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지하도 인근에 있는 신흥슈퍼가 45년만에 문을 닫고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그런데 잎과 가지가 없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고사한 채 고목으로 왜 남겨 두었는지 궁금했다. 이곳 신흥슈퍼 앞으로 차를 몰고 지나면 서행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 나무다. 이 가로수가 원심력에 따른 교통사고를 막아주는 `효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심력은 원운동을 하는 물체나 입자에 작용하는, 원의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힘이다. 구심력과 크기가 같고 방향은 반대인데 실재하는 힘은 아니고 관성력으로부터 변형된 형태의 힘이다. 교통전문가는 차량이 회전하는 경우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감속을 하고 충분히 안전에 유의하면서 회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과거 신흥슈퍼에서 물건을 사면서 주인에게 "왜 저렇게 절단된 가로수를 통째로 뿌리째 뽑아버리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저 나무가 없으면 이곳을 지나는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 자칫 차량이 가게 쪽을 덮칠 경우 가게와 우리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반문했다. 그제서야 윗부분과 가지를 잘라 낸 채 그대로 둔 이유를 알았다. 그는 좌회전하는 차량이 종종 이 고목과 부딪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게와 주인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호수` 역할을 해와 앞으로도 죽은 이 고목을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플라타너스는 번식력이 왕성하다. 이 나무 수관(樹冠)과 곁가지를 잘라냈는데도 불구하고 푸른 잎이 계속 나와 그늘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4년전부터 남은 둥치와 가지가 완전히 죽어 잎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일부 운전자들은 주의를 기울여 서행하기 싫어 경부선 철도 쪽 길로 직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뒷길로 다니기 싫어하는 운전자는 굳이 신흥슈퍼 앞으로 어렵게 좌회전해 군청 쪽으로 차를 몰고 간다. 왜관에서 유일한 왜관지하도는 1987년 생겼다. 신흥슈퍼는 이보다 12년 전인 1975년 문을 열었다고 한다. 신흥슈퍼 노호렬(79) 대표는 45년간 슈퍼를 하면서 1남3녀를 훌륭하게 키웠다. 이들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교사, 공무원,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막내 아들이 신흥슈퍼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태어나 45세로 가게 역사와 같이한다고 했다. 45년전 신흥슈퍼 앞 가로수는 굵기가 팔뚝 정도였는데 어느새 저렇게 고목이 된 것이다. 당시 동네 구멍가게 시절 슈퍼마켓은 생필품 등 다양한 용품을 갖춰 할인까지 해주는 큰 소매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인근 대형마트 입점으로 동네 슈퍼는 골목상권의 구멍가게가 된 가운데 손님의 발길도 뜸해진 사이 노 대표는 팔순이 가까이 왔다. 신흥슈퍼를 철거하고 새로 들어설 커피점에서 차를 마실 손님은 저 고목이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수`인지 알겠는가?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2절 가사가 생각난다.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잊지 않으리/내가 사랑한 얘기/여위어 가는 가로수 그늘 밑/그 향기 더하는데/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내가 사랑한 모습/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 밑/그 향기 더 하는데/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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