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편지』, 『목련탑』 시집을 냈던 박경한 시인의 세번째 시집 『풀물 들었네』 출판기념회가 지난 6일 칠곡문협 회원을 비롯한 지역 문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칠곡군 교육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박 시인과 북토크를 한 김수상 시인은 『풀물 들었네』는 ‘엄마 생각’과 ‘죽음에 대한 성찰’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 시집 해설에서 "박경한의 시들은 ‘죽음에의 성찰’을 통해 진실한 삶에 이르고자 한다. 엄마라는 피에타(Pieta)상을 통해 인생의 괴로움을 위로해 주고 있다. 산밭 노동의 체험을 통해 자연과 합일하며 사는 생태적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죽음에의 성찰, 엄마 생각, 산밭 일기가 다 귀일(歸一)하는 지점은 사랑이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야말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번성하는 시대에 우리가 간직해야 할 화두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박경한의 시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손바닥에 풀물 들었네//들꽃처럼 많은 사람 중에/나만 풀잎 물들었네//메뚜기 입술과/여치 발목도 풀물 번지고//풀에도 물의 길이 있는가/손금의 강물은 흘러가는데//당신은 풀뿌리 속으로 몸을 숨겼네" 「풀물」 전문. 이 시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를 뽑으라면 이 시를 뽑을 것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거의 산밭에서 사는 시인이 `손바닥에 풀물`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들꽃처럼 많은 사람 중에` 풀물이 드는 사람은 행복하다.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돈물’ ‘욕심물’이 잔뜩 든 사람들도 많은데, 하고 많은 물 중에 ‘풀물’이라니. 시인은 메뚜기 입술에 번지는 풀물과 여치 발목에 번지는 풀물을 들여다보며 `풀에도 물의 길이 있는가`라며 묻는다. 풀물이 세상 속으로 번지고 번져 이 광란과 패악의 세상을 순하게 물들여 주면 좋겠다. 마지막 연의 `당신`은 아마도 시인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세상을 풀물 들여놓고 정작 당신은 `풀뿌리 속으로 몸을 숨`기는 나대지 않는, 잘난 척하지 않는 대지의 진실한 사랑. 그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일하러 간 뒤 풀잎 밥상에/눈물 자국 같은 흔적 남아있어도/너희는 울지 말고 밥 먹거라” 「풀잎밥상」 중에서.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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