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만원만 기부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월 3만 원이면 희귀병을 앓는 OO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TV나 인터넷 배너 광고를 통해 자주 듣게 되는 광고 문구다. 앙상한 갈비뼈에 피골이 상접한 아프리카 어린아이를 모습이나 더러운 물을 마시는 아이들의 모습은 후원 모금 광고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같은 `빈곤 포르노` 광고에 대한 표현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는 빈곤과 성인물을 뜻하는 포르노그래피의 합성어다. 빈곤이나 질병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동정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묘사한 것을 말한다. 자극적인 포르노처럼 가난을 자극적으로 연출하거나 소품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모금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1980년대 국제적 자선 캠페인이 발달하면서 시작됐다. 한 방송에서 앙상하게 마른 아프리카 아이의 몸에 파리떼가 달라붙은 영상을 송출하면서 수억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모금하자 다른 기부단체에서도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의 확산으로 한 방송사가 에티오피아의 식수난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식수가 생각보다 깨끗하자 아이에게 썩은 물을 마시게 하는 등 사실을 왜곡하고 비윤리적인 연출을 한 것이 드러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바코 대행 매체 광고 명세에서 이런 종류의 광고에 2020년 41억원, 2021년 53억원, 올해 1∼9월 30억원에 달하는 후원과 모금 광고가 집행됐다.
세부 내용별로 보면 ▶2020년에는 해외아동 보건의료와 영양실조 등에 18억7000만원 ▶국내 취약 아동 지원과 아프리카 마스크 사업에 11억4000만원 ▶멸종위기 동물 구호에 3000만원 ▶식수 위생 사업과 해당 단체 홍보에 2600만원 등 약 41억3000만원의 광고가 집행됐다.
윤두현 의원은 "지원이 필요한 국내외 취약계층에 대한 후원과 모금 광고의 필요성에 매우 공감하며 후원자와 구호단체의 활동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과도하게 자극적인 영상으로 영상 속 등장인물들에 피해를 주면 안된다. 인권을 고려해 표현의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의 다음 지적은 빈곤 포르노와 후원에 대한 그럴듯한 메시지를 준다.
후원자들 역시 이제 나눔의 진정한 목적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후원을 결심하는 사람 모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갖고,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후원하고 있을 것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광고를 보고 측은지심에 즉흥적으로 기부하지 말아야 한다. 빈곤 포르노에 나도 모르게 중독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는 ‘우월한 사람’이 되고자 후원을 해서는 안된다. 국세청이나 공인된 평가기관의 객관적 정보를 활용해 기부금을 잘 사용하고 있는 단체,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사업을 효과적으로 잘 수행하고 있는 단체, 그리고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는 단체인지를 꼼꼼히 살펴 현명한 기부를 하길 바란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