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부터 4월 9일까지 한 달간 KBS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서 납부하는 방안을 국민 공개 토론에 부쳤다. 전기요금 항목에 포함돼 사실상 강제 징수하고 있는 월 2500원의 수신료 납부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3월 19일 오후 8시 현재 추천은 9662건이나 되고, 비추천은 673건에 그쳐 수신료 분리 징수나 폐지에 추천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참여자 댓글은 1만2600건을 넘어섰다. 대다수가 공영방송인 KBS가 편파방송이고, 시청하지 않으니 분리 징수하거나 아예 수신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려면 대통령실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들어가면 된다.
`Jerry Maguire` 씨는 지난 10일 참여자 댓글에서 "2500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저들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 지금의 KBS는 민주노총 산하에 가입되어 있는 언론노조 방송이다. 공영방송이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방송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적자 경영을 하면 왜 안된다고 하는지 반드시 알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모씨는 지난 14일 댓글을 통해 "KBS 편파방송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파트는 대부분 케이블TV로 보다 보니 수신료가 포함되어 있고 관리비에도 포함해서 나오기 때문에 2중으로 내고 있다. 불합리할 뿐 아니라 보지도 않는 수신료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나 폐지를 주장하는 시청자들 대다수는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전기가 끊기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KBS처럼 공영방송 수신료를 한전 전기요금처럼 통합 징수하는 나라는 그리스와 튀르키예(터키의 현 국가명) 두 곳뿐이었는데 폐지 쪽으로 추진한 지 오래다.
지난해 말 기준 KBS의 총수입은 1조5305억원이다. 이 중 수신료 수입 6935억원과 정부보조금 131억원을 합친 공적 재원은 7065억원에 달한다. 수신료가 전체 수익의 45.3%를 차지했다.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공적 재원을 늘려 재원 구조를 건전화해야 한다.
그러나 KBS는 전체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수신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형적이라는 것이다.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거나 폐지하면 수신료가 이전처럼 걷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광고 수입과 정부보조금 확대 등 획기적인 재원 마련되지 않을 경우 KBS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BS 수신료 징수 위헌 소송 추진본부`는 2006년 "KBS 수신료 강제 징수는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방송법 제64조 등에 따른 것으로 헌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이를 기각했다.
‘언론 소비자주권행동’ 등 시민단체가 2015년 제기한 ‘수신료 분리 고지 거부처분 취소소송’도 원고 패소 판결이 난 상태다. 재판부는 “우리 법은 수신료를 누구나 납부해야 하는 특별부담금으로 보고 있어 수신료 납부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방송법 개정 외에 수신료 강제 징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한전은 방송법 제67조 등을 근거로 KBS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고 있다. 계약 체결은 3년 단위로 갱신 협상을 하는데 현 계약기간은 내년말 만료된다. 한전이 차기는 KBS와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국민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책권고안을 만들어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이를 통지할 방침이어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는 2025년부터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KBS 1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이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현재의 징수방식이 문제없다고 판결했다"며 "사실상 공영방송에 대한 노골적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수신료 분리징수의 피해는 KBS 구성원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건강한 공론의 장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공영방송 독립성을 해치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KBS 수신료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은 KBS를 공영방송이 아닌 좌편향 편파방송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KBS 측은 국민의 이러한 여론과 분노를 무시하고 뻔뻔하게 `공영방송`이라고 우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