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화첩 21점 최초로 전시
기념음악회·미사·특강 등 가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원장 이형우 아빠스)은 올해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아 전세계 총재 아빠스(대수도원장) 회의를 개최하고, 겸재 정선 화첩을 최초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등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가졌다.
이번에 전시되는 겸재 정선 화첩 21점은 지난 2006년 11월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끈질긴 노력으로 독일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에 있던 것을 돌려받은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화첩은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가 192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집한 것으로 전시기간 동안 원본과 사본이 모두 선보였다.
한국 남자 수도원으로 가장 긴 100년의 역사를 지닌 왜관수도원은 2007년 4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파손된 성당을 재건축, 지난달 30일 `새 성전 봉헌식`을 가졌다.
왜관수도원은 지난 100년의 역사를 담은 `역사서와 화보집`을 출간했다. 북한에서의 생활과 활동상 등이 담겨있다. 북한 공산화 과정에서 순교한 36인에 대한 시복시성 절차도 진행 중이다.
왜관수도원측은 100주년을 기념하는 모든 행사는 일반인 모두가 초대장과 참가비 없이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 총재 아빠스 등 왜관으로
성 베네딕도 총연합은 이번 100주년에 맞춰 전세계 `총재 아빠스(대수도원장) 회의`를 왜관수도원에서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20명의 총재 아빠스들이 참석하며, 오딜리아 연합회 소속 세계 20개 수도원에서 축하 사절을 보냈다.
오딜리아 연합회는 베네딕도회 총연합에 속한 21개 연합회들 가운데 하나로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사`를 기치로 19세기 당시 교회의 선교 요청에 따라 1884년 독일 보이론(Beuron) 수도원의 수도승이었던 안드레아스 암라인(Andreas Amrhein) 신부에 의해 독일에서 창설됐다.
`아빠스`라는 칭호는 12명 이상인 수도승 공동체의 최고 장상을 말한다. `아빠스(Abbas)`는 하느님을 부를 때 쓰인 성서 용어로서 아버지란 뜻인 히브리어 `압(ab)`의 시리아어 형태인 `아빠(abba;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아버지를 지칭하는 아빠와 동일하다)`에서 나왔다. 이집트의 옛말인 콥트어에서는 `아파(apa)`인데 그리스말과 라틴어로 음역이 되고 변화를 거쳐 명사 `아빠스(abbas)`가 됐다.
이 용어가 시작된 시리아와 이집트에서는 원래 ‘아빠’란 칭호는 존경과 경애의 칭호로서 지혜에 있어서 연장자나 성덕에 뛰어난 수도승을 영적 아버지로 부를 때 사용되었다. 그래서 이 칭호는 기원적으로는 수도 공동체를 다스리는 장상에 대한 호칭이 아니었다. 이 칭호가 동방 교회에서 서방 교회로 복잡한 단계를 거쳐 알려지면서 ‘아빠스’라는 명칭은 점차 수도원의 장상을 가리키는데 사용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아빠스는 비교적 오래된 수도승 수도회들, 곧 베네딕도회, 가말돌리회, 시토회 (트라피스트회)에서 최고 장상을 가리키는데 사용한다.
아빠스는 그리스도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성사(Sacramentum)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수도 형제들은 아빠스에게서 그리스도를 보기를 원한다. 그 만큼 아빠스의 짐은 무겁다고 할 수 있겠다. 목자로서, 의사로서, 그리고 청지기로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빠스는 그리스도의 이콘(Icon)으로 몫을 다한다.
