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대표 김기현)은 지난 4월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준표 시장은 이에 "엉뚱한데 화풀이한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가는 당을 보고만 있겠느냐.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당 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홍 시장은 이어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하시는 게 어떻겠느냐"며 "문제 당사자는 징계하지 않고 나를 징계한단 말이냐"고 꼬집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과 전광훈 목사를 겨냥해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SNS에 여러 차례 글을 올려 김재원 최고위원의 친(親) 전광훈 발언을 지적했고, 이에 대한 김 대표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방 정치에만 전념했으면 한다’고 답했고, 홍 시장은 자신이 ‘당 상임고문으로서 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행정가인 동시에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이기 때문에 지금은 대구시장에 충실하면서 뚜렷한 행정성과를 거둬 성공한 행정가로서 입지를 다져야 할 때"라고 일부 지지자는 충고한다. 노련한 정치인은 평소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즐겨 쓰는 `별의 순간`에 스타로 등장한다. 정치 9단은 평소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도 말을 아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마디 던져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0일에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홍 시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생방송 전화 인터뷰 도중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집요하게 계속됐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김현정 진행자가 ‘한 장관의 총선 출마에 관한 의견’을 묻자 “나는 의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진행자가 “의견이 없으시냐?”고 재확인하자, 홍 시장은 “특정인에 대해서 나오라, 나오지 말라. 그것도 난센스인 게 총선은 총력전”이라며 “지게 작대기라도 끌어내야 할 판인데 모두 다 할 수 있으면 총력전으로 덤벼야 한다”고 했다.
다시 진행자가 물었다. “한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상징처럼 활동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도 있는데, 총선에 도움 되면 나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시장은 “그거는 내가 할 말도 아니다. 질문 자체가 그렇다”고 했다.
진행자는 재차 “아니, 총선에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그러시길래 제가 질문드렸다”고 물었다. 홍 시장은 “누구를 특정인으로 할 필요가 있느냐, 이 말이다. 원 오브 뎀(One of them·무리 중 한 명)으로 다 하면 되지”라고 답했다.
진행자는 “한 장관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홍 시장은 “말을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이 전화 끊읍시다. 이상하게 말을 돌려가지고 아침부터 그렇게 한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진행자가 “죄송하다”고 했지만, 홍 시장은 “전화 끊습니다”라고 말하곤 진짜로 전화를 끊었다.
방송 이후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마치 한 장관을 시기하는 듯한 무례한 질문을 하기에 도중에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올렸다. 홍 시장은 “총선은 총력전이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나 나가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한 장관을 찍어서 무례하게 질문을 계속하는 것을 보고 더 이야기하다가는 설화를 입을 수도 있다고 판단되어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적었다.
전화를 끊은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시장이 전화를 끊지 말고, 진행자의 계속되는 일방적 질문에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동훈 장관에 대해 지금 몇 번이나 답변했는데 왜 같은 질문을 계속하느냐? 나와 한 장관을 싸움 붙이고 차기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을 분열시켜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진행자의 계속되는 기획된 질문에 응징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홍 시장이 전화를 끊은 데 대한 비판도 받지 않고, 김현정 진행자도 더이상 그 질문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홍준표 시장은 대통령 후보답다라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독교 선교 목적으로 개국한 CBS가 이같이 편파적인 정치 방송을 하지 않도록 인터뷰 도중 전화를 끊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할 말은 끝까지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왜곡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혀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