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앉아 내 말을 들어라. 그 동안 잘 싸워주어 고맙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더 후퇴할 장소가 없다. 더 밀리면 곧 망국이다. 우리가 더 갈 곳은 바다밖에 없다. 저 미군을 보라. 미군은 우리를 믿고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후퇴한다면 무슨 꼴이냐. 대한 남아로서 다시 싸우자. 내가 선두에 서서 돌격하겠다. 내가 후퇴하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6·25전쟁 낙동강방어선의 유명한 칠곡군 다부동전투에서 백선엽 1사단장이 돌격 직전 부하들에게 던진 명언이다.
북한군은 병력 2만1,500명에 전차 수십대를 앞세워 전진했으나 국군 1사단의 7600명 병력이 이들을 8월까지 지연시켜 미군이 상륙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데 성공했다. 이 전투에서 백선엽 장군은 권총을 들고 장병들의 선봉에 서서 적진으로 돌격했는데, 이렇게 사단장이 직접 돌격하는 것은 `사단장 돌격`이라고 불리며, 국내외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경우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낙동강방어선(워커라인)은 남쪽의 경남 마산~경북 왜관~경북 낙정~영덕을 잇는 최후의 저지선이다. 낙동강방어선을 지키지 못하면 한국정부는 제주도로 이전, 해외에 망명정부를 수립해야 될 절박한 상황이었다. 당시 맥아더 원수가 구상한 인천상륙작전도 낙동강방어선이 유지될 때 비로소 성립될 수 있었다. 따라서 낙동강방어전투는 가장 위기의 순간에서 유엔군이 한국군과 함께 방어함으로써 방어에서 공격으로, 후퇴에서 반격으로 대전환을 이루게 한 자유민주주의의 대반격이었다.
제2차대전 시 난공불락이라고 호언하던 프랑스의 마지노선(Maginot Line)이나 제4차 중동전쟁시 이스라엘의 바레브선 (Bar-Lev Line) 은 무너졌지만, 우리 ‘낙동강 방어선’은 무너지지 않았다. 더군다 프랑스의 마지노선과 이스라엘의 바레브선은 강철과 철근 콘크리트 등 방대한 예산과 일정 시간을 투자해 형성하였던 것에 비해 6·25전쟁 지연작전 시 실시간으로 긴박한 전투상황에서 급조된 낙동강 방어선이 어떻게 55일 동안이나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오늘날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학교를 가야할 학생들, 밭에 가야할 농부들, 자기나라를 지켜할 외국인들이 5%로 밖에 남지 않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던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세(守勢)에 몰린 전세를 공세(攻勢)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적에게 뺏긴 수도 서울을 탈환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칠곡을 데드라인(deadline)으로 귀중한 목숨을 던진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관을 꼭짓점으로 한 낙동강방어선이 오늘날 칠곡을 `호국평화의 도시`로 우뚝 서게 만든 역사적 라인이 된 것은 이렇게 처절한 희생 덕분이다.
전쟁은 아픔인 동시에 시대를 초월해 모두가 함께 되새겨야 할 교훈이 많다. 특히, 전쟁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를 증언할 수 있는 참전용사, 한 분 두 분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고,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안보교육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바로 알고 이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낙동강 세계평화문화대축전`의 과제이다.
2013년을 시작으로 올해 4회를 맞는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은 경북도(도지사 김관용)와 칠곡군(군수 백선기)이 공동주최하고,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추진위원회(위원장 장인희)가 주관하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전쟁세대와 전후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참혹했던 전쟁의 역사를 되새기고, 자유와 평화를 기치로 내세운 우리 모두가 하나로 소통하는 국내 유일의 호국·평화문화 교류의 장이다.
이같은 역사적 현장을 지키고 기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구한 낙동강방어선전투의 위대한 업적이 인천상륙작전천 만큼 중요하다는 국민적 공감과 인식이 부족하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칠곡군은 국비를 포함, 많은 예산을 들여 해마다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을 개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4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이 열리는 칠곡보 생태공원을 찾을 많은 관람객들 특히,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전후 세대 부모들과 그의 자녀들에게 대한민국 국토의 5% 밖에 남지 않은 절체절명의 순간 낙동강방어선이 만들어진 배경과 55일간의 생생한 전투체험으로 대축전의 의미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의 50%, 40% … 5% 까지 남게 되는 과정 속으로 직접 들어가 느낄 수 있는 입구아치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마지막 5% 속에서 체험하는 돔 아레나 극장 ▶66년 전 피난민 촌·피난학교·학도병 체험·고지체험·전투의 마지막 밤인 9월 23일을 체험하는 돔 체험장으로 구성된 낙동강방어선 리얼테마파크 ▶관람객이 직접 동생(국군), 형(북한군)이 되어 참여하는 태극기 휘날리며 ▶2016 칠곡평화의 광장 ▶칠곡 인문학체험관 ▶칠곡어름사니 체험관 ▶에티오피아 칠곡 평화마을 조성사업을 이어가는 평화의 동전 밭까지 1950년 과거부터 2016년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체험전시 등으로 전쟁의 폐해를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각인하는 대축전으로 더욱 내실있게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피로 물들인 절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낙동강방어선전투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는 대국민 캠페인의 일환으로 온라인, 스팟광고, 오프라인까지 입체적 홍보를 펼쳐 낙동강방어선전투, `호국평화의 도시` 칠곡군의 도시브랜드뿐 아니라 세계적 `다크투어(역사교훈여행)의 성지` 칠곡군의 명성을 드높일 계획이다.
이번 대축전의 프로그램 중 글로벌 호국평화의 도시에 걸맞는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9,000Km 떨어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칠곡군을 방문하는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참전국 중 가장 가난한 나라로 옛 참전국에 대한 결초보은의 마음으로 뜻있는 칠곡군민 660명이 매달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티조지역에 `칠곡 평화마을;을 조성해 교육, 농업, 소득증대 및 식수 확보사업 등으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과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아픔의 역사를 다시금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약속하는 것이야 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출발점이다.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정착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기점, 호국평화의 도시 칠곡에서 열리는 이번 낙동강세계평화대축전이 더욱 풍성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아 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