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8군사령부는 지난 23일 왜관 캠프캐럴 부대에서 미육군 공병대 보고서(1992년)와 삼성물산의 환경오염보고서(2004년) 원본을 공개한 가운데 지역민 등은 고엽제 매립여부를 확실히 가리기 위해 믿을만한 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2004년 작성한 환경오염보고서에 따르면 캠프캐럴 기지내 D구역, 41구역에서 실시한 전자탐사, 탐사용 시굴조사에 근거해 볼 때 매몰된 드럼통은 이전에 채굴해 옮겨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D구역과 41구역 모두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으며,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살충제, 중금속 등 일부 오염물질은 적정 환경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만 소량의 다이옥신 검출을 고립제 매립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는 어려워 캠프캐럴 부대내 고엽제 드럼통 매립여부는 한미 공동조사 결과가 나와야만 정확한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수는 41구역과 D구역 모두에서 역시 다이옥신과 TPH, VOCs가 확인됐으며 D구역은 SVOCs와 살충제에도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2년 미 공병대 보고서에는 "고엽제와 관련된 문서는 제공받지 못했으나 고엽제가 캠프캐럴에 저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HH구역(기지내 야구장으로 알려져 있음)`에 베트남 전쟁 기간 고엽제가 저장됐다가 후에 기지 밖으로 운반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고가 있으나 이와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보고나 서류는 없다.
이 보고서는 41구역과 D구역에 대해서는 100종의 화학물질과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가 드럼통에 담겨 41구역에 저장됐으며 1978년 41구역의 잔재물과 오염된 토양을 D구역에 매립했다고 보고서는 밝혔고, 1979년부터 1980년 사이에 40∼60t의 토양을 D구역에서 파내 기지 밖에서 처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노동환경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24일 저녁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가진 강연에서 "고엽제는 설사 오염됐다 하더라도 수돗물을 틀면 나오지 않는 만큼 오염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토양성분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공개된 삼성물산 등의 보고서에 기록된 오염수치는 매우 높은 수준이므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미공동조사단 이종춘(주민대표) 경북과학대학 교수는 이 자리에서 "지역민 등이 믿을 수 있는 민간 차원에서의 환경전문가를 이번 조사에 참여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한미합동조사단은 형식적인 조사로 미군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고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에 대한 진상조사를 처음부터 다시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미8군사령부가 공개한 지난 2004년 삼성물산이 실시한 용역보고서 원문에 따르면 캠프캐럴 기지내 토양과 지하수에서 다이옥신이 각각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지하수에서의 다이옥신 검출은 매우 희귀한 일"이라며 "지하수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다이옥신 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은 기준치를 따지기 이전에 이미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그 원인이 고엽제를 비롯한 여러 독성화학물질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미군은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미량이 매립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십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는 피해가 당장 확인되지 않는다고 아무 문제 아니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이 문제를 매우 축소해 보고 있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