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詩 정숙자 그 누가 밉게 보았나 저리도 다소곳이 고운 여인을 칠곡군민회관 2층 전시실에서 지난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칠곡지역 여성 미술동아리 `그리메` 회원전에 노보경 회원의 블루 할미꽃이 특이하게 보였다. `Love is blue`(사랑은 우울하다)에서 블루는 `우울하거나 슬픈` 의미를 지닌다. 노보경 회원의 블루 할미꽃도 그렇게 느껴졌다. 하얀 솜털에 푸른빛을 토하는 꽃의 자태 속으로 눈부심을 자아냈다. 외롭고 슬프면서 애잔한 할미꽃. 한국적 한(恨)과 정서를 가진 꽃으로 꽃말은 `슬픔, 추억` 등이다. 이러한 꽃말처럼 할미꽃은 슬픈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손녀 3명을 정성껏 돌보고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이들이 나이가 차서 시집을 가게 됐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녀들이 시집을 간 뒤 혼자 지내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떨어져 부잣집으로 시집간 손녀들을 차례로 찾아간다. 첫째·둘째 손녀들은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이 못마땅해 구박하거나 부담을 주었다. 결국 할머니는 손녀들의 집을 나오게 된다. 손녀들의 집을 나온 할머니는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자식은 일찍 죽어 없고, 고생을 하며 키운 손녀들도 자신을 보살펴주지 않는다. 그동안의 고생이 헛된 것임을 깨닫고 자신에게는 이제 몸을 한번 뉘일 따뜻한 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때 할머니에게는 마음씨 착한 셋째 손녀가 떠오른다. 시집가기 전까지 할머니를 위해주었던 모습이나 시집을 가지 않고 할머니와 살겠다고 말하는 셋째 손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난한 셋째 손녀에게만은 절대로 신세를 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셋째 손녀의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다. 더 이상 가족도 집도 없는 신세인 할머니에게는 셋째 손녀는 삶을 살아가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다. 할머니의 힘으로는 셋째 손녀의 집으로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유일한 희망인 셋째 손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할머니는 날이 저물어가는 겨울 밤 멀리 떨어진 셋째 손녀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며칠이나 굶어서 그런지 기운이 없었고 금방 쓰러질듯 비틀거렸다. 그래도 할머니는 지팡이로 몸을 의지하면서 걸어가다가 고갯마루에 닿자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했는데 너무나 지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나중에야 이런 사실을 안 셋째 손녀는 한없이 울면서 할머니를 양지 바른 곳에 잘 묻어드렸다. 이듬해 봄이 되자 할머니의 무덤가에 생전의 할머니처럼 허리가 꼬부라진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피더니 할머니의 머리칼처럼 하얗게 세여갔다. 이 꽃이 `할미꽃`이 된 것이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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