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꽃샘 추위가 봄을 시샘하는 계절이다. 지난 겨울은 100년 만의 추위라고 할 만큼 위세를 떨쳤는데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복수초가 노란 꽃을 활짝 피워 봄소식을 전한다. 왜관역 광장에 걸려 있는 `영남권 신국제공항은 반드시 밀양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꽃샘 추위에 펄럭이고 있다.
아침에 배달돼 온 `행복을 여는 칠곡 알리미` 3월호에는 칠곡의 역사를 찾는 스토리텔링 시리즈1 `여우골`이 소개되어 있다. 여우골 이야기의 모티브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암여우가 김진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색시로 변하는 동물변신 이야기고, 두번째는 여우가 죽은 후부터는 마을에 비만 오면 여우 우는 소리가 들려서 `여우골`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스토리텔링이란 단어가 유행되고 있다.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라고 한다. 이때 이야기는 특정 부류를 타켓으로 하여야 효과가 크며 내용은 듣는 이의 흥미를 자극하며 새로운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특히 요즘세대는 점점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늘어남에 따라 재미있는 이야기 형태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스토리텔링은 기존의 문화해설과 다르고, 소설문학과도 다르다고 한다. 역사적인 사실성이나 지리적인 구체성을 일정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 이야기의 흡인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성 만으로는 부족하며, 대중의 마음을 붙잡는 `시대정신과 예술적이거나 오락적 매력 또한 필요한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들을 충실하게 우선 정리되어야 하며, 그것이 준비되어 있어야 이야기가 생생해지고 설득력이 생겨난다.
거리에는 봄은 왔지만 봄을 만질 수 없다. 새 단장을 해야 할 거리가 온통 똑같은 문구의 현수막으로 삭막한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영남권 국제신공항은 반드시 밀양으로` 등 지난 선거때를 방불케 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대중에게 싸고 널리 알리는 데는 현수막만한 홍보수단밖에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만족이나 자기위안으로는 이만한게 없어서다. 장사가 되건 말건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을 보면 용기가 생긴다. 집단에 대한 소통(疏通)으로는 괜찮다고 자위하게 된다.
최근 백지화로 결론난 동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경남·울산과 부산의 지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 등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으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일반 사람들이 현수막을 내거는 목표는 단순하다. 알리기 위해서다. 집단의 힘을 과시하려는 뜻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소통이 먼저여야 한다. 따라서 `밀양이 최적지`라는 결론을 불쑥 먼저 내밀기보다는 그 당위성을 먼저 이야기 하는 걸로 소통의 단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밀양이 반드시 영남권신공항이어야 한다`는 스토리텔링이 먼저 앞서야 설득력을 지닌다.
과거의 소통은 오늘날처럼 쉽지않았다. 일단은 소통에 걸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초스피드시대에 컴퓨터, 휴대폰, 스마트폰 등의 등장으로 무제한적이고 무차별적이다. 시간이나 공간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는다.
스토리는 감동을 낳고 감동은 시민들의 결집력을 가져올텐데, 아직도 지역간 갈등양상으로 치닫는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스토리`만 있으면 그 소통의 위력이 대단할텐데…./박호만 향토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