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의 남자`, `윤석열 직할 핵심` 등으로 회자되면서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으로 대통령 권력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된 결과 이들의 갈등이 조기에 봉합된 것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친밀한 관계 이상임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한 책위원장과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점검한 뒤 전용열차로 함께 상경했다.
한동훈은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냐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녔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누구에게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는 맥락상 `윤석열에게 맹종한 적이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 위원장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분명히 밝힌 것은 그가 윤석열이 아니라 `공공선(公共善)`이 자신의 판단기준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도 여주지청장 시절인 2013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 후 그는 실제로 사람(박근혜·문재인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현안에 대해 직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나 형성할 수 없는 수평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검사 시절 어려움을 함께해온 선후배이자 파트너로서 남다른 관계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사퇴가 부각되는 등 위기 국면에서도 지난 21일 "한동훈은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후배였다. 내가 오죽하면 신뢰와 지지를 철회한다는 말까지 했겠느냐"라며 한 위원장과 깊은 신뢰 관계를 드러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동훈과 윤 대통령과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한동훈은 정말 번개 같은 사람이다. 저도 24시간을 가지고 있고 그도 24시간인데, 24시간을 어쩌면 저렇게 번개같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면서 지역을 돌아다니는지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4·10 총선이 있는 해로 윤석열 정부의 운명이 걸려 있다. 윤 정부 집권 중반기를 심판하는 총선 결과에 따라 안정적 국정 기반을 얻느냐, 아니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지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1973년생으로 강남 8학군,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 합격, 최연소 검사장과 최연소 법무부 장관 등의 타이틀은 엘리트 중 엘리트이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비주얼까지 더해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완결판`이라는 호평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예전에 인물을 선택하는 표준과 조건으로 身(신수), 言(언변), 書(문필), 判(판단력)의 네 가지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목한 최고 지도자는 경제부흥으로 국민을 잘살게 한 탁월한 리더십과 역경을 극복한 감동 스토리가 있는 박정희 대통령 같은 지도자다. 그런데 `신세대 정치인` 같은 한동훈의 등장으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젊고 참신하며 스마트한 이미지로 국민적 호감도를 높이 사고 있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새로운 인물 한동훈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측면도 있다. 나아가 국민을 위한 `정책과 정치 실종`은 물론 싸움만 하는 진영 간 `대결 정치`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법무부 장관 시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동훈의 촌철살인의 순발력, 화려한 언변 등으로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았다. 한동훈은 당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에는 말로’, ‘기(氣)에는 기로’ 맞섰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한동훈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상당수 젊은층과 보수층은 계속되는 한 위원장의 이러한 참신성을 보고 쾌감과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한동훈은 전혀 다른 새로움이다. 예를 들어 문국현·안철수·문재인·이재명·윤석열 등은 모두 `익숙한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비여의도 출신의 신인이지만, 오래전부터 언론에 노출된 구형 신인이다. 그런데 한동훈은 신인인데 익숙한 구석은 안 느껴지고 전혀 낯설다. 도덕성과 윤리성에서 높이 평가받고 상대방이 반격할 엄두를 못내는 논리로 무장돼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도 곳곳에 배어 있다. 한동훈 현상은 자기 자녀들을 한동훈처럼 키우고 싶다는 `워너비(wannabe)`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에 대한 관심은 국민적 관심이 아니라 보수 쪽의 관심이라 본다. 윤 대통령은 캐릭터 측면에서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팬덤이 없는 이유다. 그러나 한동훈은 다르다. 강남 우파, 70년대생, 조선제일검, 유창한 영어실력, 준수한 외모 등 한동훈 캐릭터는 보수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친윤(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을 포함한 9명을 4·10 총선 후보자를 심사할 공천관리위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앞서 공천관리위원장에는 판사 출신의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임됐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한동훈)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회의에서 정 공관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공관위 인선을 의결한 바 있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당 공천이 당락을 좌우한다. 대구경북 일부 국회의원 출마예정자들은 오는 4·10 총선를 앞두고 벌써부터 공천의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는 한동훈 위원장에게 바짝 다가가고 있다.
국민의힘 이완영 예비후보(고령·성주·칠곡)는 지난 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 힘 대구경북 신년회`에서 한동훈 위원장과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예비후보는 "소멸되어 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정부의 획기적인 농축산분야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농촌진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 예비후보는 2018년 7월 제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배정받아 의정활동을 펼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2선 의원 시절 당시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위원장과 인연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완영 예비후보는 한 위원장이 요구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지난달 29일 이미 선언했다. 이 예비후보는 "저 이완영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밝힌 선민후사의 시대정신에 공감하며 실천하겠다. 이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한다"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한동훈 위원장이 제시한 금고형이상 확정시 재판기간 동안 세비를 반납할 것도 서약했다. 이 예비후보는 "국회의원을 해본 사람으로서 특권의식에 젖지 않고 소신을 다해 책임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예비후보는 제26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후 공직생활을 시작해 대구지방노동청장, 노동수석전문위원을 거쳐 고령·성주·칠곡지역구 제19대·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예비후보는 "힘있는 3선이 되면 국회 상임위원장은 물론 당 대표나 원내대표에 나서 대구경북의 발전과 잘사는 주민을 위해 큰 정치를 하겠다"며 ▶폭탄급 국비 확보로 주민숙원사업과 지역 기반시설 등의 조기 해결 ▶신공항 이전에 따른 대기업 유치와 자영업 살리기 ▶낙동강 관광벨트 조성, 스마트팜 확대 등으로 지역경제·관광·농업의 활성화 ▶민생 안정과 각종 단체 보조금 지원사업 등 실질적인 주민 혜택 예산 대거 투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정희용(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당시 한동훈(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주변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가짜뉴스에 대한 근절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희용 의원은 "저는 민주주의 근본인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진실을 가리는 가짜뉴스 제작 유포는 근절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십니까?"라고 묻자 한 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저는 이런 가짜뉴스가 정상적인 국정운영 수행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도 넘은 스토킹이다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장관님께서 일명 술자리 괴담 가짜뉴스의 피해자이시지 않습니까? 누구보다 가짜뉴스의 피해를 잘 아실 텐데 법무부 차원에서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대책을 따로 수립하신 게 있으신가요?"라고 질의했다.
한동훈 장관은 이에 대해 "꼭 법무부 차원의 문제는 아니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면 될 문제인데요, 저는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엄정하게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짜뉴스의 유포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에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지난 6일 칠곡군교육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가진 의정보고회(`정희용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진솔한 토크콘서트`)에서 "4년 전 고령·성주·칠곡이라는 대지에 정희용이라는 나무를 주민들께서 손수 심어주셨다. 단단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쉽게 흔들리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지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든든하게 떠받칠 수 있는 뿌리 깊은 거목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정 의원은 점자법 개정안,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그린바이오산업육성법 등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률로 제정됐을 때와 지역 발전을 위해 힘들게 노력했던 예산이 확보됐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밝혔다.
4·10총선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