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75)가 6·25전쟁 당시 지게 부대원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를 73년만에 건립한다. 지게 부대원들은 6·25전쟁 당시 보급품을 지게로 운반하며 국군을 지원했던 주민이다.
백 여사는 1200만원을 들여 높이 160㎝의 `다부동전투 지게 부대원 추모비`를 건립한다고 칠곡군 밝혔다. 추모비 건립은 다부동전투에서 보여준 지게 부대원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던 아버지 백선엽 장군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추진됐다.
6·25전쟁 당시 연인원 30여만명이 투입된 지게부대원 중 2064명이 전사했다. 실종자는 2448명, 부상자는 4280여명에 달한다. 1950년 8월 3일부터 29일까지 대한민국 최후 방어선인 다부동전투에서 하루 평균 50여 명의 지게부대원이 전사한 셈이다.
지게부대원들은 군번도 계급장도 없는 노무자들로, 군복을 받지 못해 무명옷 차림으로 최전방 전투지역에 식량과 탄약 등 군수품을 지게로 져 날랐다. 지게부대원들은 포탄과 식량을 40∼50㎏ 짊어지고 가파른 고지를 올랐으며, 내려올 때는 부상병을 실어 날랐다. 이들의 행동수칙은 `허리를 굽히고 앞만 보고 걸어라`이다.
지게부대의 활약상에 미8군사령관이자 유엔군사령관인 밴 플리트 장군은 "만약 지게부대가 없었다면 최소한 10만명의 미군을 추가로 파병했어야 했다"라고 회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4월 함께 참배했던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는 한국 민간인들로 구성된 지게부대원들이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들의 정식 명칭은 한국노무단(KSC·Korea Service Corps)이지만 지게 모양이 알파벳 A를 닮았다며 미군은 `A프레임 부대`(A Frame Army)라 부르기도 했다.
칠곡군은 지난 5월 30일 다부동전투 현장인 망정리 328고지 지겟길에서 지게 부대 재현 행사도 개최했다. 이날 백 여사는 주먹밥을 만들어 지게 부대원에게 전달했던 여성의 모습으로 분했고 김재욱 칠곡군수도 한복 차림으로 지게에 탄약 상자를 지는 등 당시 모습을 연출했다.
부친이 지게 부대원으로 참전했던 윤병규 망정1리 이장(67)은 학도병의 역할을 맡았다. 백 여사는 "백선엽 장군 3주기를 맞아 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지게 부대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며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숙 기자 97460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