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지난 4월 14일 조선 시대 영남 3대 반촌(班村·양반촌) 중 한 곳인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2013년 8월, 매원마을은 함께 등재되지 못해 전쟁의 아픔을 다시 겪어야 했다. 칠곡신문이 2008년 2월 `매원마을 고택, 언제까지 방치(300년 지난 한옥, 문화재 지정 서둘러야)`라는 제목으로 매원마을 고택 방치 현장을 고발하는 기사를 내보낸 지 15년만이다. 칠곡신문은 이후에도 매원마을이 국가등록문화재, 나아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돼 학문과 예(禮)를 중시해온 선비의 고장으로 되살려야 한다고 잇따라 보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매원마을 주민과 칠곡군 공무원의 뒤늦은 관심으로 경북도 문화재자료 275호였던 해은고택이 2013년 4월 경북도 민속문화재(178호)로 승급됐다. 감호당(제619호), 지경당(제620호), 진주댁(제646호), 중방댁(제683호) 등 4곳은 경북도 문화재자료로 속속 지정됐다. 감호당은 1623년 석담 이윤우 선생이 경관을 즐기며 후학을 가르치는 강학소로 매원마을의 역사적 의미가 큰 정사(精舍)다. 특히 `널영쌍창`(창틀 가운데 작은 기둥을 세운 판자로 만든 창)과 흔하지 않은 `보아지`(기둥머리에 끼워 보의 짜임새를 보강하는 짧은 부재)가 남아 있어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2월 뒤늦게 경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는 것은 `문화인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가등록문화재란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보호법 5장53조에 의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해 등록한 문화재다. 문화재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말한다. 문화재는 크게 문화재보호법 또는 시·도 문화재보호조례에 의해 보호되는 `지정문화재`와 법령에 의하여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문화재 중에서 지속적인 보호와 보존이 필요한 `비지정문화재`로 구분된다. 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분류된다. 국가민속문화재(민속마을)는 우리나라 의식주·생업·교통·교역·신앙·오락 등 양반이나 민간생활과 관련된 풍속과 관습 중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우리나라 민속마을은 2021년 7월 기준 경북 안동 하회마을(제122호), 경주 양동마을(제189호), 성주 한개마을(제255호), 영주 무섬마을(제278호), 영덕 괴시마을(제301호), 제주 성읍마을(제188호), 강원 고성 왕곡마을(제235호), 충남 아산 외암마을(제236호) 등 8곳으로 이 중 5곳이 경북도에 있다. 매원마을이 국가등록문화재에 이어 국가민속문화재 `민속마을`로 지정되면 영남의 옛 3대 반촌의 명성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원마을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면 ▶국가 차원의 홍보효과 기대(영남의 3대 반촌) ▶국비 지원(국비 70%, 지방비 30%) ▶원형을 유지하는 원칙 하에 종합정비계획에 따른 보수·정비사업 추진 등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현상변경기준은 마을 외곽에서 반경 500m 기준으로 확대돼 이 범위 안에 위치한 토지의 소유주와 거주민들의 건축행위 등은 사업 추진 시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칠곡군은 2012년 6월 매원마을 종합정비계획을 발표하고, 7800만원의 사업비로 마을공동체 민속과 주거민속의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건물복원과 신축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군은 매원마을의 옛 명성을 되찾고 전통한옥 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국가지정문화재(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단됐다. 매원마을 전통복원 사업 실적을 보면 문화재사업으로 마을 상매와 중매 마을 앞부분 일부 담장쌓기사업을 2년 동안 진행해 오다가 중도에 그쳤다. 관광개발 사업으로는 숙박체험을 하는 조건으로 6가구에 화장실과 목욕탕을 갖추는데 가구당 8000만원씩 지원됐다. 또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소득사업(희망마을사업)으로 체험관과 연밭 조성사업에 9억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소득창출은커녕 한옥 주변 경관사업 위주로 진행, 현상유지조차 어려워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매원마을 주민은 칠곡군의 매원마을 복원사업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전통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한옥이 계속 들어서 앞으로 국가지정 민속마을이 되는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주민도 있다. 매원마을은 현재 감호당(경북도 문화재자료 제619호), 지경당(경북도 문화재자료 제620호), 진주댁(경북도 문화재자료 제646호), 해은고택(경북도 민속문화재 178호) 등 4개 시·도지정문화재에 이어 창락댁, 서당, 박곡불천위사당, 이석고택, 관수재, 아산재, 용산재 등에 대해 경북도 문화재자료 추가 지정을 진행해 국가민속문화재 `민속마을`로 승격을 앞당길 계획이다. 매원마을은 17세기 광주이씨 집안의 석담 이윤우(1569∼1634)가 아들 이도장(1603∼1644)을 데리고 이주한 뒤, 이도장의 차남 이원록(1629∼1688)이 뿌리를 내리면서 집성촌을 이뤘다. 과거 400여 채의 고택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60여 채만 남아 있다. 지금도 후손들이 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매원마을 국가등록문화재와 관련해 "마을을 지켜주는 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인 동제(洞祭)에서는 지난 400여년간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온 구성원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덤이나 사당 옆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재실(齋室)이 근대기,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실용적인 주거 공간으로 용도가 바뀌는 양상 역시 역사·문화적으로 연구 가치가 크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근현대기를 지나오면서 이뤄진 마을 영역의 확장과 생활방식 등의 변화 속에서 다른 영남지방의 동족 마을과 구별되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며 "역사성과 시대성을 갖춘 민속적 요소가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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