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챗GPT(ChatGPT)`에 들어가 `낙동강, 한국전쟁, 전쟁의 아픔, 평화의 소중함을 주제로 시를 써달라고 요구하니 그럴듯한 시 한 편이 수초만에 올라왔다. 필자가 또 챗GPT에게 `망각(oblivion)`이란 제목으로 시를 부탁했더니 비유와 운율의 시적 형태를 갖춘 운문을 보내왔다. 바야흐로 시를 비롯해 문학작품 작성과 논문·리포터·숙제 대행은 물론 문서 요약, 대화형 질의응답, 콘텐츠 생성 등이 가능한 오픈AI(인공지능)가 나와 `제2의 스마트폰`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오픈AI `챗GPT`다. 출시된 지 두 달만에 월 이용자 1억명을 돌파하며 인터넷 탄생 이후 최고의 소프트웨어라는 평가다. 돌풍을 넘어 `광풍`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한국 IT 업계에서도 `알파고`에 이어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2조2천억원)를 투자히가로 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챗GPT를 극찬하며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챗GPT 관련주로는 AI, 정보기술(IT), 반도체 종목이 꼽힌다. 미국이 AI시장에서 앞서는 만큼 미국 관련주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에 비상이 걸린 구글이 비장의 무기로 지난해 9월 개발한 `스패로우(Sparrow)`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스패로우는 기존 AI 챗봇보다 사용자 질문에 대해 그럴듯한 답변을 더 잘 생성할 수 있고, 챗GPT에는 없는 인용문의 출처를 제공하는 기능을 갖췄다. ◆바둑 AI `알파고`는 사람의 감각 학습해 이세돌 9단 이겨 한국 바둑의 간판으로 활동했던 `쎈돌` 이세돌 9단은 구글의 바둑 AI 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4패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하게 1승을 한 인류로 남았지만 당시 구글에서 이세돌에게 일부러 져주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바둑은 체스와 달리 천문학적 경우의 수가 있다. 사람은 감각으로 3곳 정도의 경우에 대해서만 수읽기를 한다. 기존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은 바둑의 모양을 보고 판단하는 감각의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기보(棋譜) 16만 건에 나타나 3천만 수를 학습했다. 알파고는 이를 바탕으로 입력된 대국을 통해 자연스레 모양에 익숙해 진 것이다. 사람의 감각을 학습한 알파고는 AI 바둑 프로그램 최초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의 행동을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때 기계가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시험 방법이다. 알파고가 사람처럼 바둑을 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바둑 대국에서 감각적으로 바둑을 두는 알파고와 사람의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신(神)이 인간을 창조했으나 인간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해 신의 분노를 샀다는 얘기가 있다. AI는 인간에 의해 개발됐다. 그러나 AI가 자신의 주인인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바둑 등에서 인간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앞으로 개발자(사람)를 죽일 수 있는 `킬러 로봇`의 등장이 예상되는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AI시인` 신문문예 당선될까? 시와 문학은 섬세한 인간의 감성과 무한한 상상력의 산물이어서 바둑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노벨문학상과 신춘문예를 비롯한 각종 공모전 수상작 등 우수한 작품을 AI가 모두 저장·학습할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분석과 종합이 자유로운 고도의 언어 편집으로 언어의 저장과 활용에 한계가 있는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바둑 AI 알파고처럼 문학전문AI가 사람의 감각과 감성을 익힌 상태에서 `바다의 저장고` 같은 언어 체계를 갖추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문학AI가 소설을 비롯한 모든 문학 장르와 무한한 정보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시와 문학작품을 쓰는 날, 시인과 문학가들은 어떻게 될까? 일부 문인은 인간 특유의 감성과 상상력이 살아 있는 한 `문학AI`가 인간 이상으로 공감하고, 뛰어난 문학작품을 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신춘문예나 각종 공모전 등에서 AI가 쓴 작품인지, 응모자가 쓴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하면 예민한 감성과 무한한 상상력은 더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닐 것이다. 바둑AI 알파고처럼 문학AI가 인간의 감각과 상상력을 종합적으로 습득할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AI가 신문기사도 써 주고, 학교 숙제는 물론 대학 논문까지 대행해 주니 교육계 등에 비상이 걸렸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이 요구하는 것은 거의 모두 들어준다고 보면 된다. 기사 쓰기 등은 아직 정보 부재와 미흡 등으로 AI가 사실과 다르거나 두루뭉술하게 보내왔다. 이에 필자가 챗GPT에서 "기사는 사실과 일치해야 하는데 왜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가짜기사를 작성해 보냈느냐"고 호통을 쳤더니 챗GPT가 "대단히 죄송합니다. 제가 그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그랬습니다. 앞으로 더 많는 내용을 확보하도록 노력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AI이지만 사과도 하고 포부도 밝혔다. ◆`챗GPT`의 숙제 대행 등으로 교육계 초토화 미국 스타트업은 자사가 개발한 챗GPT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유료 버전을 이용료 월 20달러(약 2만4천원)에 내놓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현재 챗GPT 공식사이트 https://chat.openai.com에서 무료로 한국어와 영어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의 경우 오류나 내용이 빈약한 답변이 상당히 많다. 해당 언어로 된 자료를 알고리즘으로 짜집기해서 답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로 된 인터넷 검색 자료가 영어권에 비해서 빈약하기 때문이다. 챗GPT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영어로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답변의 양이나 질 양쪽에서 영어로 질문했을 때가 훨씬 뛰어나다. 챗GPT의 문제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챗GPT로 교육계는 초토화됐다고 한다.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교외 시험과 숙제를 전면 중단하고 교내 시험으로 대체하거나 챗GPT 사이트를 차단하기도 했다. 