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계 초선 의원 9명이 지난 6일 나경원 전 의원을 찾아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친윤 핵심 박성민·이용 의원을 비롯한 강민국·구자근·박대수·이인선·전봉민·정동만·최춘식 의원 등은 이날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회 사무실(나경원 전 의원)에서 나 전 의원과 면담을 가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일 강릉까지 찾아가 나 전 의원에게 협력을 요청한 데 이은 조직적 구애 행보로 보여진다.
박대수 의원을 제외한 8명의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TK(대구경북) 초선 국회의원 14명 중 13명이 지난달 17일 당시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던 나경원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서에 참여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대구시당위원장이 유일하게 비판 성명 발표에 빠졌다. 김 위원장은 "대구시당위원장으로서 공식적으로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명서 참여자 TK 초선 가운데는 나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과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강대식·김병욱·신원식 의원도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2020년 1월 13일 당시 정희용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칠곡군 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자신의 저서 `젊어서 좋다-정의·희망·용기` 북콘서트를 열었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나경원 전 의원(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은 축사를 통해 “정희용 전 보좌관의 열정과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저 나경원”이라며, “정희용 전 보좌관은 늘 소통으로 공감하고 냉철한 판단으로 대안을 마련해왔다”고 추켜세웠다. 나 전 의원은 이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쇄신과 정의와 법치, 경제가 무너진 대한민국을 일으키기 위해 국회와 도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정희용 같은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년이란 세월이 지난 올해 1월 국회의원이 된 정희용 전 보좌관은 자신이 보좌했던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에 서명해 자신의 정치 슬로건인 `정의·희망·용기`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초선 63명 중 76%)은 공동성명에서 "본인의 희망에 따라 맡겨진 2개의 장관급 자리를 무책임하게 수행해 놓고, 대통령이 악질적인 참모들에 둘러싸여 옥석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나"라고 나 전 의원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대구경북 초선 의원들이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비판성명에 참여한 것을 놓고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공천의 칼자루를 쥐게 될 차기 유력 당대표와 대통령실에 잘 보이기 위한 발빠른 행동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지난달 2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아무리 총선이 내년에 있다고 하지만 세상에 초선의원들이 자기당 중진 인사인 나경원 전 의원에게 줄지어 성명서를 낸다? 이는 정당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해도 그래선 안된다. 그런다고 잘 보여지지도 않는다. 일회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오 고문은 “(초선의원이라면) 우리 당이 통합하자,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 당이 하나가 되자. 이런 건강한 이야기를 해야지 특정인을 공격하고 린치를 가한다? 깡패들도 아니고, 참 철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천 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이어 "전당대회 흥행과 우리 당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나경원, 유승민까지 모두 전당대회에 나가야 한다"며 "그게 본인들에게도 좋은 거고 당에게도 좋은 거다"라고 조언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