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는 최고의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을 목격한다. 박목월 시인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나는 국내에서 있었던 최고의 사례로 든다.
1952년 한국전쟁이 채 끝나지 않고 모두가 어려울 때 박목월 시인은 여대생 제자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버리고 제주도로 사랑의 도피를 한다. 명예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자리도 다 버리고 초여름 제주도로 도망갔는데, 10월경 박목월 시인의 아내가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온다. 보통의 경우 옳고 그름 접근법을 써 간통으로 고소하든지 여대생 머리채를 낚아채고 분풀이를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내는 생활비에 보태라며 돈 봉투를 주면서, 손수 만든 두 사람의 겨울 솜옷외투도 내미는 것이었다. 그리고 말없이 떠났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두 연인의 동거관계의 즉각적 종료였다. 두 사람은 슬피 헤어졌는데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박목월 시인은 그 후 평생 가정에 충실했다고 한다.
만약 본부인이 간통죄로 법적 조치를 취했었더라면 시원한 복수는 했을지 모르나, 결혼생활, 가정은 파탄 났을 것이다. 머리채 낚아채고 실컷 두들겼더라도 두 연인의 사랑과 동거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부부는 법적절차를 밟아 갈라섰을 것이다.
상식을 초월한, 소위 일상적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용서, 관용, 배려, 이해에 바탕을 둔 감동의 접근법은 하버드 로스쿨, 비즈니스 스쿨에서 권하는 의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최고의 접근법이다. 은 갈등분규의 진정한 해결·해소를 가져온다.
박목월 시인은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았고, 여대생 연인은 다시는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비록 사랑의 기억은 강렬히 남아있었다 할지라도···
2002년경 중앙일보 `남기고 싶은 이야기` 칼럼에 실렸던 박목월 시인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나는 협상학 강의 도입부에서 갈등분규의 네 가지 접근법을 소개하는 바, 그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옳고 그름에 바탕을 둔 접근법 ②힘에 바탕을 둔 접근법 ③원하는 것에 바탕을 둔 접근법 ④감동에 바탕을 둔 접근법
우리 인간들 대다수(통계로 보면 70%)는 을 택한다. 그러나 파이 나누기의 상충하는 세 가지 기준(기여한 만큼 가져가기, 평등하게 나눠 갖기, 필요한 만큼 가져가기)이 강력히 존재하기에 이 접근법은 많은 경우 협상 결렬로 이어지거나, 설사 합의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갈등분규는 밑에 깔려 계속 존재하는 상황을 도출하여, 궁극적으로 갈등분규 해소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갈등 당사자 간의 진정한 합의도출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때, 종종 을 쓰게 되는데 그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협상결렬은 물론이고 소위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현상을 야기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하버드 로스쿨의 로저 피셔 교수를 시작으로, 진정 연구가 출범하였고 지금 세계를 이끌고 있다.
김철호 전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