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띠, 청룡의 해다. 갑진년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41번째 푸른색의 `갑(甲)`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나 청룡(靑龍)의 해인 것이다. 전설에 용이 도를 깨우치면 비늘의 색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해 청룡이 된다고 한다.
소재학(미래예측학자) 동국대학교 교수는 "용은 희망적인 변화를 상징하기에 청룡의 해 대한민국은 희망을 향한 변화와 변혁의 시기이고, 혼란을 극복하며 피어나는 `희망의 꽃봉오리`로 표현할 수 있다"면서 "비록 대립과 갈등, 혼란은 있지만 그 속에서도 화합과 재도약을 위한 희망적인 기틀이 마련되는 해"라고 지적했다.
소 교수는 "제22대 총선을 치르는 올해 4월 10일은 `갑진(甲辰)년 무진(戊辰)월 갑진(甲辰)일`로 희망과 변화를 상징하는 `진(辰)`의 용이 3마리 겹치는 날이다. 이는 극심한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갑진년 청룡의 해에 태어난 필자는 오는 4월 10일 갑진(甲辰)년 무진(戊辰)월 갑진(甲辰)일 진시(辰時·오전 7시~오전 9시)에 투표할 예정이다. `진(辰)`의 용이 4마리나 겹치는 일시(日時)기 때문이다. 아니 필자가 용띠니 용이 5마리 겹칠지 모르겠다.
▶올해 2월 4일 이후 출생자가 갑진년 `청룡의 띠`
그런데 2024년 1월 1일부터 2월 3일까지 태어난 아이는 청룡띠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2월 4일 이후에 태어나야 갑진년 청룡띠가 된다는 것이다. 사주명리(四柱命理)에서 입춘을 한 해의 시작점, 즉 설날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입춘은 2월 4일이다.
입춘(立春)은 24절기 가운데 첫번째다.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위치한다.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음력 1월에 해당하며, 새해를 상징한다. 농경사회에서 농사의 기준이 되는 첫번째 절기로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김일권 교수는 "띠는 바로 태양의 위치를 따라 매기는 시간 요소 이어서 24절기 중 1년의 시작 절기인 입춘을 기준으로 바뀐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태어나면서 가지는 띠를 대부분 사람들은 음력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전통달력은 음력이라기보다는 정확히 태음태양력이다. 이는 달의 변화도 반영하고, 태양의 변화도 동시에 반영한 것이다. 달의 위치는 음력 날짜로 표시하기로 했고, 태양의 위치는 24절기로 나타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갑자(甲子)로 시작해 계해(癸亥)로 끝나는 60간지
천간(天干) 또는 십간(十干)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를 이른다. 지지(地支) 또는 십이지(十二支)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다.
간지(干支)는 천간(天干)의 간(干)과 지지(地支)의 지(支)를 딴 것이다. 육십갑자(六十甲子)란 천간 10개와 지지 12개를 순서대로 조합해 만든 간지 60개를 말한다. 매년 순서대로 천간과 지지를 조합하면 갑자(甲子)로 시작해 계해(癸亥)로 끝나는 60간지가 구성된다. 산술적으로 천간 10개와 지지 12개를 결합하면 120개(12×10) 조합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천간과 지지는 짝수와 홀수로 조합하지 않고, 짝수는 짝수끼리, 홀수는 홀수끼리 조합하는 결과 최대 조합은 60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도는 60간지, 즉 60년의 단위를 1갑자(甲子)로 부른다.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은 1갑자를 돌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의 천간은 색을 의미하고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개 지지는 동물을 상징한다.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이다. 이러한 오행(五行)의 색은 우주 만물 변화의 다섯 기운인 목(木·나무), 화(火·불), 토(土·흙), 금(金·쇠), 수(水·물)의 오행에 따른다.
갑을(甲乙)은 무성하게 솟아나는 푸른 나무(木)와 풀 같은 청색이며, 병정(丙丁)은 불(火)처럼 내리쬐는 태양 같은 적색이다. 무기(戊己)는 대자연의 광활한 대지와 땅(土)의 황색이고, 경신(庚辛)은 보석과 제련된 금속(金) 같은 백색이다. 임계(壬癸)는 계곡과 연못 및 검푸른 바다 등 큰물 같은 흑색이다.
