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경북도지사) 시·도지사협의회장이 무늬에 불과한 지방정부가 아니라 지방조직권 등을 자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준연방(準聯邦)정부(state)를 수립해 `서울이 지방을 쳐다보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은 지난 1월 12일 서울 협의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하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과감한 정책 혁신 경쟁을 펼쳐 지방주도 ‘국가 대개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 4대 핵심과제와 5대 실천과제를 발표하고, 지금부터라도 중앙집권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지방시대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철우 회장과 경북도에서 마련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중앙정부)과 도지사(지방정부)를 합한 `준연방주의` 체재를 구축해 지방조직권은 물론 특별지방행정관청(고등교육정책실 등), 대학, 비자 발급 등까지 직접 관장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K-로컬 전성시대는 `지방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목표로 하며, 서울 인구의 300만명이 지방으로 이사하는 `1석5조의 프로젝트`를 지향한다. 또 혁명적 변화가 기대되는 `5대 대전환 실천과제`는 ▶인구정책 대전환(지방 이주⇒지방 정주시대) ▶청년정책 대전환(청년유출·자살 극복) ▶교육 대전환(대학을 유전, 고졸청년 성공시대) ▶분권·균형발전 대전환⇒사법권까지
▶지방외교 대전환 등이다.
그동안 지방분권을 위한 개선책은 계속됐지만 매번 공염불이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올해 32년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지방정부의 공식적 명칭은 `지방자치단체`다. 시·군·구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시·도는 광역지방자치단체로 명명한다. 행정기관이 어떻게 단체인가? 단체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루어진 집단을 말한다. 순수 우리말로 `동아리`다. 단체는 사회단체나 시민단체에 사용하는 단어다. 명칭부터 잘못됐다. 하루빨리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꿔야 한다. 지방을 무시하고 자기들이 권력을 계속 장악하려는 중앙집중식 관료의식이 초래한 부산물이 아닐 수 없다. `권력과 사랑은 나눠 갖는 것`이 아니라 독점하는 속성이 있는 모양이다. 지방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중앙정부가 반기지 않을 것이고, 지방의 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자신이 위축되는 국회의원들조차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행 헌법에 지방자치와 관련된 내용은 제8장 제117조와 제118조 두 조항에만 명시돼 있다. 헌법 제8장 제117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제118조는 "지방의회의 조직, 권한, 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와 관련한 주요 내용 대부분은 법률에 위임하고 있어 중앙 입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명확한 지방분권을 위해 헌법 제1조 3항을 신설,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란 명칭은 이제 그만)로 구성되는 지방분권형 국가임`을 천명해야 한다. 또한 `자주재정권`, `자치입법권`, `자체인사권` 등 3대 권한도 지방정부가 갖는다는 내용도 넣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3대 권한`이 없는 지방자치는 `앙꼬 없는 찐빵`이고, `진정한 자치 없는 지방정치`다.
오늘날 지방자치제는 중국 주나라 때 시행한 봉건제보다 못한 것 같다. 현행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당시 제후나 영주의 권한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주나라 봉건제는 중앙 정부가 지방에 직접 행정관을 파견해 통치하는 중앙집권적인 군현제(郡縣制)와 달리 중앙 정부는 수도와 일부 요충지만 직접 통치하고 다른 지방에는 제후나 영주를 임명해 다스리게 하는 제도였다.
산업연구원(KIET)의 2022년 보고서대로 우리나라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총인구 50.3%, 청년인구 55.0%, 일자리 50.5%, 1000대 기업 86.9%가 쏠린 현실에서 지방과 지역의 쇠락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국가 재정이다. 중앙은 예산이 남아돌아 가는데 지방은 곳간이 비어 허덕이고 있다. 지방자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주재정권` 확보를 위해 지방교부세율과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고, 지방소득세도 현재보다 2~3배 늘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주 재정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중앙정부에 예산을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지방분권 실현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세와 지방세 8대 2의 비율을 6대 4까지 확대하고 지역간 세입 불균형을 조정하는 재정 조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중앙의 권한이 이양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을 뽑아준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자주재정권 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관심은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