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더 많이 숙인다. 세계 무대에서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 특히 AI(인공지능) 시대에 인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능과 기술로 AI와 대결하면 인간은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AI에게 참패할 것이다. 2016년 3월 세기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딥 마인드의 인공지능인 알파고에게 패하면서 AI 기술이 세계인에 집중 조명된 바 있다. 몸은 아니지만 머리로 맞붙는 이세돌과 바둑 AI 로봇 알파고의 대결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승리했다. 몸으로 하는 스포츠 등에서도 AI가 인간을 제압할 날이 머지않았다. 탁구, 골프, 축구 등에서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2월 골프공 테스트용으로 제작됐던 골프 로봇이 보여준 골프 실력은 이미 `골프 황제` 우즈를 뺨치는 수준이었다. `축구의 신` 메시는 로봇 골키퍼와의 페널티킥 대결에서 진땀을 뺐다. 실제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 외에 다른 포지션의 기술력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공을 막는 능력은 `거미손`이 따로 없었다. 탁구 로봇 역시 막강한 실력으로 인간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러한 인공지능 로봇시대에 인간이 스포츠 등에서 AI 로봇에게 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 적이다. AI 로봇은 스포츠 기술력도 인간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체력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는 인간이 AI에게 추월당하는 시대에 인간은 AI보다 열등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인간의 위대함과 존엄성이 위협받은 이 시대에 인간성(인성), 개성(個性), 자기동일성(identity)을 잃어버리면 인간은 AI 로봇과 다를 게 무엇인가? 자기동일성(自己同一性)은 타인과 구별되는 한 개인으로서 현재의 자신은 언제나 과거의 자신과 같으며 미래의 자신과도 이어진다는 생각을 가지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본성이다. `자기동일성`이야말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을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인간과 AI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AI 로봇이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고, 체력도 더 강하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인 인성까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다. 첨단기술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인간만의 능력과 매력이 빛을 발해야 한다. 인공지능 로봇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 인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강인(22) 선수보다 9살이 많은 손흥민(31) 선수의 부친 손웅정 씨는 축구선수 출신이고 축구 지도자다. 훌륭한 선수가 되려면 기본기와 인성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아들을 가르쳤다. 손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결정적 골을 넣고 온 국민이 환호할 때 아버지는 "흥민이는 아직 월드클래스가 아니다. 겸손한 자세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다. 그러나 이강인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 전날 지난 6일 저녁 식사 시간 주장인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탈구되는 상처를 입었다. 이강인이 이날 손흥민에게 하극상을 일으킨 원인은 지난 3일 호주와의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손흥민이 얻어 낸 페널티킥을 차고 싶어 했으나 손흥민에게 거부당하고 자진해서 나선 황희찬에게 기회가 돌아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강심장` 황희찬이 결정적인 골을 넣어 대한민국의 승리로 이끌었다. 어쩌면 어린 이강인은 자신이 국가대표팀에서 손흥민보다 주목받는 샛별 같은 스타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이강인은 다음날 열린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전방 좌측에 있는 손흥민 등에게 볼을 패스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적진 3명 안으로 볼을 몰고 가다가 볼을 빼앗겨 결국 실점을 하게 된다.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자신감이 넘치고 당돌했던 이강인은 2021년 7월 제32회 도쿄올림픽 8강전에서 탈락할 때도 형들을 향해 반말로 따지기도 했다. 네티즌과 국민은 "이강인의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라. 군대 보내고 집에서 탁구나 치게 하라. 운동선수는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양아치가 된다"라는 내용 등을 SNS에 올려 이강인에게 분노를 폭발하고 있다. 이강인은 2022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축구 금메달리스트로 정우영, 홍현석, 설영우, 박규현, 엄원상, 백승호, 송민규 등과 함께 병역 면제를 받았다. 이강인은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강인을 광고 모델로 쓴 아라치치킨은 이강인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해 홈페이지에서도 이강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내렸다. KT도 이강인을 모델로 한 프로모션 광고 포스터를 내렸다. 하지만 국민의 분노는 쉽게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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