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미스터리 중의 하나인 앙코르와트. “솔로몬왕의 신전에 버금가고, 미켈란젤로와 같이 뛰어난 조각가가 새긴 것 같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이 세운 것보다 더 장엄하다.” 이는 밀림을 탐험하다 1860년 우연히 앙코르와트를 발견한 프랑스 식물학자 앙리 무오의 말이다.
7톤짜리 기둥 1천800개, 돌로 만든 방 260여 곳, 5.5㎞에 달하는 외벽 등은 앙코르와트의 웅장함을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로 설계해도 2년이 걸린다고 하는 이 사원은 12세기의 기술로 불과 30여 년 만에 세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년이 지나도록 물이 새지 않는 것은 접착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붕을 비롯한 모든 건축물은 석재를 이용해 돌끼리 서로 끼우고 의지하는 방식으로 지은 것이다.
캄보디아 옛 왕국인 크메르 제국의 수리야바르만 2세 왕은 수도 앙코르에 200ha 규모의 웅장한 사원을 건립했다. 1개의 무게가 최고 1천500㎏에 이르는 사암 벽돌 500∼1천만개를 쌓아 올린 대공사였다.
문제는 사원에 사용된 방대한 회색 사암을 40㎞나 떨어진 쿨렌산에서 어떻게 운반해 왔을까하는 것이다. 사암은 오랜 세월동안 모래가 뭉쳐 굳어진 바위를 말하는데, 모래가 그 속을 통과하는 지하수에 녹아 있던 광물질의 침전으로 굳어진 단단한 암석이다.
석재 운반에는 수십만명의 인부와 포로가 동원된 것으로 추측된다. 인부들은 석재에 나무 쐐기를 박아 원하는 목적지까지 끌고 가거나 코끼리와 수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과학전문지 `라이브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쿨렌산 사암 벽돌은 수백 개의 운하가 연결된 수로를 통해 운반됐다. 일본 와세다대학 연구진은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주변 지역을 자세히 조사해 석재가 생산된 쿨렌산 기슭에서 50개의 채석장이 있었던 사실을 발견했다.
또 위성사진을 분석해 채석장과 사원을 연결하는 수백 개의 운하와 도로망이 있었던 것을 알아냈다. 이같은 수로를 이용하면 채석장과 사원까지의 거리는 40㎞에 불과하다. 강을 따라 운반하면 90㎞나 된다는 기존의 추측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다.
이 운하를 통해 톤레삽 호수까지 운반한 후 다른 강의 물살을 거스르며 사원까지 다시 실려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와세다대학 연구진이 확인한 운하망의 경우 고대 건축가들이 사원을 건설할 때 짧은 길을 택했고, 덕분에 30여년만에 거대한 사원을 세울 수 있었다.
하루 2천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앙코르 와트를 보는 순간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우선 강 같은 해자(垓子)를 건너는 다리를 지나야 이 사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 앙코르 와트는 그 주위를 넓은 해자가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해자는 폭 200m, 동서 1.5 ㎞, 남북 1.3㎞의 거대한 직사각형으로 둘러싼 성역이다. 정글의 침입을 막아 앙코르 와트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동남아 일대에 크메르 제국을 건설할 정도로 강력했던 수리야바르만 2세. 그는 왜 수도 앙코르에 이같이 웅장한 사원을 지었을까.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힌두교 신 `비슈누`를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그러나 이 사원은 14세기 지도자들에 의해 불교 사원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 불상이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앙코르 와트는 서쪽 방향, 즉 죽음의 방향으로 지어져 독특하다. 서쪽은 힌두교 비슈누 신의 방향으로, 수리야 바르만 2세는 죽어서도 신이 되어 신권을 행사하겠다는 야망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최고 65m 중앙탑에 비슈누 신 안치)지상에서 가장 높은 65m의 중앙탑은 연꽃 봉우리 모양인데, 수리야 바르만 2세는 이곳에 비슈누 신을 안치했다. 1층 미물계, 2층 인간계, 3층 천상계를 거쳐 가장 높은 곳이 중앙 성소로 우주의 중심이다.
또한 수천개에 달하는 섬세한 부조와 조각은 종교와 신화 등 다양한 이야기 형식으로 완벽하게 새겨져 있다. 석재 벽면에 아로새긴 메시지가 천년이 지나도록 전해져 오늘날 되살아나는 것 같다. 역사 속에 묻힐 뻔했던 앙코르 와트가 지질학자 로베다의 ‘신이 살다가 버린 도시’는 아닐 것이다. 해마다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신비로 가득찬 앙코르를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앙코르와트=이성원 편성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