자고 제의했다. 그는 2005년 MBC `나훈아의 아리수` 공연에서도 “우리의 전통가요를 트롯의 일본식 발음 `트로트`로 부르는 것은 말도 안된다. 앞으로 ‘아리랑’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 바 있다.
황제는 아무데나 나타나지 않는다. 가요계 황제 `가황` 나훈아도 잊을 만하면 가끔 공연을 통해서만 팬들을 만난다. 세월도 그를 비켜가는 것 같고 무대 밖 사생활도 거의 노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신비스럽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에게 신비주의는 최고의 유혹 방법이다. 스타는 저 높은 하늘 어둠 속에 숨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잠시 도피할 수 있는 꿈이어야 한다. 이러한 스타 나훈아가 무대에서는 팬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바쳐 열창하기에 관중도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훈아는 `만인의 스타`인 동시에 `신화적 스타`인 것이다.
나훈아(본명 최홍기)는 부산시 초량동에서 선원이었던 부친 최영석 씨의 2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수가 되려고 결심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당시 부모는 아들이 가수되는 것을 반대했다. 아버지는 나훈아가 법조인이 되기를 바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훈아는 “가수가 되려는 꿈을 끝까지 말린다면 영도다리 밑에 풍덩 빠져 `풍덩대학`에 가버리겠다”며 어머니를 협박해 상경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집안에서 버린 자식 취급을 받은 것이다.
서라벌예고에 진학한 나훈아는 지인 사무실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힘든 무명가수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오아시스레코드 사무실에 사환으로 들어간 그는 마루를 닦고 작곡가들에게 세숫물까지 떠다 바치는 고단한 생활을 감내하면서 영양실조에 걸렸을 만큼 배고픈 시절에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의 사촌동생인 가수 나진기는 2020년 10월 KBS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당시 인기를 끌었던 나훈아의 `테스형`을 언급했다. 나진기는 "(나훈아) 형님이 큰아버님 산소에 가서 테스형을 만들었다"며 "노래에서 테스형을 부르지만, 사실은 아버지를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테스형 2절에 `소크라테스형`이 나오는데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지칭하지만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등의 가사는 나훈아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법조인이 아니라 전무후무한 가황으로 자리매김한 아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팔순에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2022년 `드림 55` 투어를 펼쳤고, 지난해 12월에도 연말 콘서트 `12월에`를 펼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훈아는 마지막 콘서트 `고맙습니다`를 오는 4월27일 인천을 시작으로 청주(5월11일), 울산(5월18일), 창원(6월1일), 천안(6월15일), 원주(6월22일), 전주(7월6일)에서 펼쳐진다.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다.
나훈아 공연 4월 티켓 예매 일정을 보면 ▶4월 9일 창원 ▶4월 16일 천안 ▶4월 23일 원주 ▶4월 30일 전주 순이다. 나훈아 콘서트는 단 몇 분 만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예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예매 시간 전에 미리 예매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유리하다. 스마트폰(모바일)보다는 개인 컴퓨터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 브라우저에서 `팝업 차단`을 해제해야 한다. 팝업이 차단돼 있으면 예매 사이트에서 뜨는 팝업창이 제때 오픈되지 않아 티케팅 시간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매 결제 방식은 카드 결제가 아닌 무통장 입금을 권한다. 카드 번호를 입력하거나 인증하는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카드 정보를 입력하다가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예스24(www.yes24.com) 회원가입을 해두는 것도 예매 당일 시간을 아끼는 방법 중 하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사전행사로 열린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 나훈아의 참여를 원했으나 그는 불참했다. 나훈아는 일정을 핑계로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가적으로 아무리 중요한 행사라도 자신이 내키지 않으면 가지 않는 `가왕`(歌王)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훈아는 일정을 핑계로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의 지나친 사전 검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북한은 `한 많은 대동강`,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6·25 전쟁이나 북한 지명이 들어간 노래는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는 평양 공연이 끝난 직후 열린 콘서트에서 "다 밝힐 수 없지만, 이래라저래라하고 간섭하는 것이 싫다"며 "평양공연을 하면 북한당국으로부터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서 북한 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은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나훈아는 심수봉을 가수로 데뷔시킨 장본인이다. 가수 심수봉이 2012년 2월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해 나훈아의 눈에 띄어 가수의 길로 접어들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심수봉은 "1975년에 학비를 벌려고 호텔에서 노래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우연히 그곳에 온 나훈아 씨가 내 노래를 듣더니 `이 사람 아니면 누가 가수를 하겠느냐`며 가수의 길을 강력하게 추천해 주었다"고 말했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는 "보통 나훈아를 속칭 ‘가황’이라고 부른다. 노자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이유는 자신을 낮춰 아래로 흘렀기 때문이다.(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세월이 흘러도 남북한 사람 모두가 나훈아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밑바닥 서민의 희로애락을 평생 노래로 불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에게 은퇴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라고 밝혔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