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2023 새만금 잼버리` 인재(人災)로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시달린 국민을 더욱 열받게 하고 있다. 이번 잼버리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 `예산 빼먹기 잔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잼버리 담당 공무원이 개막 한 달 전 `이유를 막론하고 (잼버리 행사가 진행되는) 12일 동안만 버티게 해 달라. 공무원 수백명이 날아가게 생겼다`고 야영장공사업체에 호소한 대로 몇 명의 공무원이 날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시부터 김제시를 거쳐 부안군까지의 섬들을 연결하는 방조제로 형성된 육지 같은 개펄이다. `새만금(萬金)`은 김제(金堤)·만경(萬頃) 평야를 `金萬평야`로 일컬어 왔던 `금만`이라는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든 신조어다. 필자는 잼버리 사태가 터진 후 새만금의 이러한 지정학적 분석보다는 `돈(金)`에 입각한 해석을 내놓았다. 새만금(萬金)에서 `만금(萬金)`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많은 돈(천만금·千萬金)을 말한다. 이에 따라 `새만금`을 풀이하면 `새로운 거액`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지명에서부터 새로운 거액의 돈 냄새가 났다면 풍수지리적으로 지나친 해석일까? `나랏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이고, 남들이 눈먼 돈을 먹을 때 못 먹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나만 깨끗할 수 있을까?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도 `이기적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그들과 똑같이 눈먼 돈에 손댈 수 있기에 남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침 이슬처럼 사라진다. 하기야 인간은 망각의 존재인 만큼 잼버리가 2년 뒤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 잼버리` 대회 때가 되면 `새만금 잼버리`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된다 타율성론(他律性論)에 따르면 한국의 역사가 자주적인 역량이 아닌 중국·몽고 등 북쪽과 남쪽인 일본의 외세 간섭과 영향을 받아 타율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나아가 타율성론에 근거해 조선인은 타율적 규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법령에 의한 규제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필자는 한국인의 타율성을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이번 `새만금 잼버리` 사태, 지난 7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등 잇따른 대형 사고가 연중행사처럼 발생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러한 타율성론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타율에 길들여진 한국인에게 자율성과 자유를 부여하면 이러한 참사와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으리라. 강력한 법(法)으로 다스려야 하고 법을 어길 경우 엄벌에 처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실례로 국고 손실 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실이 5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손실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를 철저히 수사해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공직자에게는 `국고 등 손실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니 `국고 등 손실죄`를 현행보다 훨씬 강화해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필벌의 무서움을 보여 줘야 공직자 등의 `도덕적 해이`는 사라질 전망이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낡고 썩은 법을 그대로 둔다면 국가는 쇠망하고 사회는 타락하고 백성은 고통으로 신음한다"고 했다.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韓非子』(한비자)에는 "늘 강한 나라도 없고 늘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드는 것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國無常强無常弱 奉法者强則國强 奉法者弱則國弱)"라는 구절이 나온다. 또 “법이 시행되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法之不行自上犯也)”라는 내용도 있다. 한비자는 낡은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달리는 유가(儒家)의 입장을 잘못으로 보았다. 정치제도란 시대 상황에 따라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회는 도덕이나 감성이 아니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그에 부응해 사회·정치제도도 조정되고 바뀌어야 한다고 것이다. ◆싱가포르, 세계에서 법 집행이 가장 강한 나라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법 집행이 가장 강한 나라 ▶1인당 실질국민소득 세계 3위국 ▶국가청렴지수 세계 3위국 ▶세계3대 청렴부국이 된 것은 초대 총리 리콴유 덕분이다. 리콴유 총리는 "부패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생존의 문제이다. 반부패 정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굴복시켜야 한다"며 1960년 2월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부패방지 전담기관 탐오조사국에 강력한 수사권과 사법권을 부여했다. 탐오조사국은 세계 최초 부패전담 독립기관으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부패사건을 샅샅이 파헤치는 부패전담기관이다. 싱가포르 검찰과 경찰은 탐오조사국 활동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친다. 1989년 `부정축재몰수법` 통과로 법원에 부패사범들이 획득한 각종 재산을 압류하고 동결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 법은 1999년 `부패이익몰수법`으로 강화됐는데, 부패 혐의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도 부패 수입을 대를 이어 전액 몰수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싱가포르 국회는 1993년 스스로 국회의원의 뇌물 수수죄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두 가지 형벌을 병과하는 가중처벌 조항을 추가 규정했다. 이는 일반인의 뇌물수수죄보다 형사책임이 훨씬 무겁다. 국가 지도층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모범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등의 저급한 정치논의를 할 필요조차 없다. 오로지 청렴하고 보다 잘사는 싱가포르를 위해 정치권이 혼연일체가 되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눈먼돈 빼먹기 `새만금 잼버리` 등을 놓고 여야가 매일같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소모적인 정쟁(政爭)으로 일관하는 한국의 `삼류 정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눈먼돈 70조원 정도는 세금 내는 국민에게 돌려줘야 우리나라 예산은 2017년 400조5000억원, 2018년 428조5000억원, 2019년 469조6000억원, 2020년 513조5000억원, 2021년 555조8000억원, 2022년 607조7000억원, 2023년 638조7000억원이었다. 예산 규모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민생문제 해결과 시급한 주민숙원사업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은 1170억원을 쏟아부은 새만금 잼버리처럼 `국민 혈세`가 도둑질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월 6일 "3년간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1만2천여개 민간단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865건 314억원 규모의 부정사용 알려졌다"며 "수법도 횡령 리베이트 수수, 사적사용, 서류조작, 내부거래 등 부조리의 집합체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5년 2018~2022년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총액이 30조75억에 달한다는 규모도 나왔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관리감독이 엉망이었던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의 전면적 개편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통해 "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이렇게 아낀 재원은 약자 복지 등 우리사회 정말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취약계층에게 보다 두터운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 그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가 예산을 어디에 시급히 투입해야 하나? 우선 중증질환·필수의료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는 곳에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경증보다는 중증질환·필수의료 혜택 확대를 바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래건강네트워크는 지난 6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이 원하는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국민 5039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이같이 공개했다. 조사 결과 소득과 관계없이 최근 1년 동안 경증질환 치료 대비 중증질환 치료에 5.7배를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7.9%는 암,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신약(新藥)에 대한 건강보험을 신속히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건강네트워크의 강진형 이사(가톨릭대 의과대학 종양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건강보험이 전반적인 보장률 강화보다는 생명 위험을 줄이고 비용부담을 줄이는 중증질환 필수의료 중심으로 보장을 확대해야 하는 것의 국민적 동의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눈먼 나랏돈은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혈세 1조원을 투입했으나 무용지물이 된 재난안전통신망 같은 각종 국책사업에 대한 국회 예산심의 강화로 정부 예산을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곳 위주로 편성·승인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매년 이자 비용만 4조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공기업을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게 만들어야 한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오는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되면 12월 2일까지 국회 심의를 거쳐 예산이 확정될 예정이다. 세금을 내는 만큼 원하는 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는 국민과 민생을 위해 연간 총예산 중 10% 정도만 예산을 똑바로 편성하고 승인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65조~66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서민과 국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과 세상이 달라지리라.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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