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년)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장면을 담은 프레스코화다.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의 식당 벽에 그려져 있다. 이 수도원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마치 `최후의 만찬`에 초대된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이 작품은 장소 선정까지 주도면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는 1980년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과 함께 이 작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다빈치는 완벽한 ‘최후의 만찬’을 위해 10년간의 연구와 치밀한 준비를 거쳐 작업 시작 3년 만인 1498년 작품을 완성한다.
예수는 이 만찬장에서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하시니 그들이 몹시 근심하여 각각 여쭙되 주여 나는 아니지요 대답하여 이르시되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고 했다.
그가 바로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이다. `최후의 만찬` 벽화를 보면 오른손으로 은화 30냥이 든 돈주머니를 움켜쥔 인물로 그 앞에 엎지른 소금통이 그려져 있다. 이 장면 하나만 보더라도 다빈치는 신약성경을 꿰뚫고 있으며, 붓터치 하나하나에 성경적 내용을 토대로 스토리텔링화했다.
다빈치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하고 독특하며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곳을 가리지 않고 다니며 수많은 스케치로 고심했다고 전한다.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의 얼굴은 12명의 제자 중 가장 어둡게 그려져 있다. 다빈치는 배반하는 유다의 사악한 모습을 찾기 위해 1년 넘게 밀라노 외곽의 빈민가를 찾았다고 한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탄생한 명작이 `최후의 만찬`이다.
다빈치는 왜 유다 앞에 엎지른 소금통을 그렸을까? 예수가 최후의 만찬장에서 "너희 중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고 하자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유다가 소금통을 엎지른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불길한 징조로 보인다. 이전에 예수는 산상수훈을 통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라고 가르친 바 있다.
예부터 소금(Salt)은 `밥값`으로 해석되기도 할 정도로 중요했다. `그는 밥값을 못한다`를 영어로 하면 ‘He is not worth his salt`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를 소금과 교환했다. 로마시대 군인들에게 매일 소금 한 줌씩을 배급해 주었다가 언제부터 소금을 살 수 있는 돈을 주었다. 여기서 월급을 의미하는 ‘샐러리(Salary)’라는 단어가 생겼다고 한다. 샐러드(Salad)의 ‘Sal-’도 Salt(소금)를 의미한다. 모두의 어원이 `Sal-`이다.
소금은 변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신뢰와 우정, 명예의 상징으로 사람과 동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게 의학계 정설이다.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이다. 나트륨은 혈관 속으로 수분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혈액 내의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서 혈관 속으로 수분을 끌어들이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고혈압과 뇌졸중, 만성 신부전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나트륨을 하루 2000mg(소금 5g, 티스푼으로 한 스푼) 이하로 섭취하고, 칼륨이 함유된 식품을 충분히 먹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때 세계 상위권이었던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행한 `2022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소비량은 2011년 4831mg으로 세계보건기구 권고량의 2.4배 수준이었지만, 2020년 기준 3220mg으로 30% 이상 감소해 미국 3346mg, 영국 3340mg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많은 다수의 연구에서 명백하게 많은 나트륨(4.5~5g 이상)을 먹으면 심혈관 질환 사망과 총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너무 적은 양의 나트륨을 먹어도 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30년 넘게 소금을 연구해 온 조기성 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원장은 지난해 출판한 자신의 저서 『소금의 진실과 건강』에서 저염식 식생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산업혁명 이후 개발·확산된 인공 순소금인 정제염이 문제”라며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 죽염 등 천연 소금은 과도하게 짜게 먹지 않는 한 혈압이 상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소금을 `몸이 원하는 대로` 섭취해 체내 혈액의 항상성인 소금기 0.9%, 약알칼리성인 pH 7.4를 유지하면 신장이나 혈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성 질병이나 저염식으로 인한 고질적인 질환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환 교수는 "염분이 결핍되면 단기적으로 소화액의 분비가 잘되지 않아 식욕이 떨어지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전신 무력, 권태,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땀을 다량으로 흘려 몸의 염분이 소실될 경우 적절한 염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현기증, 의식혼탁 등 육체적 혹은 정신적 기능 상실이 일어날 수 있다. 극단적인 저염식이나 무염식은 빈혈, 어지러움,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부족한 짠맛을 단맛에서 찾는 경향이 생겨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평소 적정량의 소금을 섭취하는 식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O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2000mg)은 비빔·짜장라면 등을 한꺼번에 2개 먹으면 기준치를 넘게되는 만큼 지키기가 힘들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가 높은 비빔·짜장·볶음 라면 15개 제품을 시험·평가한 결과 평균 나트륨 함량이 1227mg으로 2개를 먹으면 하루 권장기준치(2000mg)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한국인은 하루 나트륨 권장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젓갈이나 장아찌처럼 소금에 절인 음식을 절제하고 라면이나 우동은 면 위주로 먹고 국물은 남기는 게 좋다.
짭짤한 맛이 나지 않아도 나트륨이 다량으로 들어 있는 음식을 식별해 내야 할 것이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나트륨 폭탄` 순위를 미국 건강 정보 매체 ‘에브리데이헬스(Everyday Health)’가 정리했다.
▶야채주스=명칭에서 풍기는 느낌은 건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의외로 나트륨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일부 토마토 주스는 330g짜리 한 캔당 나트륨을 무려 900mg 함유하고 있다. 야채주스는 되도록 직접 짜서 마실 것. 마트에서 구입해 먹는다면 용기에 표시된 영양 정보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핫케이크=소금빵은 이름 그대로 반죽에 버터와 소금을 넣어 만드는 빵. 소금빵 하나에는 대략 나트륨 400mg이 들어 있다. 설탕이 문제일 것 같은 핫케이크의 나트륨 함유량도 그에 못지않다. 시중에 유통되는 핫케이크 가루 100g에는 400mg에서 많게는 700mg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참치 통조림=해산물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을 튼튼하게 지키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조개류나 갑각류, 그리고 캔에 들거나 냉동한 제품을 먹을 때는 나트륨 함량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참치 캔(내용물 200g 안팎) 하나엔 나트륨이 800mg이 들어있다. 얼린 새우 85g에는 나트륨 400mg이 들어 있다.
▶파스타 소스=토마토를 갈아 넣은 파스타 소스 한 컵에는 나트륨이 무려 1000mg 들어 있다. 미트 소스는 더하다. 소시지나 미트볼도 추가로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스타를 만들 때는 귀찮더라도 시중에 판매되는 소스 대신 직접 만든 소스를 사용할 것. 잘 익은 토마토에 마늘과 바질을 곁들이면 된다. 취향에 따라서는 올리브 오일만 가지고도 맛있는 파스타를 완성할 수 있다.
▶치즈=유제품은 칼슘과 비타민 D의 보고. 그러나 숙성시키지 않은 코티지치즈나 가공한 치즈엔 소금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자연 치즈를 원료로 다른 식품이나 첨가물을 더해 만든 가공 치즈, 즉 슬라이스 치즈, 큐브 치즈, 크림치즈 등도 나트륨 함량이 높다. 혈압에 신경을 쓴다면 나트륨이 30g당 85mg 정도인 생 모차렐라 치즈나 장당 40mg 이하인 스위스 치즈 등 저염 제품이 좋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