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가로막힌 것은 천지간 조작이요
님의 소식 가로막힌 것은 인간 조작이로구나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
차마 진정 님의 생각이 그리워 못살겠구나“
서북지방에 전해지는 민요입니다. 오늘은 저 민요 속 가사처럼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24절기 가운데 둘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란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겠지요. 꽁꽁 언 강물도 풀리는 것처럼 오늘 우수는 불편했던 이웃과 환하게 웃는 그런 날입니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아직 쌀쌀하지만 봄은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때쯤 되면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다는 김선달이 생각납니다. 이제 대동강물도 풀리니 봉이 김선달이 활개 칠 날이 온 것일까요?/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