그래서 다른 수도회와 다른 베네딕도회의 특징은 아빠스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그 만큼 아빠스의 책임과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다른 형제들이 아빠스를 신앙으로 바라보고 순명하는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아빠스를 위한 기도도 절실히 필요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역사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연합회에 속한 하나의 자치 수도원(Abbatia)으로 정식 명칭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성 마오로 쁠라치도 수도원’이다. 보통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혹은 그냥 줄여서 ‘왜관 수도원’이라고 칭한다. 성 마오로와 성 쁠라치도는 베네딕도 성인의 두 직제자로서 왜관 수도원은 이 두 분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왜관수도원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 이북 덕원 수도원과 만주 연길 수도원 수도자들에 의해서 1952년 7월 6일에 현재의 왜관에서 설립되었다. 현재 총인원 140여명 가운데 70명이 왜관 본원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각 분원, 본당, 수녀원 지도, 해외 유학, 그리고 선교지에 파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베네딕도회가 처음 진출한 것은 1909년 2월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선교사 2명이 인천을 거쳐 서울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제8대 조선 대목구장이던 뮈텔 주교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이들은 같은해 서울 백동(혜화동)의 가톨릭대 성신 교정 자리에 한국 가톨릭 교회 최초의 남자수도원을 설립했다.
1920년 교황청이 베네딕도회에 함경남북도를 관할하는 원산교구를 위임하자, 1927년 베네딕도회는 백동수도원을 포기하고 원산 근처의 덕원수도원으로 옮겼다. 덕원수도원이 운영한 덕원신학교는 당시 한국 가톨릭의 유일한 인허가 신학교로 원산·연길·평양교구의 신학생들이 함께 공부했다. 지학순·김남수·윤공희 주교가 이 학교 출신이다. 덕원수도원은 해방후 공산당에 몰수, 김일성대학 농과대학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인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를 비롯한 독일인 수도자들과 한국인 신부들은 옥사하거나 피살, 살아 남은 수도자 일부만 1954년 독일로 송환됐다.
덕원수도원에서 쫓겨나 월남한 한국인 수도자들이 왜관에 모여 1952년 6월 다시 설립한 것이 왜관수도원이다. 독일로 송환된 선교사들이 다시 왜관으로 재파견되면서 왜관 순심남녀중-고교, 대구 가톨릭신학원 등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또 베네딕도 왜관수도원 내 문화-예술사업으로 분도출판사, 베네딕도 미디어, 분도 금속 공예실, 분도 가구공예사, 분도 유리화공예실을 운영하고 있고, 외부에는 왜관읍 금남리 분도 노인마을(양로원), 구미 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왜관 피정의 집, 서울 피정의 집, 부산 분도 명상의 집 등을 두고 있어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왜관수도원 이형우 아빠스가 6·25전쟁 전후로 순교한 성베네딕도회 남녀 수도자들과 함흥교구 사제, 평신도 등 36위의 부활을 위한 시복시성을 청원, 결과가 주목된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겸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인 이형우 아빠스는 지난 5월10일 교령을 통해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 연합회 한국 진출 100주년(2009년)을 맞아 `하느님의 종 신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6위에 대한 시복시성을 공식 청원, 20세기 한국교회 순교자들에 대한 교구별 시복시성 청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왜관수도원의 이번 시복시성 소송은 20세기 순교자들에 대한 한국교회 차원의 첫 청원이란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왜관수도원이 청원한 시복시성 대상자는 보니파시오 사우어(한국명 신상원) 주교를 비롯한 덕원수도원 소속 사제-수사 26명, 연길 수도원 사제 1명, 보이론 수도원 사제 1명,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소속 사제 4명, 원산 수녀원 수녀-헌신자 4명 등 총 36명(한국인 11명, 독일인 25명)이다.
6만㎡(1만8000평)에 달하는 왜관수도원은 20대 초반부터 최고령 미카엘(96) 수사까지 70여명이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어 살림살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미카엘 수사는 100세를 바라 보고 있지만 아직도 대걸레로 수도원 건물 바닥을 깨끗이 닦고 있으며 힘든 농사도 즐겁게 짓고 있다.
