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은 봄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수 대학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지방대의 위기는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등 지방의 위기로 이어진다. 반대로 지방 인구의 수도권 유출 등에 따른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지방대의 명문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대구 수성구 땅값이 치솟은 것은 대구 수성구가 명문학군으로 떠올라 학부모들이 이사와 살고 싶은 곳이 됐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약처방을 내놨다. 노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은 지방 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도모에 있었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의 최대 지표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이 국가 재편 프로젝트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공공기관 등 153개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치적은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가족 전체가 지방으로 이사하지 않고 `당사자의 몸`만 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이전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오죽했으면 갈수록 피폐하는 지방을 살릴 길은 오직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일류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서울 명문대는 서울에 있어야 명문대지 지방으로 옮기는 순간 지방대로 전락하기 때문에 대학 문을 닫으면 닫았지 절대로 지방으로 이전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명문대가 우리나라처럼 서울에 몰려 있는 게 아니라 지방의 사립대와 국·공립대가 퍼져 있다. 특히 영국은 각 지방마다 명문대가 골고루 포진해 있어 그 지방은 명문대와 함께 운명을 같이하면서 성장해 왔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는 수도인 런던이 아니라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지방도시에 각각 세워진 영국의 최초의 대학들이다.
우리나라는 서울에 명문대가 몰려 있고, 지방은 캠퍼스 형식으로 기존의 지방대학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수도권을 중심으로 밀집된 형태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교육과 취업이 `서울공화국` 한 곳에만 집중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지방대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자율적으로 서울 명문대가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지방대학 출신자들이 대기업과 공기업에 우선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제화밖에 없겠다. 물론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공평성의 원칙에 어긋나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암울한 현실로 봐서는 이같은 극약처방만이 지방대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묘책이다.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수도권 고교졸업자가 비수도권 지방대학에 진학한 경우 취업을 앞두거나 취업했을 경우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대책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외 지방대학 출신자들에게 대기업과 공기업 등 채용의 기회를 파격적인 비율로 할당할 경우 지방대와 지방은 함께 살아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총인구 50.3%, 청년인구 55.0%, 일자리 50.5%, 1000대 기업 86.9%가 쏠려 있는 수도권(전 국토의 11.8%)의 비대화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 신입생 미충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전국 대학 입학생수가 10년전보다 8.2% 감소한 반면 서울(+0.9%)과 인천(+1.8%)은 오히려 입학생이 늘었다.
입학생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울산으로 10년 만에 17.9%나 줄었으며, 다음으로 경남(-16.6%), 전남(-16.4%), 경북(-15.6%), 충남(-15.4%), 전북(-14.7%) 순이었다.
또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지방인구 감소현상 가운데 청년인구 감소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청년의 수도권 이동은 2단계로 이뤄지는데 대학진학 단계에서 1차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구직단계에서 2차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과 직업 등의 이유로 지방을 떠난 청년들의 귀환율은 매우 낮으며, 지방의 청년 유출은 지방활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상생 협력해 지방 소멸 위기의 악순환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와 대학, 지역 기업의 상생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지방대학 지원이 고등교육 지원 정책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산업, 일자리정책, 청년정책 등 다양한 정책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