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대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해제권한을 확대하는 정부의 제도 개선방안이 마련돼 전체 면적의 16%가 그린벨트인 칠곡군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8일 그린벨트 제도개선을 위해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 개정안 등의 입법예고를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이 그린벨트를 포함한 도시공간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 장관이 시·도지사에게 위임한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권한이 현행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수도권은 현행을 유지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2월 20일 그린벨트 해제 등을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에 서명한 지 8일만에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이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지역의 기형적인 개발 초래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그린벨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산업 용지 부족은 물론 끊임없는 사유재산권 침해와 비정상적인 도시 성장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3개 시·군 중 최대 피해지역인 칠곡군이 발전하려면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시·도지사나 시장·군수에게 대폭 이양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칠곡신문은 보도해 왔다.
칠곡군 그린벨트는 1972년 8월 처음 지정된 동명면이 전체 면적의 57%인 36.4㎢가, 지천면은 40%인 35.8㎢로 지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50년간 피해를 호소해 오고 있다.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3개 시·군(칠곡·경산·고령) 중 칠곡군 그린벨트 면적이 72.3㎢로 가장 넓다. 이는 칠곡군 전체 면적 450.9㎢ 중 16%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 전체로 보면 칠곡군 그린벨트 면적은 경산시 22.4㎢와 고령군 20.1㎢를 합한 42.477㎢보다 29.779㎢가 더 넓어 대구광역시 인접 경북도(칠곡·경산·고령) 그린벨트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칠곡지역 그린벨트는 2006년 20호이상 집단취락지구(그린벨트가 시행되기 전에 형성된 마을)에 해당하는 지천·동명면 28개 마을 124만5000여㎡가 해제된 데 이어 2013년 1000㎡미만 경계선 관통 대지 5만8916㎡와 1개 마을(20호이상 집단취락지구) 2만8950㎡가 해제된 것이 전부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처음 도입했다. 당시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됐고, 그 결과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들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이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돼 그린벨트로 지정된 녹지 지역은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는 긍정적 기능을 했다.
그러나 칠곡군의 경우는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될 당시 칠곡군은 칠곡읍 전역이 대구시 북구로 편입됐다. 이곳 대구 칠곡은 현재 대구 북구 절반을 차지하는 인구 20만명이 넘어선 도시로 발전했다.
일각에서는 대구 칠곡이 대구시의 무분별한 도시팽창 지역이 됐기 때문에 대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기 위한 칠곡군 동명·지천면의 그린벨트는 대폭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인구를 보면 2010년 251만2000여명에서 2015년 248만8000여명, 2019년 243만8000여명, 올해 8월 현재 237만2000명으로 계속 감소해 도시가 팽창하기는커녕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수를 비롯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그린벨트를 풀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도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사전협의를 거쳐 30만㎡ 미만의 그린벨트를, 국토교통부 장관은 30만㎡ 이상을 각각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정부는 지자체의 건의와 민원을 받아들여 광역단체장의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현행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50년 전 인구증가에 따른 도시(대구시)의 무분별한 팽창이 진행되던 1970~1980년대가 지나간지 벌써 반세기나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50년이면 강산이 5번이나 변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린벨트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만큼 칠곡군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빗발쳐도 권한 밖이라며 해제를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가 지역 실정에 맞게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지방자치가 실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