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에는 더위를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몇 해 전부터 더위가 들기 시작하여, 손으로 물을 희롱하였더니 더위 기운이 저절로 풀렸다. 이로 생각하건대, 죄수가 옥에 있으면, 더위가 들기 쉬워서 혹은 생명을 잃는 수가 있으니,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더운 때를 당하거든 동이에 물을 담아 옥중에 놓고 자주 물을 갈아서, 죄수로 하여금 손을 씻게 하여, 더위가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
위는 《세종실록》 30년(1448) 7월 2일 치 기록입니다. 세종임금은 옥 속에 갇힌 죄수의 건강까지도 걱정하는 성군이었지요. 부채 말고더위를 이겨낼 도구가 없던 시절 더군다나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물로 손을 씻는 정도 밖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영조실록》 19년(1743) 5월 6일 치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임금이 수레를 타고 북쪽 교외에 나아가 임시 막사에 들어갔다. 이때에 날씨가 매우 더웠으나 임금이 오히려 법복(法服, 예복)을 벗지 않고 단정히 앉아 있었으며, 또 내시로 하여금 부채를 부치지 말도록 하였으니, 대개 가뭄을 민망히 여겨 경건하게 기도하는 뜻이 불같은 더위를 당하여 뜨거운 곳에 있으면서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영조임금은 가뭄을 당하여 임시막사에서 하늘에 기도할 때 더워도 법복을 벗지 않았고, 내시가 부채질 하는 것도 못하게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지금의 여름나기야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는 제자가 더위를 물리치는 방법을 묻자 “네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고 했다지요. 오늘날은 에어컨과 같은 문명의 이기가 등장해서 더위를 피할 수는 있지만 옛 사람들의 더위 극복은 `마음 가짐`도 한 몫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