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폭넓게 해제하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농지에 수직농장을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포함한 농지 규제 개선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 주도로 추진하는 전략사업(지역전략사업)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을 줄이지 않은 채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게 한다. 지역전략사업의 범위는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국무회의 등 심의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환경평가 1·2등급지는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허용되지 않았는데, 비수도권 지역전략사업의 경우 환경평가 1·2등급지도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환경등급 평가 체계도 완화한다. 현재는 6개 환경평가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이더라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등급을 조정하는 개선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또한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에 등록된 모든 규제에 일몰제를 도입해서 정기적으로 존속 여부를 결정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중복됐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일괄 해제할 수 있도록 통합심의 절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계획관리지역 중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이 확보된 곳은 공장 건폐율을 현행 40%에서 70%까지 완화하고, 생산관리지역에서 환경오염이 적은 경우 300㎡ 미만 휴게음식점 설치를 허용한다.
이밖에 공장 준공 이후 용도 지역이 변경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10년간은 준공 당시의 허가 기준대로 증축을 허용하고 계획관리 지역 내 숙박시설 입지 규제를 철폐해 관광 수요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은 이번 방안 추진에 필요한 지침 개정은 3개월 이내에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농지에 건축물 형태의 수직 농장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수직농장은 인공적으로 환경을 제어해 외부 환경과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 규격의 농산물을 연중 생산하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특히 전체 면적의 16%가 그린벨트인 칠곡군은 윤석열 정부의 20년 만에 전면 개편되는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칠곡신문은 그동안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3개 시·군 중 최대 피해지역인 칠곡군이 발전하려면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나 시장·군수에게 대폭 이양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잇따라 보도한 바 있다.
칠곡군 그린벨트는 1972년 8월 처음 지정된 동명면이 전체 면적의 57%인 36.4㎢가, 지천면은 40%인 35.8㎢로 지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50년간 피해를 호소해 오고 있다.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3개 시·군(칠곡·경산·고령) 중 칠곡군 그린벨트 면적이 72.3㎢로 가장 넓다. 이는 칠곡군 전체 면적 450.9㎢ 중 16%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 전체로 보면 칠곡군 그린벨트 면적은 경산시 22.4㎢와 고령군 20.1㎢를 합한 42.477㎢보다 29.779㎢가 더 넓어 대구광역시 인접 경북도(칠곡·경산·고령) 그린벨트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칠곡지역 그린벨트는 2006년 20호 이상 집단취락지구(그린벨트가 시행되기 전에 형성된 마을)에 해당하는 지천·동명면 28개 마을 124만5,000여㎡가 해제된 데 이어 2013년 1,000㎡미만 경계선 관통 대지 5만8,916㎡와 1개 마을(20호 이상 집단취락지구) 2만8,950㎡가 해제된 것이 전부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처음 도입했다. 당시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됐고, 그 결과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들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돼 그린벨트로 지정된 녹지 지역은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는 긍정적 기능을 했다.
그러나 칠곡군의 경우는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될 당시 칠곡군은 칠곡읍 전역이 대구시 북구로 편입됐다. 이곳 대구 칠곡은 현재 대구 북구 절반을 차지하는 인구 20만 명이 넘어선 도시로 발전했다.
일각에서는 대구 칠곡이 대구시의 무분별한 도시팽창 지역이 됐기 때문에 대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기 위한 칠곡군 동명·지천면의 그린벨트는 대폭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인구를 보면 2010년 251만2,000여 명에서 2015년 248만8,000여 명, 2019년 243만8,000여 명, 올해 8월 현재 237만2,000명으로 계속 감소해 도시가 팽창하기는커녕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수를 비롯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그린벨트를 풀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거 넘기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수도권 이외 지역의 시도지사가 직접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규모가 최대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50년 전 인구증가에 따른 도시(대구시)의 무분별한 팽창이 진행되던 1970~1980년대가 지나간 지 벌써 반세기나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50년이면 강산이 5번이나 변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린벨트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만큼 칠곡군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빗발쳐도 권한 밖이라며 해제를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정부로 더 대폭 이양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지역 실정에 맞게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지방자치가 실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은 이를 감안해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과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고 지난 2월 7일 밝혔다.
최근 3년간(2019~2021) 전국에서 해제된 그린벨트 면적 47㎢ 중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수도권은 39㎢에 달했으나 비수도권은 8㎢ 수준에 머물렀다.
시·도지사가 그린벨트 해제 시에도 국토부 사전 협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해 기업유치와 지역 현안 사업들을 적기에 시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런 현실을 반영해 시·도지사가 직접 해제할 수 있는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규모를 기존 30만㎡에서 100만㎡로 약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국토균형발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정희용 의원이 이번에 대표로 발의한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해 비수도권의 경우 그린벨트 중 해제 가능 물량 범위 내에서 시·도지사가 지역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정희용 의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발전 격차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며 "이번 개정안으로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위임해 지방소멸 대응과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고령군 다산면(20.069㎢)과 칠곡군 동명면·지천면(72.2㎢) 일대에 장기간 묶여있던 그린벨트 해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