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에 따른 의사 몸값이 치솟으면서 의대 쏠림현상이 심화돼 `의대 공화국`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의대생을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응급실 내원이 어려워지면서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을 찾아달라"는 구급대들의 요청이 급증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현실성을 얻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고3이 의대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 방침은 의과대학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재학생 등은 물론 직장인도 의대에 가기 위해 수능 재응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신입생 3606명 중 6%를 넘는 225명이 1학기에 휴학했다. 2019년 70명에 불과했던 첫 학기 휴학생은 2020년 96명, 2021년 129명, 2022년 195명으로 급증했다. 학원가에서는 이들이 서울대를 보험 격으로 등록하고 의대,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약학대학에 재도전하기 위해 `반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반수(半修)는 대학교에 다니다가 중간에 하는 재수를 하거나 대학교에 입학만 한 상태로 하는 재수를 말한다.
이는 의사 소득이 많은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국 개원 의사 연 소득은 평균 3억2000만원,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는 1억8000만원 수준으로 근로자 평균 소득의 7.6배, 4.4배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위기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의과대학 졸업생 가운데 3명 중 1명은 본교 소재지와 다른 권역에서 인턴 수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지역 소재 의대생들은 90%가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의대 졸업생 3만230명 중 타 권역으로 이탈해 인턴 과정을 거친 의사 수는 33.9%인 1만25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의 타지역 이탈이 두드러졌다. 지난 10년간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은 448명이 배출됐는데 이중 411명(91.7%)이 다른 곳에서 인턴 수련을 마쳤다. 강원(73.7%)과 제주(71.7%)도 지역별 이탈률이 높지만 인천 소재 의대 졸업자의 이탈률은 2%로 가장 낮았다. 서울(2.5%)과 경기(3.7%)도 낮은 이탈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방 소멸 시대가 아니라 진정한 `지방 시대`를 열려면 이제라도 `극약 처방`이나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서울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가 지난해 9월 `지역의료의 혁신을 통해 지방시대를 연다`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지역 의료 인프라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현장 우려가 쏟아졌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포항세명기독병원 한동선 이사장은 "지역 의료기관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력이 나가도 후임을 구할 수 없고 점점 나빠지고만 있다"고 했다. 700병상으로 포항 최대 규모인 포항세명기독병원조차 "지역의료를 책임지겠다고 말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서울의대 가정의학교실 정은경 교수는 "지역 소멸은 결국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돈을 대 민간 부분을 부양하거나 공공병원을 설립해 최소한의 필수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며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지역 소멸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 강대희 센터장은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대학과 기업, 지자체와 시민이 모이는 새로운 균형 발전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센터장은 "30년 뒤 한국 지자체 50%가 사라진다고 한다. 합계 출산율은 전 세계 최하위고 내후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지역 소멸은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고 우리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새로운 의료 기술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지역 맞춤형 사업을 수행하겠다. 지역 특화 바이오 산업도 육성하겠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 양성과 조직 개편, 제도 개선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