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 대비, `친윤(친윤석열)계` 차기 당대표 굳히기에 들어갔다. 차기 국민의힘 대표 적임자로 급부상한 유승민 전 국회의원의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친윤 당권 주자들의 표가 분산될 경우 유승민 의원이 유리하다고 보고 당대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사전 교통정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253곳 당원협의회 위원장(당협위원장) 중 공석인 사고 당협 67곳에 대해 위원장을 인선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이는 이준석 전 대표 측 인사와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당협위원장들을 교체한 뒤 친윤 그룹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장기적 포석은 2024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 대비하고, 단기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개최 예정인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에 대비하려는 처사라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임기 초반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을 반등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내년 봄 대대적인 전면 개각과 함께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 연명해나가는 비참한 운명이 될 것이며, 이는 보수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를 확실히 감지하고 있는 것 같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매주 현장 비대위 회의를 열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13일 대구시당에서 연 대구·경북 현장 비대위 회의에서 "대구·경북은 우리 당의 뿌리이자 심장이다. 위기마다 대구·경북은 우리 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처분 기각에 따른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후 잡은 첫 공식 지역 방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에 앞서 지난 9월 4일(음력 8월 9일) 갓 쓰고 도포를 입은 채 칠곡군 지천면 신리 웃갓마을 석담종택(石潭宗宅) 사당에서 `불천위`(不遷位) 제사에 참여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27일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1묘원에 있는 증조할아버지 등의 묘소에서 성묘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관련, "추석을 앞두고 성묘 가는 것도 이제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공격하려고 한다. 우리 집안이 주호영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2022년에 저격하기 위해 500년 전에 칠곡에 자리 잡았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 주호영(현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은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평소 선대(先代) 고향인 왜관 매원마을을 찾거나 성묘를 했다면 이같은 정치적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의 이같은 반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은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정치적 행보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구미를 방문한 이준석 전 대표는 당시 “저의 고향은 구미 인접 칠곡군 왜관읍으로 경북지역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조부 고향인 왜관 매원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의 3대 양반촌이다. 이 전 대표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같은 광주이씨(廣州李氏) 22대손이다. 조부 이발영 씨는 대구시 세무과장으로 발령이 나 후대 교육을 위해 왜관 매원리에서 대구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지난 17일 상임고문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을 추가 인선했다. 보수의 아성인 대구시의 수장 홍준표 시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대구·경북은 우리 당의 뿌리이자 심장"이라고 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멘트와 맥락을 같이한다.
국민의힘 비대위와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들이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이같이 자신의 `정치적 심장`처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면서 `꼴찌 대구`를 중상위권으로 끌어 올려 성공한 대구시장으로서 차기 대권 가도를 평탄케 하겠다는 야망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홍 시장이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인정받으면 제1보수당인 국민의힘 차기 대권 유력주자로 다시 부상할 수 있을 정도로 대구시민의 지지뿐 아니라 `국민의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와 다른 정치인들도 홍 시장처럼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을 교두보로 차기 정권을 다시 창출하려는 계획은 일치한다. 대구·경북(TK) 유권자들은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는 `묻지마 투표`를 하는 `인간 거수기` 같은 존재가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과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하는 `보수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야 하리라.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