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도심 속에 있는 역사의 산 현장이라 일반인들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집이 서대문인데다가 마침 며칠 전에 일본에 사는 딸아이의 고모가 귀국하여 함께 이곳을 산책 겸 다녀왔습니다. 딸아이의 고모는 남편의 누나로 일본인과 결혼하여 지금 사이타마에 살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짧은 일정으로 고국을 찾을 때마다 박물관이나 역사자료관 같은 곳을 가곤 합니다. 일본사람인 아이 고모부는 회사원으로 이번에 한국 출장길에 주말을 이용하여 고등학생인 아들 두 명과 함께 방한 중이라 초등학생인 우리 애들과 부부가 합쳐 대부대가 역사관에 간 것이지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그전에도 두어 번 간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지난 4월 1일날 여감옥사를 개관했기에 꼭 보여주고 싶어 데리고 갔습니다. 임명애, 이효정, 박진홍, 심명철, 신관빈 등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유관순과 함께 한 평이 될까 말까한 좁은 감방에서 투옥되어 생활하던 모습을 재현 해놓았는데 볼수록 가슴이 아팠습니다. 애들 사촌 형들도 일본침략기의 만행을 눈앞에서 목격하고는 메모를 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실 일본인인 시누이 남편 세대(50대) 중에는 일제감정기 역사를 부정하거나 왜곡되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애들 고모부는 아내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침략의 역사에 대해 비교적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평소에 넓은 공간에서 사는 탓인지 여감옥은 언제 가보아도 비좁고 음울한 곳입니다. 물론 서대문형무소에서 재현해 놓은 것은 그래도 좀 깔끔한 느낌이지만 실제의 감옥이란 거의 사람이 살 수없는 냄새나고 지저분한데다가 비좁은 곳이지요. 과거의 역사를 기록하고 재현해 놓는 것은 그것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새로 개관한 여감옥사를 둘러 본 뒤 오후에는 조카애 또래가 좋아하는 신촌과 홍대앞 주변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한발자국씩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는 시누이 부부가 왠지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원앙새 같아 보여 마음이 흐뭇했습니다./서대문구 현저동 주부 독자 정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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