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위성방송과 지상파의 수신료를 약 10% 인하하는데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되레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KBS를 보지 않는 국민이 수신료를 거부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이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하던 현행 통합 징수방식에서 분리 징수하는 방안을 지난달 한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정승일 한전 사장에게 "지난달 한 법무법인에 TV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법률 자문을 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정 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구체적인 경우의 수를 나열하면서 계약 변경 가능성을 물은 것으로, 이 정도면 한전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으며 구체적 답변을 요구했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단지 법률적으로 어떤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자문을 한 것"이라며 "사실상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게 맞는지, 현행과 같이 통합 징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한전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책적으로 결정될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한전 측은 만일 합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라도 "계약 내용의 의사합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므로 계약기간 만료 시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전이 KBS에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징수를 요구했는데 KBS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전과 KBS는 3년 단위의 갱신협상을 통해 수신료를 결정한다. 오는 2024년말에 만료되는 현 계약상 수신료는 가구당 2500원이다. NHK에 따르면 내년 10월부터 위성방송 수신료는 1개월에 2170∼2220엔에서 1950엔으로, 지상파 수신료는 1개월에 1225∼1275엔에서 1100엔으로 각각 내린다. 한국은 거꾸로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KBS는 지난 2007년, 2010년, 2014년에도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지난해 4만여가구가 "집에서 TV를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기요금에 합산돼 강제징수된 수신료를 환불받았다. 2019년에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KBS는 1994년 10월부터 수신료 징수업무를 한전에 위탁했다. 한전은 현재 시청료 징수를 대행해 주는 조건으로 약 6.6%의 위탁수수료를 받아간다. KBS 수신료 징수와 한전 통합 강제징수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위헌 소송을 내도 소용없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5월 수신료 부과에 관한 한국방송공사법 제35조 등 위헌소원사건(98헌바70) 판결에서 "수신료는 시청 여부 또는 어느 방송을 시청하는가와 관계없이 납부해야 하며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으로 수신료의 법적 성격을 규정했다. 즉, 수신료는 TV 수상기를 소지한 모든 국민이 공영방송의 운영재원을 분담하는 의미의 공적 부담금으로 규정한 것이다. 조세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조세와 같은 성질의 공과금인 준조세(準租稅)인 셈이다. KBS 수신료 징수를 한전에 위탁하고, 한전 전기요금고지서에 수신료를 통합해 부과·징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소송에서 법원은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은 합헌”이며 “수신료를 전기요금 고지 행위와 결합해 부과하는 것은 수탁자인 한전의 재량”이라고 판결했다. 또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분리 고지 요구에 대해 “수신료 납부를 용이하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법률상 보호가치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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