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그림자 밝히는 교사…존경받는 스승에서 직업적 교원으로 전락하나?
어른(君師父)에게 대드는 학생…`교권지위 향상 특별법` 강화로 질서유지해야
학교폭력과 잇단 학생들 자살, 학생-학부모의 교사폭력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총체적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권-공교육 회복과 관련한 법안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부산 A중학교에서는 여교사 B모(47) 씨가 2학년 C양의 복장 불량에 대해 "벌점을 줘야겠으니 교무실로 가자"며 C양의 손을 잡자 C양이 이 교사의 손을 뿌리친 뒤 되레 욕설하며 반항했다. 이어 C양이 교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휘어잡는 지경에 까지 이르러 결국 교사는 실신했다.
지난달 17일충북 음성의 한 여자중학교 과학수업 중에 실수한 교사에게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져 전국을 떠들석하게 했다. A교사는 `중력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덩치가 큰 B양과 왜소한 체구의 C양을 불러내 B양에게 C양을 잡아 당기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는 C양이 B양에게 끌려가자 이를 `큰 힘에 작은 힘이 끌려오는 것은 중력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B양은 울음을 터트렸다. 다른 학생들은 교사에게 "사과하라"고 몰아세웠다. 이 교사는 자세를 낮춰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수업시간 중에 A교사의 이같은 설명방법이 뭐가 크게 잘못됐기에 사과까지 했는가?
교권이 무너질 대로 무너졌고 사도(師道)는 땅에 떨어졌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사장(死藏)됐다. 이 말은 제자는 참 스승의 모습만 따라야하지 참 스승으로서 모습이 아닌 것은 따라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스승은 제자에게 참되고 올바른 모습만 보여야지 그림자처럼 어둡고 나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면 학생도 따라서 피우기 마련이다. 존경해야 할 스승이 이유없이 학생을 때리는 그림자를 보이면 일부 학생 또한 그 그림자를 밟고 다른 학생을 폭행하고 심지어 자신의 교사와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사는 근로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직업적 교원(敎員) 이상의 특별한 존재로 존경받았다. 한 사람의 인생까지 바꿀 수 있는 선생이고 스승이고 은사였다. "선생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고 할정도로 교직이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던 시절에도 교사를 천직으로 택한 것은 그런 보람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한시름 덜게 된 선생님들이 신바람나게 교육에 전념해주기를 기대했다. 전보다 더 열성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빗나가는 아이가 있으면 제 자식처럼 바로잡아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신문 사회면에 실린 학생 집단 흡연 사진은 그런 소망을 무참히 무너뜨린다. 교직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가는데, 정작 `선생님`이 필요한 곳에서 선생님을 찾아보는 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다음은 조선일보 김형기 논설위원이 지난달 쓴 `선생님의 길, 교원의 길`이란 제목의 칼럼 일부 내용이다.
우리보다 먼저 학교 폭력과 교실 붕괴를 겪은 선진국에서는 교사들이 일찍이 `선생님`을 포기하고 생활인으로서 `교원(敎員)`으로 내려앉았다. 담임 개념도 사라졌다. 교직이 생계를 위한 일자리일 뿐이라면 매일 출근해서 아이들을 마주치는 일이 고역일 수밖에 없다. 미국·영국·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초임 교사의 30∼50%가 5년 이내에 다른 직업을 찾아 학교를 떠난다. 사회도 자연히 그런 그들에게서 존경을 거둬들였다. 지금 15년 경력의 미국 중학교 교사는 한국(618시간)보다 450시간 많은 연간 1068시간 수업을 하고 연봉으로 국민 평균소득의 0.96배인 4만4614달러를 받는다. `선생님`의 길을 벗어난 대가는 그처럼 혹독한 것이다.
교사가 선비처럼 존경받는 스승이 아닌 월급 타는 교원으로 전락해 가는 우리나라도 지금 세태와 추세대로라면 선진외국처럼 `선생님, 은사, 스승`이 사라진 `교원`의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 같아 100년을 기다린 `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30일 19대 국회 개원을 맞아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한데 이어 오는 12월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의 교육공약에 교권 확립이 들어가도록 조직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교총 차원에서 교권 수호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교총의 65년 역사상 처음이다.
1991년 제정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사가 사회의 존경 속에서 긍지를 갖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배려와 협조를 다해야 하며, 교사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이같이 교권회복이 가능한 다양한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정당한 스승의 가르침이나 지도에 반항하고 폭력을 가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몇차례 기회를 부여한 후 그래도 안될 경우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해야 할 것이다. 현행 중학교 전학권고, 유기정학처럼 가벼운 처벌 때문에 학생들이 교사에게 달려들고, 학부모는 자식을 옹호하지 않는가.
물론 자질있고 유능한 교사, 존경받는 스승이 교단을 지키고 제자를 가르치는 학교부터 만들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자신의 잘못된 그림자를 학생에게 밟히지 않는 교사가 제자들에게 사랑의 매를 들고 훈계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