베네딕도회 수도승 삶의 구성과 영성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함께` 하느님을 찾아나가는 이런 베네딕도회 수도승생활은 크게 `하느님의 일(Opus Dei)`, `성독(lectio divina)`, 그리고 `노동(labor manum)`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기도하며 일하라(Ora et Labora)`를 베네딕도회의 모또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기도하며 일하며 읽어라(Ora, Labora et Lege)`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성독`도 결국 기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기도하며 일하라`를 베네딕도회 삶을 구성하는 특징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기도와 일에서 그 중심은 언제나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기도, 즉 하느님의 일에 있다. 어찌보면 베네딕도회 수도승생활에서 일은 이차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결국 기도생활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하루일과는 기도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베네딕도회의 영성은 무엇보다도 `함께` 하느님을 찾는 공동체 영성이라 할 수 있다. 베네딕도회 삶의 이상은 사도행전에 묘사되어 있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생활이다. 베네딕도회 영성은 또한 자아포기의 영성이기도 하다. 베네딕도는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찾는 삶의 모범으로 제시하였다. 그리스도의 삶은 철저한 자아포기의 삶으로 드러난다. 자아포기는 베네딕도의 규칙서 전체 안에 짙게 배어 있다. 베네딕도회 수도승은 `정주(Stabilitas)`와 `수도승답게 생활할 것`과 `순명(Oboedientia)` 서약을 통하여 이러한 자아포기를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결국 베네딕도회 수도승생활은 기도와 성독과 노동으로 이루어지는 매일의 삶 안에서 규칙과 아빠스에게 순명하며 부단한 자신과의 내적인 투쟁을 통해 다른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을 찾아 나가는 삶이다.
일반인과 함께 하는 선교 100주년 기념 행사
◆역사 심포지엄(9월11일∼12일)
백동·덕원·연길시대 분도회의 설립과 활동/분도회의 왜관 정착과 활동/천주교 전례의 한국화 과정/분도회 선교사들의 한국문화 연구/분도회의 성가집 간행/분도회의 교육활동/분도회의 도서간행과 보급/`가톨릭 소년`에 대한 분석/분도회 출신 시복·시성 대상 인물 분석/분도회와 한국 근대 건축
◆안셀름 그륀 신부 강연(9월19일∼22일)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재정 담당자인 안셀름 그륀 신부는 베네딕도회 영성의 대가로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저술했고, 그 가운데 50여권은 우리말로 번역됐다.
-19일(토) 오전7시30분=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활기를 넣는 지도 방법` 이 강연은 경제인 연합회와 수도자들을 위해 마련, 일반인은 참석할 수 없다.
-20일(일) 오후2시=서울 동성중고 대강당 `예수의 팔정도` `건강한 인생의 기술`
-21일(월) 오후2시=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성당 `베네딕도의 영성`
-22일(화) 오후2시=부산 남천동 주교좌 성당 `그리스도교 신비체험` `신의 영상(image)과 자아의 영상`
-20일부터 있는 지역별 강연은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 각 지역별로 한정된 공간에서 강연이 있기에 수용 인원이 넘어서면 입장할 수 없다.
-강연후 비디오나 오디오 자료의 판매는 없다. 강연 때 분도출판사에서 안셀름 그륀 신부의 저서들을 판매.
◆100주년 기념전시관 개막
(겸재 정선 화첩 최초 전시)
-9월20일(일) 오전10시 미사 후 `기념 전시관 개막식` 개최.
-이 전시관에는 2005년 10월29일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왜관 수도원으로 반환한 `겸재 정선 화첩` 진본이 전시된다. 또 수도원 100년의 역사를 담은 사진과 수도원의 유물과 유품들이 전시.
◆100주년 기념음악회
-9월23일(수) 오후 7시30분 수도원 성당에서 열리는 `100주년 기념음악회`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
-1부 수도원의 과거/경북도립국악단, 2부 수도원의 현재/수도자합창·봉헌회 여성듀엣·순심여중고 뚜라미합창단, 3부 수도원의 미래/가톨릭 심포니오케스트라
◆100주년 기념미사
-9월25일(금) 오전10시 수도원 성당에서 거행하는 기념미사는 모든 사람들이 참석 가능. 그러나 성당 안에는 비표 소지자 우선으로 입장했다. 부득이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래 강당에 멀티비젼을 통해 미사에 참례.