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발’이 먹고사는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다. 도로는 많이 개설할수록 좋고, 공단도 많이 개발할수록 좋다는 명제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쯤은, 10년 후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해본다면 `개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한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이 없는 공단개발은 우리 지역의 전통적인 생업의 터전을 잃게 할 뿐이며, 타 지역의 인구 유입 없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개발 등은 지역의 부(富)가 유출되는 또다른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발전의 초석은 개발로부터 시작된다. 10년 후 칠곡군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개발은 끊임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다만 개발의 목표를 얼마나 분명하게 설정하고, 개발의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추진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의 결과가 지역경제에 얼마만큼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인지를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토착주민의 생업이나 재산권이 정당하게 보호받는지, 그리고 환경오염 등 지역사회가 부담해야 할 기회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1종 주거지역에 집단적으로 원룸를 짓게 되면 우선은 개발이익이 클지 모르나 10년 후 이 지역이 낙후될 경우 이로 인해 지역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생각하면 과연 올바른 개발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재래시장 재개발을 위해 `비 가림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10년 후 일조량 부족이나 통풍 장애로 인한 또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하지나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사회발전을 물적(物的) 자본의 양에 기초하여 설명하였다.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얼마나 확충되어 있으며, 그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의 양과 같은 자연유산에 기초하여 그 사회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였다. 그 후로는 물적 자본에 더하여 인적(人的) 자본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사회에 양질의 숙련된 노동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통 경제학의 이런 평가방법이 적절하지 못한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평가기준, 즉 사회자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회자본이란 그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 인간관계 같은 사회적 가치를 사회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한 것이다.
10년 후 칠곡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도 개발에 기초한 물적 자본과 함께 인적 자본, 사회자본을 얼마나 확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눈을 떠야한다.
과거 중국은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물적·인적 자본이 잘 확보된 일류 국가가 되어야 하는데도 3류 국가에 머물러 있었으며, 최근 10년 사이에 새롭게 사회체제를 정비하여 사회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순식간에 초일류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또한 극빈 국가로 물적·인적자본이 미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사회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오늘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10년 후를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는 보다 분명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