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민운동장 압사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몇 년이 지났는가! 또다시 국민은 이태원 참사로 비통에 잠겼다. 아니 이제는 슬퍼할 눈물마저 메말라 슬픔보다 분노가 치솟는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는 자식이 죽자 음식을 끊고 밤낮으로 울다 눈이 멀었다고 한다. 자식의 죽음은 눈이 머는 고통이고,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지애(斷腸之哀)의 비애다. 이태원 참사에서 자식 잃은 부모의 참담한 심정은 이 이상일 것이다.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참사를 겪어야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도 무색한 현실이다. 아니, 몇 번이고 소 잃은 참사를 겪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진상 조사를 할 수 있는데 불구하고 명명백백 밝히지 않는 한 이같은 참사는 계속될 수 있다.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계속 드러나는 한 우리의 불행과 비극은 계속 되리라.
세월호 참사 때나 지금이나 `세월아 네월아` 하는 무사안일과 안전불감증은 마찬가지다. 세월호 때나 이태원 때나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죽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안내 방송이 죽음의 신호였는지 누가 알았겠는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다음과 같은 몸통이 제대로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참사 발생 하루 전인 4월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 법 시행령 개정,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NSC 상임위원으로 `재난통제센터` 장악
▶4월 15일 선원법 개정, 일등항해사 선장 대신 운행 가능, 일등항해사 신모씨 입사 세월호 투입 ▶단원고와 계약한 오하마나호에서 세월호로 갑작스런 배 교체 ▶인천항 출항 당시 짙은 안개로 출항금지, 세월호만 출항 허가(세월호 출항시각 4월 15일 오후 8시59분42초)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 움직이지마세요"(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안내방송이 죽음의 신호? ▶선원 전원 최우선 구조, 선장 빼돌리기 ▶미군·해군 등 구조지원 거부,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출동 2차례 묵살 ▶AIS(선박자동식별장치)와 64개 CCTV 온·오프 상태
▶박근혜 전 대통령 알리바이, 세월호 침몰 7시간 후에도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박 전 대통령이 "다들 구명조끼 입었다는데 그렇게 찾기 어렵습니까"라고 말한 것이 증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박 전 대통령 보고가 전혀 없었거나 전달되지 않음
이러한 의혹투성이의 세월호 사고가 비밀의 키를 쥐고 있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대법원 무죄 판결로 역사 속에 묻히게 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 시각 등을 허위로 작성한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1심·2심에서 유죄를 받은 김기춘(83)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6일 네번의 재판 끝에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결과 세월호 영화 `그날 바다`가 상영되는 등 세월호 사고에 대한 의혹과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가 이러한 베일과 의혹을 완전히 벗어버려야 ‘진짜일지도 모르겠다’며 유포됐던 `세월호 인신공양설` 같은 음모도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재발 방지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작과 음모도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칠곡군을 비롯한 각 지자체는 안전사고 관련 매뉴얼과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2세월호, 제2이태원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 등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의 경우 돌발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 소방본부는 지난 11월 24일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 정희용 국회의원, 칠곡군수, 박승직 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과 도의원, 칠곡군의원을 비롯한 기관단체장, 의용소방대원과 소방공무원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칠곡종합운동장에서 `2022년 하나되는 의용소방대 어울림 대축제`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실제 참석 인원은 2000여명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 상공에서는 드론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안전불감증이 여전했다.
이에 앞서 2019년 5월 5일 칠곡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어린이 행복 큰잔치’에서 항공 촬영을 하던 드론이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A(여·당시 39세)씨 머리 위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어깨와 얼굴를 부딪치며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 구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러한 드론 추락사고가 3여년 전에 칠곡군 종합운동장에서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22 의용소방대 어울림 대축제’에서도 어떠한 공공기관보다 안전수칙을 지켜야할 경북도 소방본부 행사에서 이를 무시하고 버젓이 드론 촬영을 한 것이다. 개인장비(방화복) 장착 800m 릴레이에서는 달리는 의용소방대원들을 따라 상공에서 드론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드론이 멈추는 상황도 발생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드론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하는 드론 운행 시 지구 자기장이 높아 통신 교란이 발생, GPS 신호가 끊어져 추락하는 돌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르는 드론의 특성 때문에 드론 촬영 시 조종자는 다음의 항공법 시행규칙 제68조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낙하물 투하 행위 ▶인구밀집지역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 상공에서 인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행하는 행위 ▶안개 등으로 목표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비행하는 행위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간에 비행하는 행위 등이다.
드론 전문가는 "인파가 몰리는 행사장과 운동장의 경우 인적이 없는 인근 상공에 드론을 고정시킨 후 목표지점을 줌렌즈로 당겨 안전하게 촬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