따라서 갑진년(甲辰年)은 무성하게 솟아나는 나무(木)처럼 생명력을 지닌 푸른 용, `청룡(靑龍)의 해`다. 용띠 해는 청룡(靑龍), 적룡(赤龍), 황룡(黃龍), 백룡(白龍), 흑룡(黑龍) 등 오행에 따라 용의 색상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갑진년은 청룡의 해, 병진년(丙辰年)은 적룡의 해, 무진년(戊辰年)은 황룡의 해, 경진년(庚辰年)은 백룡의 해, 임진년은 흑룡의 해가 된다. 일각에서는 흑룡은 역사적 근거가 희박한 신조어로, 시류에 영합한 상술이므로 임진년 `흑룡의 해`는 일반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였다. 왜 검은 토끼라고 했을까? 계묘년의 `계(癸)`에 해당하는 색이 흑색(검은색)이고 `묘(卯)`가 토끼인 조합이기 때문이다.
▶동양 용은 입에 여의주, 서양 용은 입에서 뜨거운 불길
우리나라의 경우 그림으로 전하는 용의 대다수는 거의 갑진(甲辰)의 청룡이 차지한다. 최고의 벽화인 고구려 무용총의 고분 벽화와 평양 근교의 고분 벽화에는 청룡도가 전한다. 용은 선사시대부터 고대인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숭앙 되던 신화적 동물로 동방(東方·동쪽)을 상징한다. 포효하듯 크게 벌린 입에서는 붉은 기운이 강렬하게 뻗쳐 나와 진취적이며 활달한 고구려인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열두 띠를 구성하는 동물 중 유일하게 현실에 없는 것이 바로 용(龍)이다. 동양은 용이고, 서양은 드래곤(dragon)이다. 용과 드래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날개다. 동양의 용은 날개 없이 긴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구부리면서 난다. 그러나 서양의 용은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닌다. 동양 용 몸통에는 짧은 다리와 매서운 발톱이 붙어 있지만 서양 용은 길고 튼튼한 다리가 4개나 있어 날지 않을 땐 땅을 딛고 서 있다. 동양 용은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으나 서양 용은 입에서 뜨거운 불길을 내뿜는다.
비늘은 동양의 용에서만 볼 수 있다. 바로 용린(龍鱗)이다. 용린은 81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붙어 있는 비늘이 `역린(逆鱗)`이다. 한비자(韓非子) `세난편(說難編)`에 따르면 용은 순한 동물로 길을 잘 들이면 사람이 탈 정도로 온순하나 역린을 건드리면 건드린 사람을 끝까지 쫓아가 죽인다는 `역린지화(逆鱗之禍)`라는 고사가 있다. 역린은 `임금의 노여움`이란 뜻도 있다.
▶동양의 용, 자비·길조 및 왕을 상징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다. 비와 바람, 구름을 지배하는 물의 신(水神)으로 숭배되는 중요한 대상이다. 또한 동양에서 용은 신성한 영물로 자비와 길조의 상징이다. 제왕의 위력이나 지상의 수호신 역할을 담당해 오기도 했다. 덕분에 용은 왕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앉던 평상 `용상(龍床)`, 임금이 입던 정복 `용포(龍袍)`, 임금의 얼굴을 높여 이르는 `용안(龍顔)` 등에서 용은 바로 왕이다.
용이 나타난 설화를 바탕으로 생긴 지명은 용산(龍山), 용강(龍江), 용연(龍淵), 용담(龍潭), 구룡소(九龍沼), 구룡포(九龍浦), 용정(龍井), 용천(龍川), 용포(龍浦) 등이다. `용산(龍山)`과 `용` 자가 들어간 지명은 전국에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지형이 용의 형상을 닮았다고 알려졌거나 왕이 행차했던 지역에 의례적으로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은 지명의 유래가 최소 900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1102년(고려 숙종 7년) 풍수지리를 관장하던 관청인 서운관에서는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 일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용산도 후보지 중 하나였다고 한다. 풍수학자들은 용산(龍山)의 지세가 용의 머리와 닮아 궁궐이 들어설 만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한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청사를 이전한 것도 이러한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청룡의 해인 2024년은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현 정부의 남은 임기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받는 중요한 해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높은 지위에 올랐을 때 겸손과 소통을 모르면 실패를 면치 못한다는 의미다. 공자(孔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초심을 잃게 되고,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라고 했다. 서울과 용산(龍山)의 용이든, 지방의 용이든 너무 높이 올라 땅에서 신음하는 서민들을 볼 수 없는 권력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