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채화한 것으로 알았던 촛불이 꺼져 가는 시간 청와(靑瓦)에 핀 붉은 와송이 북쪽으로 흩날린다 익지 않은 박이 잘려 나가는 날 그들은 놀부 같이 웃었다 한 번도 갖지 못한 달의 보화가 쏟아질 것 같았다 태극기를 보지 않아도 조국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촛불은 어둠을 태울 수 없는 법 촛불은 어둠을 잠시 격리시킬 뿐 빛이 될 수 없다 어둠 속에 등불을 켜지 않아도 새날은 밝아 온다 촛불잔치가 끝나면 낮달처럼 으스러질 것을 아직도 월광에 취해 어둠의 조도를 높이고 있구나 봄을 탕진하기 전 꽃답게 죽어야 청춘이다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어느 시인의 외침이 마스크 안에서 하얗게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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