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의 소신 있는 행정인가, 독선 행정인가? 최근 홍 시장이 경북도 일부 시·군과 마찰을 빚고 있어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다.
홍시장은 지난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군부대 이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같은 해 11월 대구시와 국방부, 이전대상 군부대 등이 첫 회의를 열었다. 당시 칠곡군과 의성군·군위군·영천시·상주시 등 5개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대구시가 신공항 화물터미널과 관련해 느닷없이 군부대 이전 방향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군부대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의 이전후보지 논의를 더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유치 운동을 벌였던 칠곡군 등은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용역 결과 화물터미널은 군위군에 배치되는 안이 나왔다. 항공물류단지가 조성될 의성군의 경우 이장연합회와 주민 등 600여 명이 지난달 6일 "화물터미널 없는 물류단지와 신공항 조성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의성읍에서 상여 시위를 벌였다.
홍 시장은 "상여 메고 시위하는 것은 판 깨자는 것"이라며 "군부대 이전은 의성군 사례에서 보듯이 대구시가 통제 가능한 지역으로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대 이전지 신청을 받지 않고 대구시가 합참(합동참모본부)과 의논해 자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화물터미널 유치 불발로 반발하는 의성군을 길들이기 위해 군부대 이전 사업 재검토를 언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지난달 13일 열린 제10회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 개막식에서 "군부대 이전은 국가 안보를 결정하는 중요 사업인데, 이를 신공항 화물터미널 입지와 연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홍 시장을 직격했다.
김 군수는 “대구 군부대는 대구시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방패인 만큼 군부대 이전 논의가 정쟁과 지역 이기주의 도구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며 "상식적이지 못한 논의가 계속된다면 호국의 도시 칠곡군은 자존심을 걸고 군부대 이전 후보지 선정에서 자진해서 철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신공항 화물터미널 입지를 둘러싸고 대구시와 의성군 간 갈등이 커지자 `수송전용 화물터미널`과 `민간공항 수송 화물터미널`을 분리해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0일 이와 관련해 "경북과 대구가 싸울 필요 없이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