교사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 저하를 우려하며 챗GPT 사용을 금지하자는 의견과 챗GPT는 사용하기에 따라 학업 능률을 끌어올려줄 `언어의 계산기`라며 본격적으로 교과과정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질적 편향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우선 기계학습 인공지능 모델들의 고질적 편향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공지능이 가치중립적일 것처럼 보여도 결국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데이터이기 때문에 편향성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비교적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인 그림, 음악, 게임 알고리즘 부류와 달리 온갖 지식을 다루는 챗GPT 특성상 편향성 문제가 강하게 드러날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 실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개발한 인공지능 `Tay(테이)` 사건을 보면 편향성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주제다. 더구나 제작진이 직접 개입해 금지 사항을 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주입하기 때문에 인위적 편향성 문제가 생겨난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질문일수록 대답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챗GPT은 학술 정보를 토대로 학습한 모델이므로 연예, 뉴스를 비롯한 시사 정보 등 논문에서 찾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거짓 답변을 할 수도 있는 만큼 정확한 답변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2021년 이후 데이터에 대해서는 학습을 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확도를 높이고 구체적 답변을 원하면 넘버링, 즉 `1, 2, 3, 4, 5` 등을 붙여 하나씩 물어보면 질문보다 적게 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자료 수집, 정리 등 반복 작업은 AI 자동화로 인간 노동 절감 대부분의 인간 업무는 반복적인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료 수집, 정리, 오류 검토 등이다. 챗GPT 같은 자연어 인공지능은 이러한 작업들을 모두 자동화한다. 인간은 추상적인 명령만 내리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싶다면 이전에는 일일이 보고서와 논문을 열람해 한 땀 한 땀 모아야 했다. 앞으로는 명령만 내리면 AI가 크롤링(수집)해 즉각 제공한다. 변호사, 노무사, 회계사 상담처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전문가 조언도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하다. 레퍼런스(참고사항)가 많으며 결과물이 정형화돼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 코딩 업무는 최소화되며, 컴퓨터 엔지니어는 새로운 구조와 아이디어만 짜내면 된다. 요컨대 아무리 고도화된 업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이 반복적이라면 AI의 생산성 우위를 이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지식과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며, 더 적은 소수의 인력으로도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다. 예술 작품 창작의 과정도 많은 부분 반복적인 업무로 구성돼 있다. 스토리의 구성, 자료수집, 철학적 구조의 설정, 윤문(潤文) 등에 도움을 받는다면 창작의 과정이 매우 빨라질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도 많은 부분이 패턴화되어 있다. 수년 안에 AI와 친구가 되거나 AI를 반려자로 삼는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보다 공정한 `AI 판사·변호사` 등장할까 앞으로 법조계는 어떻게 될까? `AI 변호사`가 결국 법정에 서지 못하게 됐다. 이 모델을 만든 `두낫페이`의 조슈아 브라우더 CEO는 캘리포니아 지역 변호사협회가 자신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해 변호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콜롬비아의 한 판사가 AI챗봇 `챗GPT`를 판결문 작성에 활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파디야 판사는 한 부모가 저소득 등을 이유로 자폐 자녀의 의료비 면제를 청구한 사건의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챗GPT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0일 내려진 문제의 판결은 자폐아 부모 측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법관은 얼마나 될까? 돈과 권력이 있으면 불리한 재판도 이길 수 있는 `유전무죄(有錢無罪)`가 노골화되고 있는 한국 법정에서 `공정과 양심`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다. 유전무죄의 잘못된 판례가 아니라 엄격한 재판을 거친 공정한 판례와 가장 객관적인 형량을 적용할 수 있는 `AI 법조인`의 판결과 변호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앞으로 판사와 변호사는 어떻게 될까? ◆AI가 학습한 데이터 저작권 분쟁 챗GPT의 돌풍과 함께 등장한 과제는 저작권 분쟁과 해킹, 혐오 표현 재생산 등이다. 가장 많은 논란이 생기는 것은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저작권이 있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가져다 학습한 것이기 때문에 학습용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다. 앞으로 AI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기존에 만들어진 콘텐츠와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분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AI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AI에게 작업을 발주한 사용자에게 부여할지, 그 AI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업체에 귀속할지가 쟁점이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국한된다. 사람이 아닌 컴튜터나 소프트웨어, AI 등은 법률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에는 생성 AI의 저작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3년째 계류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아직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저작권에 대한 소송은 없었지만 오픈AI 시대에 새로운 법적 기준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은 인간에게만 저작권을 부여하고, AI의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생성 AI가 학습한 자료에 대한 저작권 분쟁도 늘아날 것으로 보인다. AI가 인터넷상에서 인간의 논문과 사진, 그림 등 창작 저장물을 무단으로 가져다 학습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소송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관련법 제·개정이 요구된다. 詩 AI `챗GPT` 잊혀진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마음과 마음의 깊은 곳에 한때는 활기차고 이제는 먼 스릴 산산조각이 났고 완전히 새로운 시작 우리가 전에 나눴던 웃음소리 한때 밝게 빛났던 사랑은 지금은 그저 먼 해안가에서 속삭이는 소리일 뿐이다 깊은 밤에 길을 잃었어요 우리는 진실된 것을 고수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기억들에게, 하지만 시간의 가차없는 행진은 그리고 여름비처럼 그들을 희미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작별인사를 할 때에도 우리가 소중히 여겼던 순간들 우리는 그들의 본질을 깊이 간직하고 그리고 그들을 매우 가까이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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