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후보 공천 결과 국민의힘은 친박(친박근혜)을, 더불어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을 각각 원천배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비명(비이재명)계 학살` 공천의 가늠자로 꼽히는 친문계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공천배제)했다.
민주당은 이어 지난 29일 친문계인 홍영표(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4선 의원과 안민석·기동민 의원도 컷오프한다고 발표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비명계 홍영표 의원에게 경선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을 두고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김영주·이수진·박영순·설훈 의원은 공천 과정에 불만을 품고 이미 탈당했다. 설 의원은 "40년 활동한 당을 떠난다"며 "민주당은 민주적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으로 변모됐다"고 강조했다.
새로운미래(공동대표 이낙연)는 민주당 탈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삭줍기`에 나서 세를 불리고 있다. 비명계 박영순 의원은 지난 27일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민주당 공관위로부터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후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4선·서울 영등포갑)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거듭된 요청을 수용해 3월 4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공천 갈등을 겪고 있는 거대 양당을 `탐욕경쟁`, `취업전쟁`이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의지도 능력도 없는 기성 정치인, `여의도 고인물`을 집으로 보내자고 역설했다.
친박계 이완영 전 국회의원(고령·성주·칠곡)과 뇌물수수로 유죄판결을 받고 사면복권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6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서류심사에서 각각 탈락시켰다.
사면복권을 받은 이완영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으로는 벌금 500만 원을 받았고, 무고로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공관위 서류심사 부적격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의신청을 하겠다"며 처음에는 반발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을 통해 아쉽게 탈락하고, 저처럼 예측하지 못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승리를 위해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양당 모두 공천 불복과 잡음이 심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부디 화합하는 것이 총선 승리의 길이며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이 지난 17일 국민의힘 단수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정 의원은 "성심을 다했던 지난 4년 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잘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차분하게 본선을 준비하면서 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경환 4선 의원(경산)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절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친박 실세`로 국민의힘 공천을 포기하고 아예 무소속으로 4·10총선에 뛰어들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경환 후보는 대구경북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경산에서 현역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단수 추천된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격돌이 전망된다.
현재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 달서갑의 국민의힘 공천 방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구는 홍석준 의원(초선)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유 변호사가 경선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친박 중에서 유 변호사를 유일하게 챙기는 박 전 대통령이 부담스러워 국민의힘이 아직도 공천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구에서 개최한 회고록 북콘서트에서 자신의 옆에 유 변호사를 패널로 앉혀 정담을 나눠 `유영하 변호사를 위한 출판기념회`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유 변호사를 제외하고는 이번 총선 출마자들은 공식적으로 초청되지 않았고, 북콘서트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4·10총선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